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창시자' 앤디 루빈의 퇴장…'에센셜' 폐업

입력 2020.02.13 18:20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설립한 스마트폰 제조사 ‘에센셜’이 문을 닫는다.

에센셜 프로덕츠는 12일(현지시각)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운영을 중단하고 에센셜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앤디 루빈이 2015년 설립한 에센셜은 한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 신제품 ‘젬(GEM)’을 출시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비용 부담과 앤디 루빈의 스캔들이 발목을 잡았다. 에센셜은 결국 혁신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던 목표를 접고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에센셜 스마트폰 ‘PH-1’에 대한 보안 업데이트는 3일 종료됐다. 뉴튼 메일 사용자는 4월 30일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에센셜은 개발자들을 위해 ‘깃허브’에 PH-1 관련 자료를 올려두겠다고 밝혔다.

에센셜 ‘PH-1’. / 제공=에센셜, 편집=IT조선
안드로이드 개발자,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

에센셜은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망한 하드웨어 기술 스타트업 중 하나다. 에센셜은 텐센트, 레드포인트벤처스 등 주요 투자자로부터 3억3000만달러(약 3902억원)를 유치하기도 했다. 기업 가치는 한때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까지 치솟았다.

대표 앤디 루빈의 명성 덕이다. 그는 2013년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했고, 이후 회사를 5000만달러(약 591억원)에 구글에 팔았다. 앤디 루빈은 구글에서 모바일 부문 수석장을 지내며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었다. 2014년 구글에서 퇴사 후 창업한 회사가 에센셜이다.

에센셜은 2017년 5월 ‘PH-1’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5.7인치 화면에 부품을 조립할 수 있는 모듈식 스마트폰이다. 티타늄과 세라믹 소재를 사용한 점도 독특하다. 화면 베젤을 없애고 전면부에 노치 디자인을 채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당시 앤디 루빈은 "매년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기존의 스마트폰과 다른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센셜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지원이 빠른 것으로 유명했다.

앤디 루빈 에센셜 대표. / 에센셜 제공
대표 스캔들과 신제품 흥행 실패

앤디 루빈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에센셜은 단 하나의 제품만을 출시했다. PH-1이 처음이자 마지막 에센셜폰이 된 것이다.

에센셜은 2020년 초 출시를 목표로 신제품 ‘젬’을 개발 중이었다. 실제로 에센셜은 2019년 10월 이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리모컨처럼 폭이 좁고 위아래로 긴 형태로 외형이 독특해 눈길을 끌었다. 인공지능과 음성 명령을 이용한 작업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에센셜은 젬을 개발하기 위해 5000만달러(약 591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수년간 공을 들였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의 외면과 투자금 고갈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에센셜이 문을 닫으면서 젬도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에센셜 ‘젬(GEM)’. / 에센셜 제공
에센셜은 2018년부터 힘든 시기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PH-1이 예상보다 흥행하지 못한 탓이다. 시장은 반응은 차가웠고, 에센셜은 제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스마트홈 기기 구축 계획을 접고 인력을 120여 명에서 50명 이하로 줄이기도 했다.

외신은 스캔들 사태도 에센셜 경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017년 IT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앤디 루빈의 성추문 의혹을 제기했다. 부적절한 사유로 퇴사한 그에게 구글이 퇴직금 9000만달러(약 1064억원)를 지급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구글 직원 수천 명이 파업하기도 했다.

에센셜의 폐업이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상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쿼티 키보드가 달린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블랙베리’도 3일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에센셜의 폐업 결정은 전자제품 창업자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준다"며 "소프트웨어 회사와 달리 하드웨어 회사들은 부품을 구입하고 제품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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