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07)닌자 액션과 로봇의 결합 '닌자전사 토비카게'

입력 2020.01.25 17:17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5년작 애니 ‘닌자전사 토비카게(忍者戦士 飛影)’는 한국에서는 12년뒤인 1997년 MBC방송국을 통해 ‘슈퍼K’란 이름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MBC가 방영한 ‘슈퍼K’는 당시 일본문화에 대한 좋지않은 사회적 시각 탓에 닌자 복장의 주인공 기체 토비카게 등장 장면은 물론 전투 장면까지 통째로 삭제되는 등 본래 콘텐츠가 온전히 소개되지 못했다.

토비카게가 한국에서 인지도를 얻은 것은 김청기 감독작 ‘외계에서 온 우뢰매' 영향이 크다. 영화에 등장한 우뢰매가 토비카게의 변신로봇 ‘봉뢰응(호우라이오·鳳雷鷹)’ 디자인을 카피했기 때문이다.

닌자전사 토비카게 일러스트. / 피에로 제공
1986년작 '외계에서 온 우뢰매'는 당시 4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인기작이다. 영화 우뢰매 시리즈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모두 9편이 제작됐다. 변신로봇 우뢰매는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디자인이 매번 변경됐다. 우뢰매 시리즈 주인공인 '에스퍼맨'은 당시 인기 개그맨 '심형래'가 연기했다.

닌자전사 토비카게 속 변신로봇 ‘봉뢰응' 초합금 액션 피규어. / 반다이스피리츠 제공
초합금 ‘봉뢰응'. / 반다이스피리츠 제공
참고로, 우뢰매는 제작자인 김청기 감독과 서울동화프로덕션에 근무했던 김 감독의 친동생 간에 판권 소유자 문제로 소송이 오간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4민사부는 2018년 우뢰매의 주인은 ‘김청기 감독’이라고 판결했다. 김청기 감독과 피규어뮤지엄W는 우뢰매 관련 사업을 위해 계약을 체결하고, 우뢰매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을 추진한 바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1988년 극장 개봉된 ‘우뢰매 파이브(5)’ 속 로봇 ‘뉴머신 우뢰매’를 바탕으로 피규어를 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마트가 우뢰매 1편이 아닌 5편에 등장했던 로봇을 피규어로 만든 까닭은 1편 속 우뢰매 변신로봇이 일본 애니메이션 토비카게 속 ‘봉뢰응’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한 탓에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 닌자 액션과 로봇의 결합

닌자전사 토비카게는 닌자를 ‘전설 속 전사'로 위치시키고 일본의 닌자 이야기를 SF와 로봇 애니메이션에 융합시킨 작품이다. 같은 시기에 일본 현지 방영된 ‘푸른유성SPT 레이즈너'와는 ‘화성'을 무대로 삼고 있다는 점, 주인공 성우가 동일하다는 점 등 공통점을 보인다.

토비카게 이야기는 우주정복을 꿈꾸는 ‘더 붐군단'이 라드리오성을 침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라드리오는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에서 3만광년 떨어진 세마성계(シェーマ星系)에 위치한 행성이다.

로미나 라드리오 공주. / 야후재팬 갈무리
라드리오 행성의 공주 ‘로미나'는 자신의 별에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온 다른 별 전사 ‘닌자'의 힘을 얻기 위해 우주선 엘샹크에 몸을 싣고 지구로 향한다. 로미나 공주가 향한 지구는 서력 2200년을 맞이했고, 인류가 지구를 떠나 달과 화성으로 이주를 시작한 때다.

16살 주인공 소년 ‘죠 마야'는 더 붐군단과 로미나 공주가 탄 엘샹크의 전투를 목격하고, 엘샹크에 수납돼 있던 로봇 흑사자(黒獅子)에 올라타 더 붐군단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지만 위험에 빠지고 만다. 이 때 닌자 모양을 한 로봇 ‘토비카게'가 나타나 흑사자와 합체한 뒤, 엘샹크를 습격했던 적을 격퇴한다.

주인공 죠는 이야기 초반 흑사자에 탑승하지만, 스토리 중반부부터는 토비카게에 탑승해 더 붐군단을 상대로 싸우게 된다.

토비카게. / 야후재팬 갈무리
참고로, 애니메이션에는 ▲토비카게(飛影) ▲흑사자(黒獅子) ▲수마(獣魔) ▲봉뢰응(鳳雷鷹) ▲공마(空魔) ▲폭룡(爆竜) ▲해마(海魔) 등 7가지 형태의 로봇이 등장한다.

메인 기체인 토비카게는 라드리오 행성 주민들이 닌자의 능력과 모양을 본떠 만든 로봇으로 흑사자와 봉뢰응, 폭룡과 각각 합체할 수 있다. 토비카게는 합체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채로운 무기와 액션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주인공 죠가 처음으로 탑승하는 흑사자는 사실 노란색 사자로봇에 가깝다. 하지만 토비카게와 합체하는 것으로 빠른 순발력과 기동력을 갖춘 인간형 로봇 ‘수마'로 변신한다.

우뢰매가 디자인을 표절한 로봇 ‘봉뢰응'은 독수리 모양에서 인간형으로 변신할 수 있는 로봇이다. 토비카게와 합체하면 ‘공마 봉뢰응'으로 변신한다.

폭룡은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마이크가 조종하는 파란색 로봇이다. 토비카게와 합체하면 용 모양 로봇인 ‘해마폭룡'으로 변신한다.

애니메이션 닌자전사 토비카게는 잘 그려진 그림과 연출로 지금도 많은 로봇애니 마니아들 사이서 인기가 높지만, 방영 당시에는 장난감 등 관련 상품이 잘 팔리지 않아 43화로 조기종영된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 때문일까.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피에로는 토비카게를 끝으로 로봇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않았다.

일본 장난감 업계에 따르면 토비카게 장난감은 악성재고 취급을 받는 등 상품 판매가 저조했다. 1992년 애니메이션 ‘유유백서'가 인기를 끌자 작품 속 캐릭터 히에이(飛影)와 한자가 똑같은 토비카게(飛影) 상품을 잘못 발주한 매장에서 재고처리를 위해 광고를 내보내는 등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닌자전사 토비카게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애니메이션 제작은 ‘독수리오형제2(갓차맨2)’, ‘신조인간 캐산', ‘이상한 나라의 폴(폴의 미라클 대작전)’ 등의 작품에서 연출을 담당한 ‘누노카와 유우지(布川ゆうじ)’가 맡았다. 누노카와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피에로 창업자이기도 하다. 총감독은 ‘SF서유기 스타징가' 등의 작품을 만든 ‘안노 마사미(案納正美)’다.

캐릭터 디자인은 ‘무적철인 타이탄3’, ‘미래경찰 우라시맨' 등을 만든 카토 시게루(加藤茂)가 담당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카토가 그린 로미나 공주와 레니가 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히라노 토시키(平野俊貴)’가 추가로 캐릭터 디자인에 참가했다. 히라노는 ‘닥터 슬럼프', ‘마법기사 레이어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변덕쟁이 오렌지로드' 등의 작품에서 작화감독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메카닉 디자인은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와 ‘오오하타 코우이치(大畑晃一)’가 맡았다. 모리키는 토비카게 이후 ‘레이어스'와 ‘나데시코', ‘버추어 파이터' 등의 작품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다. 오오하타는 ‘광속전신 아르베가스', ‘제타건담', ‘초음전사 보그맨', ‘톱을 노려라' 등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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