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가 카카오를 향한 구애전을 펼친다. SK텔레콤은 최근 카카오와 주식 교환을 통한 혈맹을 맺었지만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 KT와 LG유플러스의 카카오 구애작전이 본격화했다.

이통사는 카카오와 협력을 통해 부족한 플랫폼 역량을 채우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심산이다.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콘텐츠 등 분야에서 글로벌 IT 기업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과거 이통사와 카카오는 적군과 다름없었다. IT산업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모빌리티, 음원, 인공지능(AI) 등 곳곳에서 부딪쳤다. 하지만 소모적 경쟁보다는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미래 기술과 콘텐츠 영역에서 손잡는 사례가 많아졌다. 카카오와 손을 잡는 과정에서 이통사간 물고 물리는 치열한 사투가 벌어진다. 일부 분야에서 손을 잡았던 이통사는 카카오와 협력을 이유로 결별을 고하기도 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 각사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 각사 제공
이통3사 중 카카오에 가장 큰 애정을 쏟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글로벌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초협력에 나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삼성·카카오와 AI 협력에 대해 높은 단계(회사의 고위급)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카카오를 포함한 초협력 논의의 세부 그림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2019년 10월 SK텔레콤은 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분 맞교환이 이뤄졌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양사는 시너지협의체를 구성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협력의 첫 결과물로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VR게임 ‘프렌즈 VR월드’가 2월 중 출시될 예정이다.

카카오와 첫 VR 협력을 추진할 회사는 당초 SK텔레콤이 아닌 LG유플러스였다. 카카오와 LG유플러스는 2019년 7월 신규 VR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양사는 기술 및 콘텐츠 제휴로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VR 콘텐츠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사업 추진에 난색을 드러냈고 제휴는 무산됐다. 글로벌 VR 시장 진출 전략에서 양사의 생각이 달랐다.

SK텔레콤과 카카오의 VR 협력 논의는 2019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일찍부터 VR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한 양사의 니즈가 맞았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LG유플러스의 손을 놓고 SK텔레콤의 손을 잡은 셈이 됐다.

문현일 LG유플러스 모바일서비스2담당(왼쪽)과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사업부문 전무가 U+카카오내비 출시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 LG유플러스 제공
문현일 LG유플러스 모바일서비스2담당(왼쪽)과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사업부문 전무가 U+카카오내비 출시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2019년 11월 12일부터 카카오모빌리티와 ‘U+카카오내비’ 서비스를 출시했다. 같은해 9월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체결한 ‘5G 기반 미래 스마트 교통 분야 서비스’ 협력 MOU 이후 처음 내놓은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T맵을 견제하기 위해 2년 전 KT와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통합해 ‘원내비’를 출시했다. 하지만 T맵의 시장 지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LG유플러스는 ‘어제의 동지’ KT와 결별하고 카카오의 손을 잡았다. KT와 계약은 2019년 12월 31일로 만료됐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와 VR 협력에는 실패했지만 AI 기반 홈트레이닝 서비스 제휴로 체면을 세웠다. 4월까지 카카오VX의 스마트홈트 서비스를 독점 제공한다. 향후 카카오VX와 함께 스마트홈트 서비스를 영상 콘텐츠와 홈트레이닝 관련 용품, 식품 등 구매 및 제공이 가능한 오픈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KT·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가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T 제공
KT·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가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T 제공
KT도 카카오와 협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KT는 2019년 4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의 커넥티드카 플랫폼 ‘기가 드라이브’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플랫폼을 결합해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차량에서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IVI 단말을 개발하거나 차량 내 내비게이션에 카카오T를 연결하는 등 협력이 가능하다.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KT의 자율주행 및 차량관제 기술과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도 있다.

KT는 2019년 8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최대 주주인 스테이지파이브와도 5G·AI 등 미래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KT 무선 상품 가입 ▲카카오 계열사 보유 콘텐츠를 적용한 전용 5G 요금제 개발 ▲챗봇 등 AI 기술의 실제 서비스 도입 및 IoT 등 미래사업 발굴에 힘을 모은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카카오 5G 요금제’가 상반기 중 출시된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뮤직 등 카카오의 유료 콘텐츠를 할인 받을 수 있는 요금제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가 신규로 추진하는 미래 사업은 대부분 카카오와 겹치는데, 이는 반대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이통사와 카카오는 친구이자 적인 ‘프레너미(frenemy)’ 관계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