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게임 업계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극한의 수 싸움’ 내세운 카드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 리뷰
LOL 세계관 챔피언, 지역 등장하는 것이 특징…화려한 이펙트 ‘눈길’
게임 플레이서 무작위성 배제…랜덤 카드팩 대신 진척도 카드 획득
세밀한 수싸움 주고받는 탓에 ‘하스스톤’보다 템포 다소 느린 느낌
‘무작위성’이라는 핵심요소 건드린 만큼 ‘히오스’ 전철 밟지 않아야

카드 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2019년 10월 16일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회사는 첫 공개 이후 2019년에만 두 차례 사전 체험을 진행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원래 2020년 1분기 중에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건너 뛰고 공개 테스트를 시작했다.

‘제드’ 챔피언 카드가 레벨업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제드’ 챔피언 카드가 레벨업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리그 오브 레전드’의 룬테라 세계관을 활용했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이 카드로 등장해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이들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레벨업’해 강해지고, 특수 능력을 얻게 된다.

특수 능력은 게임의 판도를 뒤집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경우도 많다. 럭스로 매우 강력한 주문 ‘최후의 섬광’을 발사하거나 치고 빠지기에 능한, 카타리나·제드 등 챔피언 카드를 활용해 적을 교란하며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맛이 쏠쏠하다. 게임의 전반적인 이펙트도 화려하지만, 특히 챔피언이 레벨업하거나 주문을 사용할 때는 정말 화려한 이펙트를 감상할 수 있다.

룬테라 세계관의 여섯 지역(필트오버·자운, 데마시아, 녹서스, 그림자 군도, 아이오니아, 프렐요드)는 특색있는 카드를 갖췄다. 여섯 지역 중 최대 두 개를 선택해 카드 덱을 구성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10년이 넘는 긴 시간 사랑받은 게임이므로, 익숙한 지식재산권(IP)를 활용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징크스 카드를 레벨업 시키는 모습. 레벨업 이펙트로 화려한 그래피티가 화면에 뿌려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전체적으로 화려한 이펙트를 마련한 게임이다. / IT조선 DB
징크스 카드를 레벨업 시키는 모습. 레벨업 이펙트로 화려한 그래피티가 화면에 뿌려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전체적으로 화려한 이펙트를 마련한 게임이다. / IT조선 DB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작위성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카드를 획득할 때 ‘무작위 카드팩’을 열 필요도 없다. 무·소과금 이용자가 게임에 접근하기 유리하다. 이용자는 진척도에 따라 각 지역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어떤 지역 카드를 먼저 획득할지는 이용자 선택에 달렸다.

게임 플레이면에서도 무작위성을 빼려 노력했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카드 게임 장르를 일명 ‘운빨 망겜’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 덱을 놓고 무작위로 뽑는다는 기본 규칙은 물론, 카드 효과 중에서도 실제 발동하기 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 운이 승부를 가르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스스톤의 유행어 중 좋은 카드를 뽑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나온 ‘오른쪽 메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 놓고 ‘신’의 선택을 기다린다는 일명 ‘기도메타’ 모두 카드게임의 무작위성에서 비롯됐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모든 카드는 무작위성을 배제한, '정직한' 능력치를 보유했다. 이 덕에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 바로 ‘예언자의 눈’이다. 이용자는 자신의 차례를 마치기 전, 예언자의 눈에 마우스를 올려 실제 전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는 행동을 마치기 전에 ‘예언자의 눈’으로 자신과 상대의 선택이 게임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 IT조선 DB
이용자는 행동을 마치기 전에 ‘예언자의 눈’으로 자신과 상대의 선택이 게임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 IT조선 DB
이 게임은 기본적인 게임 규칙에서부터 수를 주고받는 묘미를 살리려 노력했다. 실력이 개입할 여지를 늘렸다는 이야기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하스스톤처럼 각자 턴을 ‘하고 싶은 것을 다 한 뒤’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카드를 한 장씩 번갈아 가며 내야 한다. 공격 토큰이 있는 쪽은 자신의 차례에 중에 적을 공격할 권리가 있고, 공격 필드에 유닛을 내면 공격할 수 있다.

