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이 신한은행을 상대로 라이선스 사용 위반이라며 비용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관련업계는 오라클이 이례적으로 현 고객사를 상대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는다. 향후 두 기업간 다툼에 업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28일 한국오라클과 신한은행 등에 따르면 오라클은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신한은행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신한은행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무단으로 사용했으며 라이선스를 위반한만큼 비용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오라클이 신한은행에 요구한 비용은 4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ULA 계약이 이유…"신한은행이 과하게 쌓아두려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까지 오라클 DBMS를 무제한라이선스계약(ULA, unlimited licensing agreement)’으로 사용해 왔다. ULA 계약은 서버를 증설하거나 신규 프로그램을 도입하더라도 용량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 계약 종료부터는 종량제로 전환된다.

문제는 신한은행이 ULA 종료 직전 실제 사용하지 않은 서버에 DB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계약 종료 직전 DBMS를 남는 서버에 쌓아둔 셈이다.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고객사가 요구할 경우 적정선까지는 암묵적으로 설치하는 걸 눈감아줬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과하게 쌓은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라클은 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진행 사안을 따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원만하게 합의를 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오라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협업담당자들은 사태가 확대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원만하게 합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설명했다.

라이선스 갈등, 어제 오늘 일 아니다

오라클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라이선스 위반을 이유로 법정 다툼을 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오라클은 서울 시내 유명 사립대는 물론 국내 증권사들에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다며 변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차이점은 과거 고객들은 티맥스나 오픈소스 등으로 솔루션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ULA 계약을 종량제로 변경했다며 내용증명을 보내기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라클 이번 조치는 다소 이례적이다"라며 "매출 감소를 막기위한 조치가 아닐까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신한은행이 탈오라클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닌 만큼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비용절감이나 디지털 전환 등을 이유로 오라클을 떠나거나 오라클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신한은행 역시 비용 절감을 이유로 라이선스 계약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 동안 라이선스 매출이 높던 오라클에는 큰 타격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계약을 변경하면서 너무 크게 비용절감에 들어간게 아닐까 싶다"며 "국내외에서 솔루션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오라클이 할당된 매출을 메우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