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상청 오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보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생겼다. 원인은 빈약한 수학 알고리즘이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상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같은 문제를 고민한다. 이에 기상예측에 인공지능(AI)와 딥러닝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이상기후 현상이 끊이지 않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셈이다.

구글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기상예측 모델을 내놓고 미국 기상청보다 정확한 일기예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학계를 중심으로 기존 기후 변화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향후 기상예측 부문에서 AI 기술이 얼만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칼라 브롬버그 구글 ‘공익을 위한 AI’ 프로그램 리드가 기상예측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 구글 제공
칼라 브롬버그 구글 ‘공익을 위한 AI’ 프로그램 리드가 기상예측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 구글 제공
구글은 4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기반 기상예측 모델 나우캐스트를 공개했다. 나우캐스트는 현재(지금), 30분 전, 1시간 전 레이더 영상을 기반으로 향후 기상 변화를 예측한다.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최대 6시간 후 기상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분석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5분에 불과하다.

기존 기상예측은 지상 관측소에서 측정한 데이터와 기상위성 영상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 문제는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양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미국 해양대기청이 수집하는 원격 감지데이터 양은 하루에만 100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슈퍼컴퓨터를 주로 활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측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적고 컴퓨터 자원이 부족하면 기상청 예측은 엇나갈 수밖에 없다.

구글은 기존 기상예측에 사용한 물리적 데이터 대신 레이더 영상만을 분석한다. 구글 나우캐스트는 현재부터 30분 전, 60분 전 레이더 영상에 찍힌 각각의 구름 양과 지리적 특성 등에서 딥러닝 기술인 컨볼루션 신경망(CNN)을 이용해 의미있는 변화패턴을 추출한다. 이를 기반으로 이후 대기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한다.

구글에서 공익을 위한 AI 프로그램 리드를 맡은 칼라 블룸버그는 "현재는 개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후 기상예측 결과는 미국 기상청이 내놓는 결과보다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구글에 따르면 나우캐스트는 기상예측에 통용되는 다른 모델보다도 정확도가 높다.

구글은 "나우캐스트는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분석하는 반면 기존 모델은 1~3시간 동안 계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결과예측이 그만큼 틀릴 수 있다"며 "단기적 예측에는 나우캐스트 같은 방식이 훨씬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글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홍수 예측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함유근 전남대 해양학과 부교수가 딥러닝 기반 엘리뇨 예측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구글 제공
함유근 전남대 해양학과 부교수가 딥러닝 기반 엘리뇨 예측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구글 제공
국내에서도 AI를 이용한 기상예측 모델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학계가 중심이 됐다. 함유근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는 최근 AI로 엘리뇨를 18개월 전에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성과는 학술 전문지 네이처에도 게재됐다.

함 교수는 기존 모델과 달리 예측 솔루션에 딥러닝 기법을 접목해 정확도를 높였다. 통계적 일기예보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텐서플로우 라이브러리를 사용했다. 텐서플로우는 구글이 2011년 개발을 시작해 2015년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계학습 라이브러리다. 기존 엘리뇨 예측 모델은 주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왔다. 함 교수가 개발한 엘리뇨 예측 모델은 정확도가 70%에 달한다.

또 기존 예측모델이 12개월 전에 엘리뇨 발생 여부를 예측하는데 그쳤다면, 함 교수 모델은 18개월 전에 예측할 수 있다. 그만큼 곡물 가격 폭등 등 엘리뇨로 인한 피해를 막을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다.

함 교수는 특히 AI 기반 기상예측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를 여기에서 꼽았다. 최근 산불과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은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지리적 특성에 따라 이상기후 양상도 모두 제각각이다. 같은 온난화 영향이라도 어떤 곳은 가뭄이, 어떤 곳은 홍수가 발생한다. 더욱 복잡해진 기상변수를 빠르게 분석할 딥러닝 기반 기상예측 솔루션이 필요한 이유다.

함 교수는 "산불 예방만 살펴봐도 방재 시스템을 갖추고 산에 각종 장비를 설치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정책적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어 미리, 더 빠르게 기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