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한미약품·GC녹십자·종근당 등 1조클럽 가입
글로벌 제약사 발돋움
공통분모는 탄탄한 자체 의약품·R&D투자

국내 제약사들이 1조 클럽에 속속 가입하면서 악재로 가득했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대감이 살아난다. 자체 개발 의약품 매출과 연구·개발(R&D)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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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786억원을 달성하며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GC녹십자에 이어 네 번째로 1조클럽에 가입했다. 자체 개발한 의약품과 도입 신약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국내 제약산업에서 연 매출 1조원은 훈장과 마찬가지다. 외형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여력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가 됐다는 일종의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1조클럽 유지

앞서 유한양행과 GC녹십자, 한미약품이 1조클럽에 가입해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11월 공시한 3분기 누적 실적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매출액은 1조866억원이다. 자체 개발 의약품과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 전략에 따른 기술 수출이 견조한 실적을 이끌었다.

GC녹십자도 같은 기간 1조3697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자체 개발 독감 백신과 소비자헬스케어 제품 부문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면서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한미약품도 최근 매출 1조원 돌파를 알렸다. 한미약품은 2019년 매출 1조1136억원, 영업이익1039억원, 순이익 639억원을 달성했다. 자체 개발한 고혈압치료복합신약 아모잘탄패밀리 매출 확대와 중국 현지법인의 지속 성장 때문이다.

자체 개발 의약품이 매출 확대 이끌어

1조클럽에 가입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공통점은 ▲자체 개발 의약품의 탄탄한 실적 ▲ R&D 투자 확대 등이다.

이들 제약사는 지난해 자체 개발 의약품을 기반으로 탄탄한 실적을 거뒀다. 종근당은 자체 개발 당뇨 치료제 듀비에에서 매출이 확대됐다. 듀비에는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체내 장기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인슐린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제2형 당뇨병 치료 약물이다.

유한양행은 C형 간염 치료제 하보니가 선전했다. 하보니 매출은 131.9% 늘었다.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매출도 50% 이상 증가했다. 일반의약품 가운데는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과 영양제 메가트루가 각각 14.2%와 16.2% 늘어났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유산균 엘레나 매출 역시 50% 가량 증가했다

GC녹십자는 자체 독감백신과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이들 중 특히 헌터라제는 지난해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치료복합신약 아모잘탄패밀리에서는 꾸준히 매출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아모잘탄과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큐로 이뤄진 아모잘탄패밀리는 한미약품이 국내 고혈압치료제 점유율 1위(전체 시장 1조 8350억원 규모에서 8.3%)를 달성하도록 기여했다.

거침없는 R&D 투자로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 맞대

거침없는 R&D 투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R&D는 제약사에 있어 글로벌 성장을 위한 체력이다. 사업 확대를 노리는 제약사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R&D 투자에 적극인 이유다.

종근당은 2017년부터 3년 간 영업이익 부문이 770억원쯤으로 제자리걸음이다. 공격적인 R&D 투자때문이다. 종근당은 전체 매출의 13%에 달하는 132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앞으로 1500억원까지 투자액을 늘릴 계획이다.

GC녹십자는 공격적인 R&D 투자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지난해 GC녹십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9.3% 줄어든 40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적자전환했다. GC녹십자는 사업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이유로 든다.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R&D 투자 규모를 2018년보다 9.5% 늘렸는데도 신약 기술수출 계약금으로 수익성 악화를 막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1조클럽에 가입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은 R&D 투자 비중이 높다"며 "글로벌 진출 성과가 가시화되는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