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년 전 잘 나가던 가수를 소환하는 방송이 화제다. IT 분야를 지금 소환해 보면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일들이 꽤 있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등 공공분야에서 컴퓨터를 도입하려면 청와대에 설치된 위원회에서 전산장비 도입 심의라는 걸 받아야 했다. 그것도 일년에 몇 차례 밖에 안 열린다. 실무자들은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퇴짜나 맞는 날엔 계획이 어그러져 보통 난감한 게 아니었다. 고객이 심의를 통과하도록 자료를 챙기고 심의위원들을 쫓아 다니며 부탁하던 일이 스쳐간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외화가 부족하던 시절이니 국가가 그렇게까지 통제했다. 심의 통과가 이렇게 어렵다보니 현장에서는 4~5년 동안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컴퓨터 도입 규모를 부풀리는 부작용도 생겼다.

명절 기차표 예약이나 증권 거래처럼 하루 중 특정 시간대, 특정 날짜 및 계절에 처리해야 하는 양이 몰리는 업무를 그 것도 몇 년 후까지 견딜 성능을 대비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피크(peak) 시의 성능을 한 70% 정도 유지하다 보면 평상시의 사용률은 20-30%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와 같은 유휴 잉여 성능과 용량을 다른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이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탄생한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 모델이다. 엄청난 규모의 전산기기를 도입해 자체 데이터센타를 유지하는 소유의 개념에서 이용의 개념으로 전환한 것이다. 데이터센타의 운영은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에 맡기고 사용자는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탄력적으로 용량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이용할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컴퓨팅파워 최적화를 이루는 셈이다. 한편 기기의 운영에 매달리기보다 컴퓨팅파워의 활용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결국 클라우드 컴퓨팅도 공유경제의 한 모델인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남이 사용하지 않을 때 나누어 타고, 자전거나 스쿠터를 필요할 때만 잠깐 타고, 잔여 주거 공간을 여행자들에게 일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사무실도 필요한 기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다.
소비의 천국인 미국에서 대부분의 공유경제 서비스가 출발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그 사회가 경제적 효율성에 매달린다는 방증이다.

개별 소유가 아니라 공유를 하면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가 후퇴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유 분만큼의 사용이 현실화 되면서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고 공유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유 자전거가 생기면서 개별 구매가 줄었을 지 몰라도 전체 자전거 이용이 엄청나게 늘어나 자전거 총판매가 늘어난 걸 목격할 수 있다. 포드, 현대 같은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자동차 공유서비스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물론 소비를 촉발 시켜 주택 가격이 인상되거나 기존 택시 기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등의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

결국 공유경제는 사장될 수도 있는, ‘파편화(fragment)’ 한 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우리 사회도 더 이상 소유에 집착하지 말고 공유를 일상화해야 한다. 창업회사들은 사무실, 서버, 가구 등의 구매 부담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며 혹시 사업이 여의치 않더라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주방, 육아공간, 서재 등의 공간도 공유 개념으로 전환하면 주거 규모도 줄이고 주택 구입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엄청난 돈을 치르고 자산을 소유하는 대신 사용료를 비용으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경제 활동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할 것 없이 공유방식으로 바꾸면 잠긴 자본을 활용해 조금 더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공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소유형 아파트에는 기껏 경비원만 필요하지만 공유형 아파트에는 공유 공간의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일자리를 10배까지 늘릴 수 있다. 이제 경제 활동을 제조, 판매가 아니라 공유서비스로 탈바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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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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