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AI는 내친구] ⑤ 4050 재교육 활용하라

입력 2020.02.13 06:00

① AI 퍼스트 "늦었다. 지름길부터 찾자" ② 대통령이 앞장서라 ③ 가르칠 교수부터 키워라
④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데이터 ⑤ 4050 재교육 활용하라

"AI 전문가라면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

지난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주회 한 콘퍼런스에서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주임교수가 인용한 발언이다. 이성환 교수는 우리나라 AI 인재 수요는 커지는데 미국이나 중국 대비 인력 수급이 달려 연봉만 엄청나게 치솟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과 연관되기만 하면 그 순간 연봉이 50% 뛴다"며 기업이 겪는 AI 인력난의 원인을 설명했다.

기업마다 AI 인재 유치 경쟁이 뜨겁다. 사실상 ‘부르는 게 몸값’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세계적 현상이다. 문제는 인재 수급 및 양성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인재 쏠림 현상이 국가·기업별로 심화한다는 점이다.

AI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일단 정부 주도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극복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AI 전략을 발표하면서 핵심을 인력 양성에 둔 데엔 다 까닭이 있다. 문제는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더욱이 한국은 경쟁국보다 뒤늦었다.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할 방책이 없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중심으로 AI 전문 인력을 양성·배출하는 동안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업들의 AI 경쟁력은 외국에 비해 되레 퇴보할 수 있다.

방법은 없을까. 산업계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재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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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AI 인재 경쟁력 美 절반 수준…글로벌 AI 핵심인재 500명 중 韓 출신 ‘1.4%’

국회입법조사처는 2019년 12월 AI 기술 활용 인재 현황과 시사점을 다룬 ‘지표로 보는 이슈’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 정부의 AI 분야 도입 준비 수준이 세계 26위라고 발표했다. 특히 인재 측면에서 세계 AI 핵심인재 500명 중 한국 출신은 1.4%에 불과했다. 전문인력 2만2400명 중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전체의 1.8%에 그쳤다. 보고서는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AI 기술 활용 인재 수준을 지속 높이기 위한 집중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같은 시기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한·중·일 3국의 AI 인재 경쟁력 수준은 각각 5.2(한국), 6.0(일본), 8.1(중국)로 평가됐다. 한경연은 한국의 AI 인재 경쟁력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중국과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배출 인력이 정작 한국이 아닌 미국, 유럽, 중국행을 택하는 실정도 언급했다.

AI 인력이 수요보다 얼마나 부족한지를 묻자 절반 이상이 50~79%를 꼽았다. AI 인력 부족률은 평균 60.6%로 나타났다. 필요인력 10명중 4명 밖에 충당되지 않는 셈이다.

AI 전문 인력 양성 및 확보 방안은 ‘국내외 AI 석박사 채용’(89.3%·복수응답)과 ‘재직자 AI 교육’(75.0%)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국내외 AI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연구소 설립·인수라는 답은 17.9%에 그쳤다.

중견 인력 AI 재교육 강화해 세대간 연결고리 만들어야

정부는 2019년 12월 17일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AI를 통한 경제효과를 최대 455조원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중심에 AI 인재 양성이 있다. AI 관련학과를 신‧증설하고 AI 대학원 프로그램을 확대‧다양화할 방침이다. 교수의 기업 겸직도 허용한다.

2019년 12월 17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가운데)과 AI전략 담당 부처 관계자들이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류은주 기자
정부의 AI 인재양성 프로그램은 새 인재를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됐다. 중간 세대가 없는 데 무작정 세대교체를 하자는 식이다. 앞으로 나올 젊은 인재들만 바라보고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고급 인재 양성을 선도할 서울대학교 AI 연구원이 문을 연 게 불과 두달 전이다.

정작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올 인재들이 한국에 얼마나 머물지 미지수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AI 미래 인재들이 영국 등 해외 유학을 선호하고, 가능하면 현지에서 취업하려 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 AI 개발 인력은 수요보다 9986명이 모자랄 전망이다. 당장 부족한 AI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 답으로 기존 인력의 재교육 강화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물론이고 기술과 전혀 무관한 업종 종사자일지라도 AI 관련 기본 교육을 통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범용 인력난이라도 덜어보자는 의견이다. 대학은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은 기존 중견급 인력을 재교육 하는 이원화 전략이다.

산업계는 핵심인재 확보 만큼이나 기존 인력의 AI 재교육도 원한다. 고급 핵심 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 인력도 구하기 힘는 현실을 빨리 타개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양희 서울대학교 AI위원회 위원장은 "AI 관련 과목을 이수한 사람은 아마 10만명도 안 되겠지만 AI에 대해 알면 좋을 사람은 300만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재교육을 받으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지닌 AI 인력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재교육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부족하다. 최 위원장은 "기존 취업자에 대한 재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현실은 학원 교육에 의존한다"며 "일부 공공기관 교육도 3시간부터 3개월짜리의 단기 과정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 인재 양성 방안은 대학 자체 정원 확대지만, 눈앞의 인재 확보를 위해선 재교육 프로그램부터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대학 정원을 늘리면 졸업할 때까지 5~7년이 걸리지만 재교육 기간은 5~7개월 정도면 된다"고 강조했다.

민간 주도형 AI 재교육 지원 절실

기업들은 AI 인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삼성전자는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지 토론토대·워털루대와 공동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도 프랑스에 글로벌 인공지능(AI)연구소인 ‘네이버랩스유럽’(NLE)을 세웠다.

LG전자 시도를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2019년 10월 미국 카네기멜론대, 캐나다 토론토대와 손잡고 AI 최고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사내 연구원을 4개월 간 보내 재교육할 계획이다.

기업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이런 노력도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해외에서 직접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어느 기업이나 자사 AI 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민간이 운영을 맡는 식의 재교육 정책이다.


2013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스타트업 학교 ‘에꼴42’. / 에꼴42 제공
업계는 2013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스타트업 학교 ‘에꼴42’나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신규 인력에 집중된 현 교육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AI 관련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과 별개로 취업자 재교육을 위해 적어도 국공립 대학이 AI 실무 교육을 할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 있더라도 AI 공부에 뛰어들 재교육 프로그램도 구축해야 한다. 영국 민간기관인 ‘Faculty AI’는 다른 분야에서 석박사를 한 사람들에게 AI·빅데이터를 교육시키고 컨설팅을 해준다. 대학도 기존에 다른분야에서 일을 하다 AI 공부를 시작하면 장학금을 준다. 창업지원기관이나 인큐베이터들도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AI를 교육하기도 한다.

기존 인력 재교육 효과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신이 일했던 산업을 잘 알기에 AI 기술과 개념에 대한 이해만 하더라도 이를 산업에 접목하는 게 용이하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해 말 일본을 방문해 만난 소녀 프로그래머 스가노 히카리양과 최고령 개발자 와카미야 마사코씨. / 엔가젯재팬 갈무리
한국 SW개발자는 40대만 되어도 퇴출 분위기다. 52시간제로 완화됐다고 하나 한국에서 SW 개발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상징되는 고된 일자리다. 일이 고단하고, 외국에 비해 처우도 박하고, 나이들면 일할 곳도 확 줄어드는 일자리다. 도전할 젊은이들은 많지 않다. 40대 이상 개발자들이 AI융합 분야에서 새 진로를 찾는 일이 많아진다면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종사자들의 재교육을 통한 수준별 인력 양성으로 기업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며 "산관학 간의 협력을 강화해 즉시 활용 가능하고 실무능력을 갖춘 AI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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