[하이게임] 전략성은 물론 손맛도 잡은 미소녀게임 '명일방주'

입력 2020.01.24 07:00 | 수정 2020.01.24 11:18

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게임 업계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미소녀 게임인데 미소녀를 빼더라도 볼 거리가 많다"

16일 출시한 ‘명일방주’를 즐긴 소감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미소녀 수집형 디펜스게임이지만, 미소녀를 제외하고 게임성만 논해도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로 구성이 탄탄하다는 이야기다.

명일방주 메인화면의 모습. 메인 캐릭터는 6성 치유사 ‘나이팅게일’이다. / 오시영 기자
명일방주는 중국 게임 개발사 ‘하이퍼그리프’가 개발했다. 중국 게임 기업 요스타가 서비스를 맡았다. 출시 이후 첫 집계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0위를 달성한 이후 20일에는 9위, 21일에는 8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디펜스류 게임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사례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명일방주가 출시하기 전에는 한국에서도 성공을 거둔 미소녀게임 ‘소녀전선’과 비교하는 시선도 많았다. 실제로 소녀전선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던 ‘해묘(海苗)’가 명일방주에서는 총괄 PD를 맡아 게임 개발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사, 퍼블리셔가 강조한 것처럼, 실제로 게임을 즐겨본 결과 소녀전선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요몽 요스타 대표이사(왼쪽), 해묘 하이퍼그리프 개발총괄 PD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명일방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디펜스게임’이라는 장르다. 디펜스게임은 길을 따라 몰려오는 적을 막아내는 게임이다. 아군 유닛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해서 막으면 몰려오는 적을 해치우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략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 게임도 장르적 특성을 잘 녹였다. 이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병과(兵科, 유닛 종류)는 무려 8개에 달한다.

적과 직접 마주하고 공격을 주고받는 클래스는 ▲이른 시기 전장에 배치해 이득을 보기 좋은 ‘뱅가드’ ▲근거리 공격을 책임지는 ‘가드’ ▲공격 능력보다 방어에 치중한 팀의 방패 ‘디펜더’ ▲독특한 능력으로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스페셜리스트’가 있다.

기자 마음을 사로잡은 클래스는 ‘스페셜리스트’다. 마치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전문가’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기능으로 게임을 풀어간다. 매우 빨리 부활하거나, 적의 위치를 강제로 바꿔 맵 밖으로 떨어뜨리고,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등 게임의 전략성을 한층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명일방주의 ‘스페셜리스트’는 이름 그대로 블리자드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전문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독특한 능력으로 게임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역할을 맡는다.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원거리에서 적을 요격하거나 아군을 치유하는 클래스도 있다. ▲원거리에서 총, 석궁 등으로 물리 공격을 퍼붓는 ‘스나이퍼’ ▲중장갑을 입은 적도 마법으로 공략할 수 있는 ‘캐스터’ ▲팀원의 체력을 책임지는 ‘메딕’ ▲동료를 소환하거나 적을 잠시 멈추게 만드는 ‘서포트’다.

8개 병과 안에서도 다양한 유형 유닛을 마련해 상황에 맞게 골라 활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같은 ‘가드’ 클래스에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거나, 1명만 저지할 수 있거나 하는 특성이 있어 활용처가 달라진다.

장르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디펜스 장르 게임은 손을 덜 타는 경우도 많다. 적절한 위치 몇 곳에 강한 아군을 배치하면 몰려오는 많은 적을 손쉽게 막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중 유닛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이를 요격할 ‘엑시아’와 ‘실버애쉬’를 적절히 배치한 모습. / 오시영 기자
척 보기에도 막기 벅찬 적이 몰려오는 모습. 우측 하단 코스트를 활용해 유닛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 / 오시영 기자
명일방주는 다르다. 적절한 ‘병과(兵科, 유닛 종류)’, ‘위치’뿐 아니라 ‘타이밍’ 또한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다.

