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모 위즈스쿨 대표 인터뷰
기존 코딩은 블록위주…아무리 배워도 코드 작성 못해
AI 기술로 원포인트 레슨까지 가능
기존 SW 교육 부족한 점 채우겠다

온 국가가 인공지능(AI)으로 떠들썩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가 나서 AI 국가전략 마련에 열을 올린다. 정작 AI 인재를 길러낼 교육 시스템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사교육 시장도 들썩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파이썬과 R같은, AI 개발용 코딩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독촉한다. 정작 무엇을·어떻게·왜 코딩언어를 배워야 하는지는 없다. 학부모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코딩교육 플랫폼 위즈스쿨이 관심을 받는다. 위즈스쿨은 코딩교육과 게임을 접목시킨 게이미피케이션형 교육 플랫폼을 제공한다. 위즈스쿨에선 자신이 만든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하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돼 5억원 규모 사업지원금을 받았다. 같은해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위즈스쿨은 2018년 양영모 대표가 창업했다. 그는 삼성전자 개발자 출신이다. 컴파일러 전문가다. 컴파일러는 사람이 쓰는 언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환하거나 반대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인간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한다.

양영모 대표가 코딩교육 서비스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딩 중요성 때문이다. 개발자였던 그의 눈에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코드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였다. 페이스북, 구글 같은 플랫폼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 이용하는 크고 작은 앱이 모두 코드 한 줄로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 모든 기반 기술은 코드에서 출발한다.

정작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교육 커리큘럼은 커녕 전문 강사조차 어떻게 코딩을 교육할 수 있는지 모른다. 시중에 있는 많은 코딩교육 프로그램은 코딩 문법만 알려줄 뿐이다. 여전히 수많은 ‘문송한' 이들이 코딩은 이과출신 개발자 몫이라며 거리감만 갖는다.

양 대표는 이런 코딩교육 분야가 블루오션이라고 봤다. IT조선은 10일 오후 서울 강남에서 양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양영모 위즈스쿨 대표./ IT조선
양영모 위즈스쿨 대표./ IT조선
―위즈스쿨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코딩교육 플랫폼을 제공한다. 여러 코딩 명령어를 조합해 직접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점프 버튼을 누르면 게임 속 캐릭터가 점프하는 기능을 코드로 입력한다. 그러면 해당 기능이 실제로 게임에 반영되는 걸 볼 수 있다. 동영상으로 코딩을 배우고 플랫폼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만든 게임을 친구와 모바일로 공유하고 같이 플레이할 수 있다. 물론 오프라인 교육 코스도 있다."

―다른 서비스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다른 교육 플랫폼은 주로 블록 코딩 방식이다. 명령어가 담긴 코드블록을 마치 레고조각을 조립하듯 쌓아올린다. 순서대로 코드블록을 쌓기만 하면 되니까 어린 아이도 배우기 쉽다. 문제는 정작 현업에서 사용하는 자바스크립트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 사용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코드블럭만 쌓아봤을 뿐 텍스트로 직접 코드를 입력할 줄 모르게 된다. 또 중학생만 돼도 블록쌓기식 교육을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위즈스쿨 플랫폼은 블록 코딩과 텍스트 코딩 중간 지점이다. 블록 단위로 입력할만한 명령어를 제안하면서도, 학습자가 코드를 직접 텍스트로 입력하도록 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챗봇도 차별화 지점이다. 이용자가 입력한 코드를 챗봇이 지켜보다가 오류가 나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알려준다. 오프라인 교육 기회를 갖기 힘든 지방도 언제 어디서나 코딩교육을 받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슷한 부분에서 계속 오류를 내면 이와 관련된 교육 콘텐츠를 챗봇이 자동 추천한다. 예를 들어 반복문 입력과정에 실수가 이어지면 반복문 관련 교육 영상을 띄운다.

온라인 1대1 튜터링 학습 서비스도 있다. 강사와 실시간 영상으로 얼굴을 보면서 수업을 받는다. 강사는 학생이 코드를 어떻게 입력하는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이에 맞는 피드백을 준다."

