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와 정부가 정면충돌했다. 2차 ESS 화재사고 조사위원회가 화재 원인을 삼성SDI와 LG화학 등 배터리 업계로 돌렸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정부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배터리 결함과 ESS화재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1차 조사에서는 ESS화재 원인을 배터리 결함만으로 볼 수 없다며 복합적인 원인을 내놓은 정부가 2차 조사에서는 배터리 결함을 지목했다. 하지만 업계를 납득시키지 못한 빈약한 논리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6월 ESS 사고원인을 발표하는 김정훈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장(왼쪽)과 2차 조사위원회가 화재 원인으로 지적한 ESS 배터리 업체 로고 / IT조선 DB
2019년 6월 ESS 사고원인을 발표하는 김정훈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장(왼쪽)과 2차 조사위원회가 화재 원인으로 지적한 ESS 배터리 업체 로고 / IT조선 DB
연이은 ESS 화재로 1차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정부는 2019년 6월 11일 종합 안전강화대책을 내놓았다. 화재 원인을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 요인으로 추리며 배터리 결함만으로 ESS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화재 방지 대책을 내놓은 후 다시 5건의 ESS 화재가 추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0월, 2차 조사위원회를 꾸려 4개월간 조사를 벌여 6일 오후 결과를 발표했다. 5건의 ESS 화재 중 4건은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는 조목조목 조사위원회의 분석을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업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연이은 화재로 이미 ESS 충전율을 70%대로 낮췄는데 80%로 조정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중복된 조치다. 조사기간을 고려할 때 업계가 납득할 만한 방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높았는데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명피해 예방을 위한 긴급명령 시행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시행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함께 제시됐어야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며 "대책 역시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는 "충전율을 80%로 조정하면 ESS시스템 효율성도 그만큼 낮아지는데 어떤 방식으로 효율을 보충할 것인지,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원인분석도 중요하지만, 화재로 위축된 ESS 산업을 어떻게 다시 활성화할지 청사진도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