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승부수를 던졌다. 경영 정상화 일환으로 준비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를 연초 발빠르게 공개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에서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전략형 SUV다. 한국GM은 이 신차로 최근 세분화되는 소형~준중형 SUV 시장을 정조준했다. 젊은 소비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성능,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편의품목으로 중무장했다. 인천 송도와 경기도 김포 일대에서 신차의 상품성을 살펴봤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한국GM 제공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한국GM 제공
국내 최초 스마트폰 무선연결
조명으로 정교함 더한 핸즈프리 리프트게이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무선충전 및 무선연결 기능을 제공한다. / 안효문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무선충전 및 무선연결 기능을 제공한다. / 안효문 기자
스마트기기 보급률이 높아졌다. 자동차와 휴대기기 사이의 연결성이 상품성 척도로 직결되는 시대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케이블이 없어도 무선으로 스마트폰 등을 연동하는 무선 연결기능을 동급 치초로 적용했다. 차에 타서 무선충전 수납공간에 전화기를 놓기만 하면 애플 카플레이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무선충전기가 있어도 케이블을 챙겨야하는 다른 차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안드로이드 오토의 경우 구글의 정책에 따라 1분기 중 적용될 예정이다.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는 최근 국산차에서도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편의품목이다.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도 차 바닥에 발을 슬쩍 대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기능이다. 쉐보레는 여기에 프로젝션 기능을 더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사용자가 정확한 위치에 발을 놓을 수 있도록 브랜드 트레이드마크인 보타이를 조명 형태로 비춰준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 시연장면. / 안효문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 시연장면. / 안효문 기자
다양한·편의안전품목은 국내 쉐보레 라인업은 물론 경쟁차들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차선이탈경고와 차선유지보조, 전방충돌경고, 전방거리감지, 전방보행자감지 및 제동, 저속자동긴급제동 등을 기본 적용했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정숙한 실내 환경을 제공해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 상황에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을 닫아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에어로 셔터, 7스피커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도 선택품목으로 준비했다.

차선이탈경고와 차선유지보조에서 쉐보레 브랜드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 차선 안에서도 좌우 움직임이 꽤 큰 편이다. 대신 반응속도는 빠르다. 차선유지보조를 편의품목이 아니라 안전장치로 접근해서다. 최근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적용이 확대되면서 차선유지보조를 안전보다 편의품목으로 인식하는 운전자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레벨4 자율주행차가 아닌 이상 운전의 주도권은 사람에게 있다.

미국차 선입견 씻어줄 라이트사이징 기술
9단 변속기와 AWD 등 궁합 ‘합격점'

시승차의 파워트레인은 ‘E-터보'로 불리는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전자식 AWD 등을 탑재했다. 최고 156마력, 최대 24.1㎏.m의 성능을 내는 조합이다. 효율은 복합 리터당 11.6㎞다. 3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아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엔진룸. / 안효문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엔진룸. / 안효문 기자
‘E-터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트레일블레이저의 가솔린엔진은 전동화 기술로 성능과 효율을 개선했다. 워터펌프와 웨이스트게이트 시스템, 브레이크 부스터 등을 전자식으로 대체하고, 터보차저와 초정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로 연료소모를 줄였다. GM은 단순히 배기량을 줄인 ‘다운사이징'을 넘어서 최적화를 꾀했다는 의미로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35리터 가솔린 터보는 앞서 중형세단 말리부에 적용한 것이다. 트레일블레이저에서는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배기량 터보의 단점인 진동소음이 체감할 정도로 개선됐다. 고회전 구간에서 엔진 회전질감도 정교하게 조정됐다. ‘깡깡'대는 듯한 불쾌함이 아니라 경쾌한 속도감을 전달한다. 고속주행 시에도 생각보다 저rpm을 활용한다. 순간 펀치력도 크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말리부보다 오히려 트레일블레이저에 1.35리터 가솔린 터보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주행장면. / 한국GM 제공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주행장면. / 한국GM 제공
쉐보레의 단단한 차체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차체는 기가스틸 22%를 포함한 78%의 고장력·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강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설계 단계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GM의 첨단 설계 프로세스 ‘스마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해 정교한 무게배분을 실현했다.

튼튼한 뼈대는 안전 이상의 혜택을 운전자가 제공한다. 실내는 한층 조용해지고, 운전의 재미는 늘어난다. 차가 안정적으로 움직여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SUV지만 꽤나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줬다. 급격한 회전구간도 불안감 없이 통과했다. 운전이 한층 쉽고 재밌게 느껴졌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해 스포츠모드도 마련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체커기 버튼을 누르면 스포츠모드가 활성화된다. 스티어링휠이 묵직해지고 기어 변속 타이밍이 앞당겨진다.

전륜구동 기반에 AWD 모드를 마련했다. 노면상태나 주행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을 자동 배분해 안정감을 높여주는 기능이다.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겨냥했다기엔 무리가 있지만, 일상 주행에서 안정성을 높여주기엔 충분하다.

세가지 디자인으로 다양한 선택지 제공
RS, 스포츠카 연상케 하는 날렵함이 매력

차 크기는 길이 4425㎜, 너비 1810㎜, 높이 1660㎜, 휠베이스 2640㎜ 등이다. 소형 SUV 분류하기엔 조금은 크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C세그먼트 SUV로 정의했다. 소형 SUV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한차급 위 세그먼트까지 아우르겠다는 의미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안효문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안효문 기자
한 제품에서 세가지 디자인 테마를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기본형 외에도 SUV 본연의 강건함을 강조한 액티브(ACTIV), 역동성에 방점을 찍은 RS 등이 준비됐다.

시승차는 RS다. 랠리 스포츠(Rally Sports) 딴 이름이다. 레이싱카를 연상케하는 날렵한 디자인 요소를 차 곳곳에 적용했다. 다크 크롬 그릴과 RS 전용 포인트 레터링, 블랙 보타이, 바디 사이드 몰딩, 카본 패턴을 적용한 스키드플레이트, RS 전용 18인치 알로이 휠, 후면의 버티컬 리플렉터와 라운드 타입 듀얼 머플러 팁 등으로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 D컷 스티어링 휠과 RS 전용 계기판, 레드 스티치 장식 등 실내에도 세심한 디자인 요소를 배치했다.

국내 생산이 반가운 신형 SUV
내수 수출 두마리 토끼 잡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안효문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안효문 기자
디자인부터 상품구성까지 한국GM이 들인 공이 느껴진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바쁜 걸음을 걷는 한국GM이 트레일블레이저에 거는 기대도 크다. 내수는 물론 수출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줘야하는 차가 트레일블레이저다. 세간에서 다양한 차들과 트레일블레이저를 비교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차가 아우르는 상품성의 범위가 넓다는 방증일 것이다. 사전계약을 거쳐 2월 중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RS의 가격은 26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