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암호화폐(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하는 주무 담당조직을 재산세제과에서 소득세제과로 변경했다. 정부가 암호화폐 손익과 무관하게 최종 거래액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럴 경우 투자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기재부가 최종 거래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인 과세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국과 일본 과세방안을 쫒을 확률이 높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국내 법 개정 시 이들 국가 법안을 주로 벤치마킹해왔기 때문이다. IT조선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암호화폐 과세 동향을 살펴본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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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암호화폐로 발생한 수익은 무조건 과세"

가장 구체적인 과세 처리 방침을 내놓은 국가 중 하나는 미국이다. 미국 국세청(IRS)은 2014년 암호화폐 관련 활동에 따른 과세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놨다. 당시 업계는 지침은 나왔지만 명확한 기준점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IRS는 이후 미공인회계사협회(AICPA)와 협조해 암호화폐 채굴과 기부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과세 방침을 정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노력에 따라 가이드라인은 2019년 10월 구체화됐다.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암호화폐 매도 시 발생한 소득의 세금 계산 방법과 암호화폐 하드포크(hardfork·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다른 종류의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에 의해 발생한 수익 과세 등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달러 등 법정화폐로 환전 가능한 암호화폐만 세금을 매긴다. 1년간 200달러(약 23만원) 이상 거래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면 소득 신고는 필수다. 암호화폐를 이용해 다른 자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도 과세 대상이다.

IRS는 소득세 신고 양식도 개정했다. ‘2019년 암호화폐를 받고, 보내고, 교환하는 등 활동으로 금전적 이득을 봤느냐’는 질문 등 암호화폐 거래 관련 질문이 추가됐다. 이 외에도 ▲암호화폐를 획득한 날짜와 시각 ▲이 시점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적정 시장 가격 ▲각각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퍼분한 정확한 날짜와 시각 ▲처분한 시점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적정 가격과 이를 판매해 얻은 돈의 정확한 액수 등이다.

업계는 IRS가 암호화폐 매매로 발생한 수익에 탈세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최대 55% 세율 적용

일본에서는 암호화폐로 거둔 이익 중 절반을 세금으로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암호화폐 환전과 거래 규정 내용을 담은 ‘자금결산법’ 확정안을 발표했다.

확정안은 암호화폐 거래로 발생한 수익을 잡소득으로 분류했다. 암호화폐 매매로 연간 시세차익이 20만엔(약 200만원)을 웃돌면 최소 15%에서 최대 55%(주민세 10% 포함)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한다. 수익규모에 따라 비율은 다르다. 최대 세율 55%는 암호화폐 거래로 거둬들인 수익이 연 4000만엔(약 3억8000만원) 이상일 경우 적용된다.

이는 잡소득으로 분류되는 주식이나 외환선물에 적용되는 과세율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를 제외한 잡소득에 차익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20%를 적용한다. 일본 정부가 세율 예외 항목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만큼은 특례를 적용하지 않았다..

또 암호화폐 외에 다른 소득이 없고 시세차익이 38만엔(약 380만원)이 넘으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암호화폐 현금화와 암호화폐로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차익이 발생한 경우에도 모두 신고 대상이다. 일례로 1000만원을 내고 1비트코인(0.1비트코인당 100만원)을 구매한 뒤 이 중 0.1비트코인으로 300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했다면 200만원은 시세차익으로 계산해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다른 암호화폐로 갈아탈 때 차익이 생겨도 과세 대상이다. 암호화폐 채굴(마이닝)로 소득이 발생한 경우에도 전기요금 등 채굴에 들어간 비용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시세차익은 소득으로 간주된다.

암호화폐 거래 단속하는 중국, 과세안 없어

중국에는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과세안이 없다. 중국 정부가 2017년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규제당국은 당시 중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제 폐쇄 조치했다.

2018년 초에는 중국 정부가 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단속에 나섰다. 중국에서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하게 된 이유다. 일례로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 알리바바의 디지털 결제 자회사 알리페이는 규제 이슈로 암호화폐 관련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리걸인사이트는 이와 관련해 "중국 국세청에는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일일히 모니터링하는 인프라가 없다"며 "중국 국세청이 암호화폐 차익에 세금을 징수한 사례도 아직 없다"고 했다.

이 업체는 결국 중국도 결국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과세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중국 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만큼 모르쇠 정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암호화폐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이들을 상대로 언젠가는 과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상 암호화폐 차익에 따른 세금 부과는 아직은 어려울 전망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