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5G 통신망 구축사업에 중국 화웨이 장비 일부 허용을 결정한 영국 정부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부 미 상원의원은 영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60년간 지속된 서방 정보교류협정의 균열 가능성도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각) BBC 방송,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해 5G 통신에 사용할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주요 장비 공급사로 화웨이, 삼성전자, ZTE, 노키아, 에릭슨 등을 선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조선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조선일보DB
영국 정부는 화웨이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고위험 공급업체의 경우 중대 국가 인프라 보안 또는 보안 관련 네트워크에서 배제한다. 통신 네트워크 중 민감하고 중요한 핵심 분야인 코어망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핵시설이나 군사기지 등 민감한 곳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 등을 직접 연결하는 기지국 등 비핵심 분야에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다만 한 장비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35%를 넘어서는 안된다. 사이버 범죄나 특정 국가 주도의 사이버 공격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화웨이는 영국 정부의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는 공식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가 내린 결정은 영국이 미래에 보다 발전적이고 안전하며 효용 높은 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다"라며 "화웨이는 영국이 세계 최고 기술을 활용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영국의 결정을 확인한 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28일 AFP통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메일 논평을 통해 "미국은 영국의 결정에 실망했다"며 "신뢰할 수 없는 업체가 5G 네트워크의 일부를 통제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톰 코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도 "영국은 브뤼셀(EU)로부터 벗어났지만, 자주권을 베이징(중국)에 넘겨준 것이 아닌지 두렵다"며 "미국은 영국과의 정보공유를 중단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NSC 결정이 임박한 24일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를 했다. 13일에는 매슈 포틴저 NSC 부보좌관 등을 포함한 대규모 대표단을 영국에 보내 화웨이 장비의 배제를 압박했다.

미국과 영국은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으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한다.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도입을 승인할 경우 60년간 지속된 서방 정보교류협정에 균열이 갈 수 있다.

존슨 총리는 NSC를 앞둔 27일 "5G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비자 이익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요 인프라와 안보, 정보강대국들과 협력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