방어하는 쪽은 그저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이 아니라, 적의 행동에 대처할 수 있다. 공격 측이 먼저 필드에 유닛을 올리면, 이를 보고 방어측이 방어 유닛을 꺼낼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유닛을 교환할 수 있다.

핸드에서 카드를 낸 뒤, 공격하기 위해서는 필드에 나간 유닛을 다시 한 번 공격 필드에 옮겨야 한다. 공격 측이 공격 내용을 결정하면, 방어측은 이를 보고 대응하게 된다. / 오시영 기자
핸드에서 카드를 낸 뒤, 공격하기 위해서는 필드에 나간 유닛을 다시 한 번 공격 필드에 옮겨야 한다. 공격 측이 공격 내용을 결정하면, 방어측은 이를 보고 대응하게 된다. / 오시영 기자
여기에 변수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주문 카드다. 전투 중에 발동할 수 없고, ‘신속’은 언제든지 쓸 수 있지만, 적이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주문이다. ‘집중’은 집중 주문은 전투 중 발동·신속 주문 대응이 불가능하다. ‘즉발’은 이름 그대로 적이 대응할 수 없는 주문이다.

적의 공격은 물론, 주문 사용도 받아칠 여지가 있으므로, 카드를 한 장 낼 때마다 치열하게 서로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기 위해 계산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적의 말도 안되는 연계에 당해 완전히 손 놓고 포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불리해도 손해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덕에 두뇌 싸움을 좋아하는 이용자가 즐기기 적합하다.

피가 1 남은 ‘선봉대 병장’을 적이 ‘신속’ 주문으로 1 피해를 줘 제거하려고 한다면, 즉발 주문인 ‘빛의 일격’으로 체력을 일시적으로 늘려 살릴 수 있다. / 오시영 기자
피가 1 남은 ‘선봉대 병장’을 적이 ‘신속’ 주문으로 1 피해를 줘 제거하려고 한다면, 즉발 주문인 ‘빛의 일격’으로 체력을 일시적으로 늘려 살릴 수 있다. / 오시영 기자
사실 가장 대중적인 온라인 카드게임 중 하나인 하스스톤을 빼고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논하기는 힘들다. 2014년부터 서비스한 만큼 게임에 관심 있는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플레이해 봤음직 하다.

실제로 일부 이용자는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롤스스톤’, ‘협곡스톤’이라고 부를 정도다. 기자도 카드게임 장르에 하스스톤으로 입문해 ‘전설 등급’을 달성할 정도로 한때 열을 올렸다.

공성전(AOS, MOBA) 장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비록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확고한 지위를 얻은 이후에는 이 게임이 곧 장르의 문법을 만들어나가는 모양새가 됐다. 다만 리그 오브 레전드가 나올 당시 스탠드얼론 공성전 게임은 이제 막 시작해 ‘출발 지점’에서 겨루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카드 게임 장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 장르는 실물 카드 게임부터 이어진 유구한 전통이 있는데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이미 많은 게임이 나왔다. 이 탓에 같은 장르 게임과 너무 빼다박지 않으면서도 너무 다르거나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어도 안된다.

블리자드가 2014년 출시한 카드게임 하스스톤은 온라인 카드게임 장르에서는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작품 중 하나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 입장에서는 주요 경쟁작인 셈이다. / 오시영 기자
블리자드가 2014년 출시한 카드게임 하스스톤은 온라인 카드게임 장르에서는 대중성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작품 중 하나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 입장에서는 주요 경쟁작인 셈이다. / 오시영 기자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선배 게임으로부터 좋은 요소를 많이 참고해 만든 느낌이 든다. 턴마다 마나를 획득하는 방식은 하스스톤, 카드를 ‘진화’시킨다는 점에서는 섀도우버스, 공격 단계, 방어 단계를 나눠 한 턴씩 번갈아 진행한다는 점은 매직 더 개더링이 떠오른다.

