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운전자 탓? 안전성 도마위에 오른 현대차 GV80 '전자식 변속기'

입력 2020.02.13 06:00

현대차 야심작 GV80의 안전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GV80 차량 소유자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발단이 됐다. ‘드라이브(D) 기어’ 상황에서 차량이 후진한 것. 차량 애호가들은 영상을 본 후 ‘결함이 의심된다’는 말을 쏟아냈다. 연 초 발생한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와 마찬가지로 전자식 변속기(SBW·Shift By Wire)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운전미숙일까. 기술문제일까.

12일 IT조선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 결과, 후자에 힘이 실렸다. 전자식 변속기의 기술적 문제를 꼬집었다. 일부 전자식 변속기의 경우 차량이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지연시간이 존재하는데 운전자 의도대로 변속되지 않았을 때 이를 충분히 인지할 만한 경고 장치를 탑재하지 않은 점이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 전자식 변속기 대중화 과정에서 ‘소리없는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한문철 스스로닷컴 변호사는 "기존 레버식 변속기를 쓰던 운전자에게 전자식 변속기는 익숙치 않은 새로운 문물"이라며 "운전자의 조작이 능숙해지기에 앞서 제조사가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을 찾는 것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 / IT조선 DB
최근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 GV80 영상에서는 운전자가 다이얼식 변속기를 ‘D’ 모드에 넣고 앞으로 움직인 후 ‘R’ 모드로 바꿔 후진한다. 운전자는 D 모드로 다시 기어를 변경하는 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앞으로 가야하는 차량이 계속해서 후진한 것. 당황한 운전자는 곧바로 차를 세워 기어를 ‘P(파킹)’ 모드로 바꾼 후 D 모드로 바꿔 차를 전진시킨다.

산업계에선 결함 유무와 별개로 전자식 다이얼 변속기의 조작 방식이 노브(기어봉)이나 버튼식에 비해 직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익숙지 않은 운전자들은 긴급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거나, 조작실수로 당황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여기에 전자식 변속기 조작 중 작동 지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전자식 변속기를 탑재한 차량이 증가하면서, 일부 이용자들은 변속기 작동 시 체감상 1초 내외의 지연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나 차종 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전자식 변속기의 지연시간은 실제 존재한다"며 "이같은 지연을 감안하지 않고 레버식처럼 차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기어를 바꿀 경우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식 변속기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필수 탑재되는 부품이다. 모터가 엔진과 변속기 역할을 대체하며 전기를 통해 변속 신호를 보내고 작동한다. 관련 부품의 부피와 무게를 줄여 소음과 진동저감에 유리하다. 레버식 대비 공간을 적게 차지해 차량 하부 설계나 디자인 자유도가 높고 편의성도 있다.

하지만 전자식 변속기는 지연시간과 별개로 레버식 대비 직관성이 떨어진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운전자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기술적 보완과 조작 실수를 경고하는 안전 장치를 탑재하지 않는다면 미숙한 운전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협하는 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다. 변속기의 마모 보다 우선 걱정해야 할 것은 운전자의 안전이다.

한문철 변호사는 "자율주행 시대로 가는 과도기 단계에서 전자식 변속기의 설계상 오류가 나타난 것으로 제조사가 기술적으로 보완할 문제다"라며 "안전벨트를 하지 않거나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 때 경고음이 울리는 것처럼 운전자가 기어 조작에 실패했을 때도 이를 인지할 수 있는 강력한 경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어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