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시술·수술 연습하세요"

입력 2020.02.10 06:00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 인터뷰
VR SW 개발 모회사 기술력으로 수술 시뮬레이터 개발
IT 분야 해박한 의료진이 지원에 발 벗고 나서
톡신, 필러 등 미용 분야서 러브콜
이비인후과·재활 등으로 적용 분야 확대

독서실 큐브같이 생긴 수술 시뮬레이터에 앉는다. 테이블 위엔 고무보다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얼굴 모형과 컴퓨터가 놓여 있다. VR기기를 쓰면 수술실에 누워있는 환자 얼굴이 모형에 겹쳐진다. 의사는 손 앞에 고정된 얼굴 모형에 주사기를 삽입한다. 컴퓨터 모니터는 의사가 모형에 삽입한 주사기 각도와 깊이를 측정해 위험도를 알려준다.

국내 최초 VR 기반 수술 시뮬레이터를 만든 서지컬마인드의 ‘인젝션(Injection·주사기를 이용해 약액을 피내·피하·근육·정맥·동맥 내에 주입하는 치료법) 트레이닝 솔루션’을 활용할 때 벌어지는 시나리오다.

2017년 6월 설립된 서지컬마인드는 VR 기반 온라인·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매니아마인드 자회사다. 이 회사는 VR을 바탕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수술용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서지컬마인드 제공
IT조선은 7일 오후 마포구에 위치한 서지컬마인드 본사에서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VR(가상현실) 기반 수술 시뮬레이터를 통해 의료계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전문의는 시뮬레이터로 ‘감(感)’에 의존하던 수술 숙련도를 높이고 환자는 수술 시뮬레이터로 숙련된 의료진 시술 또는 수술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VR 기반 혐오치료(Aversive Therapy·심리 행동 치료기법의 하나로 불쾌한 자극과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짝을 지어 행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피한다)를 연구하는 지인을 돕다가 아이디어를 냈다. 의료에 VR을 접목하면 할 수 있는 게 많겠다고 생각해 회사를 창립했다. 김 대표는 "특히 제약이 큰 수술 훈련 분야에 VR을 접목하면 의료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서지컬마인드는 출범 6개월만인 2018년 국내 의료 시장에서 화제를 모았다. 경험이 아닌 기술만으로 가상현실에서 느끼는 시각과 청각, 촉각을 수술환경과 최대한 부합하게 설정하면서 각종 수술법을 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윤상철 연세대학교 안과전문의 보건학박사와 정용기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등 IT 분야에 해박한 국내 의료 교수진이 서지컬마인드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이유다.

미용성형 분야서 러브콜

특히 서지컬마인드는 미용성형 분야에서 각광받는다. 지난해 하반기쯤 필러 제조사 에스테팜은 ‘인젝션 트레이닝 솔루션’ 연간 구독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테팜은 자사 필러를 구매하는 미용성형 병원과 의사들을 상대로 이 인젝션 트레이닝 솔루션을 제공한다.

서지컬마인드의 미용성형용 인젝션 트레이닝 솔루션. 의사가 얼굴 모형에 필러를 약물을 주입하면 주사바늘의 깊이와 각도 등을 알 수 있다./서지컬마인드 제공
김 대표는 "우리나라 전공의 과정에는 미용성형에 대한 교육 과정이 없다"며 "대부분 미용성형 분야 의사는 전문의 자격 취득 혹은 개원 후 카데바(Cadaver·인체 해부용 시체) 실습을 통해서 별도로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데바와 실습소를 구해야 하는) 제한적인 실습 환경으로 인해 안면해부학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톡신이나 필러같은 시술은 피부 아래 보이지 않는 부위를 건드려야 하는 만큼 수술 시뮬레이터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타 분야와 달리 미용성형 분야에서 ‘1만건 이상의 수술경험을 보유했다’는 게 곧 의료진 경력이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또 "통상 시신 한 구로 훈련할 수 있는 필러 실습은 한 번에 그치는 반면, 소프트웨어로 이뤄진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훈련 양에 제한이 없다"며 "지금은 컴퓨터 등 하드웨어가 포함된 컨테이너 모양의 솔루션이 제공된다. 앞으로는 시·공간 제약없이 손쉽게 들고다닐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자체 수술 시뮬레이터 개발하는 의과대학…"문제는 상용화"

경험이 최고라 자부하는 일부 의과대학은 자체적으로 VR 기반 수술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전문의가 수술 시뮬레이터를 만들면 서지컬마인드 사업에 타격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한다.

김 대표는 "문제는 상용화다"라며 "대학병원 등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다수 의료 트레이닝 솔루션을 개발하지만, 대부분 상용화까지 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 중심의 결과물이 사업화까지 이어지기 어려워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서지컬마인드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이미 선점한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점도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VR매직이라는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 300대 이상 관련 솔루션을 판매하는 등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 역시 서지컬마인드가 VR매직 대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김 대표 설명이다.

그는 "VR매직이 제공하는 아이시서지컬이라는 백내장 수술 시뮬레이터 서비스는 효과가 우수하지만 가격은 엄청나다"며 "유지보수 비용도 높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지컬마인드는 솔루션을 연간 구독 모델로 운영하면서 판매가격을 VR매직의 10분의 1로 줄이려고 한다"며 "온라인에 기반한 실시간 제품 업데이트를 가능케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지컬마인드는 수술 시뮬레이터 솔루션을 접점을 (톡신과 필러 외) 미용성형 외에도 이비인후과와 재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비인후과와 미용성형 분야에서 특히 잦은 훈련을 요구하는 미세수술(Micro Surgery·1mm도 못 되는 미세한 조직에 메스를 대거나 봉합하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수술법)과 인젝션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라며 "다양한 전공의가 지구 어디에 있던 시공간 제약 없이 접근 가능한 대표 수술 시뮬레이터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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