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리타 살람 리서치 부사장은 데이터 및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부 의사 결정에서부터 지속적 지능화, 데이터 책임자 임명 등 다방면에 데이터 및 데이터 분석이 활용되는 것이 증거다. 필자도 지금까지 예술 시장 및 예술품 관련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최근 한국에 경매 거래된 예술품의 데이터를 모으는 회사가 탄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함께 만든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 뉴시스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만든 ‘K-Artprice’이다. 두곳 모두 예술품 경매 거래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 DataBase)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1970년 후반부터 세계 예술품 거래 데이터를 모으는 회사가 생겼다. 늦었다고는 해도, 한국에서 예술품의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기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국 예술품 데이터 수집 회사 두 곳의 행보 가운데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두곳 모두 예술품 DB를 ‘엑셀 시트에 거래 자료를 나열, 기록하는 것’으로, 단순한 시각으로 보고 있어서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에 예술계의 데이터를 적용하려면, 거래 자료 수준인 부실한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삼성전자의 ‘주식 정보’를 검색해보라. 단숨에 티커, 거래량과 거래대금, 주기별 선·봉차트 등이 나온다. 기업실적분석은 물론 동일업종비교도 볼 수 있다.

예술품 DB에도 이 정도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거래 기록은 기본이고 거래량 및 고유번호, 주기별 차트와 작품 분석, 연관 작품 비교 등 상세 정보를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장을 분석하려면 정형화되지 않은, 산재된 자료를 DB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 예술품 데이터 수집 회사가 수집한 것은 DB라기보다는, 경매 거래 자료를 모은 ‘데이터 집합물’ 수준이다. 이래서야 데이터 분석의 장점을 누릴 수 없다.

한국 예술품 및 예술 시장 DB는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DB는 ‘보여주기식’에 그친 채, 지금처럼 그저 보기만 좋은 UI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서는 안된다.

제대로 된 DB가 구축돼야 시장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한국 예술 시장 분석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그에 걸맞는 양질의 DB를 구축하는 전문 회사 혹은 기관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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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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