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회복 기미를 보이던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미 일부 대기업은 ‘출장 금지’를 내리는 등 조치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여파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중국이 우리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소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28일 코스피와 코스닥 주가는 3% 가량 폭락했다.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크다. 현지 생산라인 폐쇄에 따른 공급 차질로 인한 기회 상실은 물론 내수경기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부 차원에서의 철저한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출장 금지 등 일부 기업 비상대응 착수

대기업들은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사태를 적지 않은 문제로 보고 있다. LG그룹 계열사가 가장 적극 대응중이다. LG전자와 LG화학은 28일부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국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출장자도 최대한 서둘러 복귀하도록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출장 최소화에 나섰다.

중국 후베이성에 위치한 마스크 및 의료장비 제조라인 모습. 현지 매체는 초과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자료 차이나뉴스닷컴
중국 후베이성에 위치한 마스크 및 의료장비 제조라인 모습. 현지 매체는 초과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자료 차이나뉴스닷컴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공장이 있는 SK종합화학은 이미 주재원을 모두 철수시켰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출장자나 주재원이 귀국시 10일간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위험단계 하향시까지 국내 체류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사태를 예의주시중이다. 양사는 국내외 지점 등에 정부 대응지침 등을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실무자선에서 사태 악화를 대비한 실무자선의 TF를 운영중이며, 현대차도 특이사항 발생시 상황전파를 위한 리스크관리채널을 가동할 계획이다.

사태 장기화시 ‘중국 공장 폐쇄’ 우려도 나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피해를 완전히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이미 회복세를 보이던 한중 교류가 다시 경색국면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문병기 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출장 금지는 감염을 우려한 조치로 생산라인 중단 이슈가 아닌만큼 거래 취소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사드 배치 이슈로 불거진 한국 혐한령으로 인한 관광 중단이 이제 다시 살아나려는 시점이어서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시점에서 주재원 철수나 현지 출장 취소 피해는 거의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현지 생산인력 위주로 라인이 돌아가고 있어서 단기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시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스스로를 격리하는 ‘사회 격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여행을 시작으로 숙박, 음식, 도소매가 줄줄이 위축된다.

중국에서는 시장 수요 측면도 있지만 우리 기업 생산라인 중단 여파가 우려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공장폐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사태별로 시나리오를 수립해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