일정 시간마다, 혹은 ‘뱅가드’ 유닛을 배치해 실시간으로 얻는 코스트는 한정된 자원이다. 이를 활용해 유닛을 배치해야 하므로, 손이 생각보다 바쁘다. 특정 타이밍에, 혹은 코스트가 차자마자 유닛을 배치하지 않으면 같은 병종, 위치로도 스테이지를 완료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앞세워둔 뱅가드 방어선이 뚫릴 것 같을 때 가드나 디펜더를 재빨리 뒤에 배치하거나 적이 너무 많이 몰려와 저지할 수 있는 유닛 수를 넘었을 때, 이미 뚫려서 적이 탈출하기 직전에도 재빨리 유닛을 배치해 적을 저지할 수 있다. 이 탓에 전략성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수집형 게임의 꽃은 역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 오시영 기자
물론 명일방주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수집 요소인 캐릭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소녀전선에서도 품질 좋은 일러스트를 선보여 팬층을 확보한 ‘해묘’가 총괄 PD로 게임에 참여하면서, 해묘 풍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이용자는 명일방주에도 호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모든 캐릭터가 ‘수인(獸人)’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이는 미소녀 게임에서는 소위 ‘모에(萌え) 요소’로 자주 활용되는 소재인만큼 취향이 맞는 이용자는 한층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미소녀 뿐만 아니라 남자 캐릭터, 로봇, 심지어는 ‘용 머리를 한 대원’도 개성이 뚜렷하고 멋들어지게 표현해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니세코이 작품에서 ‘오노데라 하루(왼쪽)’를 연기한 ‘사쿠라 아야네’ 성우는 명일방주에서 ‘니어’ 캐릭터를 연기했다. / 구글 검색 갈무리
유명 일본 성우를 기용한 점도 눈에 띈다. 애니메이션 니세코이에서 ‘오노데라 하루’,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서 ‘우라라카 오챠코’등을 연기한 ‘사쿠라 아야네’, 리제로에서 여주인공 ‘에밀리아’를,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에서 ‘타카기양’을 연기한 타카하시 리에를 비롯한 다수의 인기 일본 성우진의 목소리를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명일방주는 캐릭터 수집, 메인 스토리 외에도 캐릭터 강화, 시설 운영, 물자·칩 등 게임 내 재화 획득 콘텐츠 등을 마련했다. 캐릭터 강화만 해도 레벨을 올리는 것 외에도 스킬을 획득·강화, 정예화 등 성장 요소가 많다. 이는 게임을 깊이 즐기고 싶은 이용자에게는 확실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명일방주는 넓은 부지에 시설을 건설하고, 이를 활용하는 콘텐츠를 마련했다. / 오시영 기자
시설 내에 캐릭터를 배치한 모습. 우측 상단 재화와 우측 하단의 귀금속 오더, 오리지늄 오더는 한 차례 튜토리얼을 듣고도 아직 쓰임새를 명확히는 알지 못했다. / 오시영 기자
다만, 디펜스게임을 좋아해 다소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재화, 아이템과 시설을 마주했을 때 게임을 다소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아이템이나 재화의 경우, 종류가 많은데 반해 이 재료를 어디에 쓰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시설도 무역소, 제조소, 발전소, 가공소 등으로 종류가 많아 무엇을 하는지, 어느 것이 꼭 해야하는 콘텐츠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웠다.

이를테면 ‘이철’과 ‘순금’은 둘 다 금속의 일종처럼 보이지만, 하나는 캐릭터 정예화 등 강화에 쓰이고, 순금은 시설 무역소에서 ‘귀금속 오더’ 옵션을 통해 대원 공개 모집 등에 활용하는 재화 ‘용문폐’로 바꿀 수 있다. 실제로 기자는 강화에 쓰는 이철과 달리 순금을 전부 용문폐로 바꿔도 되는지 여부를 한참 고민했다.

시설에 오퍼레이터를 배치하면 시설 효율이 느는 대신 대원 피로도가 닳는다. 이를 회복하려면 숙소 시설에 배치해야 하는데 이 피로도가 전투 시에도 소모되는 것인지, 숙소에 배치하면 전투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해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숙소에 배치한 캐릭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이미 캐릭터의 서열·등급을 체계화한 표가 공유되고 있다. / ‘봉봉이Save’ 블로그 갈무리
게임 오픈 초기인만큼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기회를 푸시 메시지 등 형태로 더 많이 제공하는 것도 요스타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일방주는 중국에서 먼저 출시한 게임인 탓에 캐릭터 간 서열 인식이 이용자 사이에서 이미 퍼져 있다.

‘실버애쉬’, ‘엑시아’ 등 캐릭터가 필수급이라는 것은 물론, 어떤 캐릭터보다 어떤 캐릭터가 일반적으로 뛰어난지에 대한 정보가 많다는 이야기다. 이 탓에 너무 약한 캐릭터를 쓰는 소과금 이용자가 캐릭터를 너무 못뽑는 상황이 생기면 박탈감을 느끼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명일방주는 가방의 지퍼를 여는 독특한 뽑기 화면을 보는 것 자체가 재미를 주기도 한다.

명일방주에서 ‘헤드헌팅’으로 캐릭터를 뽑을 때 나오는 연출, 지퍼를 당겨 여는 재미가 쏠쏠하다. / 오시영 기자
명일방주는 전체적으로 미소녀게임 마니아는 물론, 디펜스게임 등 ‘게임성’ 측면을 보고 들어온 이용자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캐릭터와 즐길 거리를 선보인다면 초반 흥행을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콘텐츠 종류가 많고, 깊게 파고들 여지가 많은만큼 상대적으로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위해 필수 콘텐츠와 선택 콘텐츠를 안내하는 등 가이드를 마련한다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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