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질환이라는 분야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번 임상이 실패는 아니라고 본다. 이 업계에는 일부만 성공하고 다른 쪽은 실패하는 등 주평가지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한올바이오파마에 아쉬운 점은 가능성을 성공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런 특수성을 모르고 접근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손바닥 뒤집 듯 업체가 결과를 뒤집었다고 볼 수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임상 결과를 둘러싸고 업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국내 한 대학병원 임상센터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한올바이오파마가 임상결과 발표에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단어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애써 성공한 것처럼 표현할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정도만 했어도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없었다는 아쉬움이다.

안구질환 치료제 개발·허가 절차는 그의 말처럼 특수성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안구건조증 신약 개발이 어려운만큼, 여러 번 반복 임상을 허용한다. 단박의 결과를 요구하는 타 임상3상과 달리 예외를 둔다. 업계는 3차까지 부족한 부분을 수정 보완하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일부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사는 일반적으로 3회 이상 임상3상을 거쳤다.

주평가지표에서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두 번째 임상3상에서 주평가변수 설정을 하기 위한 명확한 근거는 확보했다는 한올바이오파마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증권가 역시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한올바이오파마의 단어 선택에 주목한다. 성공에서 실패로 말바꿈한 이유를 찾는다. 특히 주평가지표로 삼은 ICSS에서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성공을 논한 이유를 따진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잘못은 명백하다. 가능성을 성공으로 포장했다. 이번 임상에서 성공·실패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안구질환 분야 특수성을 설명하고 임상3-2상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발언을 했어야 했다. 가능성을 봤다고 표현했어야 한다. 당장 닥칠 비난과 단기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을 앞세워서는 안됐다. 오히려 투자자 혼란만 가중시키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만 나왔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난해 잇따른 악재에서 벗어나 올해는 본격 턴어라운드를 꿈꾼다. 임상 결과에 따른 비난이 두려워 가능성을 성공으로 치부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다음 도약을 위해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