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시대 변화와 국가 규모에 걸맞는 정책이 아쉽다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02.03 06:00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여러 사업과 서비스들이 자리 잡으면서 대한민국은 IT 강국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보통신 역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은 그 이전에 80년대에 이뤄진 디지털전화교환기 개발과 5대 국가전산망 구축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교환기를 보급하기 전에 백색전화, 청색전화가 있었다. 전화선 하나가 웬만한 전세금 정도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부의 상징이었다. 전화기가 있는 이웃집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전화를 받기도 했다. 교환원이 있던 시기이니 영어를 할 수 있는 국제교환원은 고수입 직종에 속하기도 했다.
    전화보급률이 국가 발전의 바로미터로 쓰인 시기다. 기술전수를 받는 수준이었지만 디지털교환기의 개발은 모든 가정에 전화가 보급되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또 하나의 사건은 모든 기관이 개별적으로 전산화를 추진하던 시기에 최초로 국가 기간망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근간으로 발전한 행정, 금융, 국방, 교육, 과학기술연구 망이 그 것들이다. 행정전산망을 위해 데이콤, 금융전산망을 위해 금융결제원 같은 기업이나 조직을 설립했다. 되돌아 보면 이런 혁신적인 큰 변화가 국가를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이다.
    그에 앞서 60~80년대에는 다섯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있었다. 중화학 기반의 산업국가로 발돋움하고 그 뒷받침을 위한 사회인프라(SoC)를 갖추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자본, 인력, 기술, 경험이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고 발전시켜 왔는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세계에 불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에 맞추어 국가의 모든 부분을 디지털 기반으로 재편하고 그에 부합하는 사회로 혁신할 할 시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돈을 퍼부어 가며 혁신한다는 데 진행되는 건 별로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정부가 민간에서 진행되는 혁신을 가로막고 사회적 갈등마저 조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60~80년대에 했던 것처럼 국가를 트랜스포메이션 할 비전과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 그림이 안 보인다.
    모든 게 부족한 시절에도 해낸 일을 지금은 왜 못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 시절 공무원들이 더 우수했고 그들을 믿고 맡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독재 정권에서 국가의 장기적인 구상이 더 가능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민주화 이후에 오히려 국가 미래가 아니라 권력 쟁취에 매달렸기 때문이 아닌 가 싶기도 하다. 이런 정치권 관행을 공무원들은 제어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대통령도 직접 설득했다는 선배들에 비해 능력이 달린다는 얘기를 듣는다. 사업을 위해 시류를 좇았다는 정주영회장의 말처럼 공무원들도 시류를 좇는 지경이다.
    국가 미래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까. 교육 현장을 어떻게 바꿀까. 미래를 짊어질 기업을 어떻게 키울까. 미래 일의 형태 변화에 따라 어떤 노동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 국가 경쟁력과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까. 금융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100세 시대의 삶은 어찌 달라질까. 미래를 대비나 하고 있는 건지 끝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더구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이어야 한다. 이제 중소기업이 미래를 짊어져야 한다며 대기업에 여러 제약을 가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시켰고 유니콘기업 수가 11개로 늘었다고 자랑이다.
    정작 이 기업들은 외국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으로 등극했다. 그 수도 미국 210개와 중국 102개에 비해, 전체 기업가치도 40조원 정도로 미 중의 2000조원에 비해 초라하다. 애플, 구글,아마존 등의 기업 가치가 각각 1000조원이 넘어 우리나라의 대표기업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3배에 가깝다.
    중소벤처 창업을 공정하게 지원한다며 국가 재원을 두루두루 나누어 주듯 낭비할 일이 아니다. 민간에서 싹튼 창의적 기업들을 가로막지 말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획기적으로 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작 클 수 있는 벤처기업은 규제에 막혀 외국으로 나간다. 자본은 외국에서 수혈 받는다. 의미있게 커가는 벤처회사는 이미 외국 자본의 손 안에 있는 꼴이다.
    시대의 변화와 국가의 규모에 걸 맞는 정책이 정말 아쉽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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