원래 즐기던 게임 경험에 비춰 새 게임을 비교하는 것은 게임 이용자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최근 가장 대중적으로 어필했던 작품인 하스스톤을 즐기던 이용자가 넘어온 경우 이런 시스템, 카드를 한 장씩 번갈아가며 수를 주고받는 것이 다소 ‘답답하다’거나 ‘느리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하스스톤에서는 다소 제약은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맘대로 하던 것(공격)’을 룬테라에서는 ‘적의 간섭(방어)’ 속에서만 할 수 있으니 심정적으로도 답답하고, 카드 한 장을 낼 때마다 적의 수를 읽고, 받아쳐야 하니 생각하는 시간도 아무래도 늘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스스톤에서 체력이 2남은 절망적인 상황, 대표적인 무작위성 카드 ‘희망의 끝 요그사론’을 내려고 준비하는 이용자의 모습. 요그사론은 한 게임에서 이용자가 사용한 주문 개수만큼 무작위 대상에게 무작위 주문을 난사하는 카드로, 출시 당시에는 운만 좋으면 거의 다 진 게임을 뒤집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갖췄다. / 침착맨 유튜브 갈무리
하스스톤에서 체력이 2남은 절망적인 상황, 대표적인 무작위성 카드 ‘희망의 끝 요그사론’을 내려고 준비하는 이용자의 모습. 요그사론은 한 게임에서 이용자가 사용한 주문 개수만큼 무작위 대상에게 무작위 주문을 난사하는 카드로, 출시 당시에는 운만 좋으면 거의 다 진 게임을 뒤집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갖췄다. / 침착맨 유튜브 갈무리
무작위성이 없다는 점도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여지가 있다. 물론 카드게임에서는 무작위성으로 인해 게임을 진 이용자가 ‘이게 게임이냐’며 울분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작위성이 카드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 요소중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보는 맛이 부족하다’는 일부 이용자의 목소리는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무작위 요소로 악명 높은 하스스톤 카드 ‘요그사론’의 경우, 이펙트가 화려해서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상못한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면서 보게 된다. 이는 무작위성의 순기능이다.

다른 장르에서도 이렇게 기존 게임에서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요소를 제거한 사례가 있다. 공교롭게도 라이엇게임즈의 대표작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장르 게임인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그렇다.

이 게임은 소위 말하는 ‘막타 스트레스’를 없애고자 재화를 없애고, 팀원이 경험치를 공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독특한 시스템 탓에 ‘공산주의 게임’이라고 비난 받았다. 대체할 수 없는 재미를 주는 탓에 소수 마니아층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는 있으나,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공성전 게임의 대표적 스트레스 요소로 꼽히는 ‘막타’를 제거하려고 시도했으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다만 독특한 게임성으로 여전히 소수의 마니아가 이 게임을 꾸준히 즐기고 있다.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공성전 게임의 대표적 스트레스 요소로 꼽히는 ‘막타’를 제거하려고 시도했으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다만 독특한 게임성으로 여전히 소수의 마니아가 이 게임을 꾸준히 즐기고 있다.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라이엇게임즈의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대중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작위성’이라는 재미요소를 배제한 만큼 그 이상의 신선함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 요소를 많이 도입하고, 치밀하게 계산하고 수 싸움을 할 여지를 더 줄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력’을 강조한 게임이므로, e스포츠 분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e스포츠의 흥행이 게임의 인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적극적으로 대회를 여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 대표 이미지. / 라이엇게임즈 제공
레전드 오브 룬테라 대표 이미지. / 라이엇게임즈 제공
전체적으로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완전히 새롭진 않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면서도 라이엇게임즈의 색을 카드게임에 잘 녹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개 테스트에서 친구 추가 기능 등 기본적인 기능을 모두 추가했고, 무작위 덱으로 겨루는 ‘모험 모드’도 선보였다.

이 게임은 아직 공개 테스트 단계인 만큼, 이용자의 피드백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기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하는 게임인 만큼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과 카드를 한 번에 쓸어 필드에 올리는 등 UX가 모바일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라는 인상을 줘 모바일 시장에서의 흥행도 주목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