―결국 위즈스쿨도 다른 교육처럼 정해진 커리큘럼과 지도대로 학습자가 따라가는 방식 아닌가. 학습자들 결과물도 비슷할 것 같다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학습초반에는 기초개념을 쌓기 때문에 따라가면서 배우지만 심화과정으로 들어가면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같은 기능이라도 게임에서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학생마다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총알을 날리는 기능을 주인공 캐릭터가 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활용하지만, 또 다른 학생은 이 기능을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야 점수를 얻도록 구현한다."

위즈스쿨 교육화면. (왼쪽 상단부터) 동영상, 코드로 구현한 게임 화면, 코드 입력 창, 챗봇 등으로 구성돼있다. 에러를 자동으로 챗봇이 감지해준다.
위즈스쿨 교육화면. (왼쪽 상단부터) 동영상, 코드로 구현한 게임 화면, 코드 입력 창, 챗봇 등으로 구성돼있다. 에러를 자동으로 챗봇이 감지해준다.
―이용자마다 입력이 다를텐데 챗봇은 어떻게 자동으로 코드오류를 찾아내나

"여기 사용되는 기술이 컴파일러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코드A를 입력하고, 또 다른 학생은 코드B를 입력했다. A와 B가 코드구성은 다르지만 도출하는 결과물은 결국 C로 같다고 치자. 컴파일러 기술은 A와 B가 C라는 같은 결과물을 내기 위한 명령어라는 걸 인지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챗봇은 C라는 결과물로 가는 코드를 제안할 수 있다. 컴파일러 기술은 개발자 시절에 이미 하던거라 구현이 어렵진 않다.

두 학생이 C라는 같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입력한 코드도 모니터링한다. 활용한 코드 중 불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좀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등을 살펴 관련 콘텐츠를 추천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위즈스쿨 교육과정을 거치면 갖게 되는 개발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학부모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듣는다. 위즈스쿨 과정을 거치면 영재학교를 갈 수 있냐, 혹은 어떤 자격증을 딸 수 있냐, 파이썬은 배우냐, 이런 식이다.

우린 한 가지 목표만 갖지 않는다. 코딩에 흥미를 갖고 자신에게 필요한 앱이든 웹사이트든 만들어낼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본다. 사실 누구나 6개월만 배우면 앱 하나는 금방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이 AI를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이게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내게 왜 필요한지만 알면 된다.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빅데이터 교육은 복잡한 코딩언어를 익히는게 아니라, 여러 사진 데이터를 입력하면 학습 결과물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정도다.

기존 소프트웨어 교육이 부족한 지점이다. 마치 엄청난 수학이나 전문지식을 모두가 알고 AI와 관련된 모든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거다.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다양한걸 만들고 친구들과 공유하고 자랑하고 싶어하는데 기존 서비스는 코드블록을 쌓는게 전부다. 심지어 게임을 만들어도 스마트폰에서 플레이할 수도 없다."

―안정적인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개발자다보니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좋았다. 막연히 AI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봤다. 전공이 컴파일러 기술이다. 가진 기술을 활용해 코딩교육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코딩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개발자 출신이다보니 개발인력 섭외도 쉬웠다. 다만 코딩교육 시장이 기존에 없던 분야다보니 시장을 키워나가는게 쉽지만은 않다."

―위즈스쿨을 어떤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계획인가

"플랫폼 본질은 혼자만 배우고 끝나는게 아니라 같이 배우고 결과물을 공유하고 자랑하는데 있다. 학생 본인이 만든 결과물을 공유하고 서로 돕고 배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이들을 위한 깃허브(GitHub, 오픈소스 코드를 공유하는 플랫폼)가 됐으면 한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 말에는 성인대상 교육도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 플랫폼을 활용해 코딩교육을 하는 강사도 양성한다. 플랫폼을 활용하되, 자체 교육 콘텐츠로 자신만의 코딩교육을 할 수 있는 역량 갖춘 강사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고 싶은건 참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