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취소에 ‘혈세 50억’ 휴지조각 위기

입력 2020.02.14 10:37 | 수정 2020.02.14 11:30

현지 민간업체 위탁 부스 설치비 반환 어려워
개별 참가 포함시 韓 기업 손실 규모 300억원 추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MWC 2020’ 취소 여파로 많게는 혈세 50억원을 날릴 위기다. 정부의 중소기업 해외 진출 지원 목적이라지만 막대한 예산이 허공 위로 날아갈 상황이어서 책임 공방이 뒤따를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무분별하게 집행한 결과란 지적도 나온다.

14일 IT조선이 정부·기관 및 지자체 MWC 예산을 파악한 결과, 대략 1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스 설치비용으로 대략 50억원이다. 부스 임차료 경우 주최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관리해 행사 취소에 따라 회수가 가능하다. 설치비용은 다르다. 주최사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 업체에 지급하기 때문에 환불 받기가 힘들다.

. / 이광영 기자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 부스 설치업체는 80% 이상 선금을 받고나서 공사를 진행한다"며 "전시회 개최 여부와 별개로 부스 설치가 진행될 경우 환불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계약 이행에 들어가 비용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진 것이다.

부스 설치비 이외에도 일부 기업은 숙박료와 항공료, 기타 부대비용을 지원 받는다. 전체 또는 취소수수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부스 임차료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을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행사 취소로 이미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 주최측이 얼마나 협조할지 알 수 없다. 실제로 미국 최대 IT전시회인 ‘CES 2018’에서는 정전 사태 발생에도 참여 기업이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MWC 취소로 피해를 보게 됐음에도 참가업체들이 GSMA에 납부한 비용을 제대로 환불 받는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한범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 상근부회장은 "이른바 CES, MWC, IFA 등 3대 전시회는 주최 측이 ‘갑’"이라며 "부스 대여료 외에 취소로 발생한 비용을 MWC 주최 측인 GSMA에 요구했다가는 다음해 참가 여부나 부스 배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후죽순식 지원이 혈세 낭비 키웠다는 지적도

혈세를 날릴 상황이 되자, 정부와 지자체의 무분별한 선심성 예산 집행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기업뿐 아니라 수준이 안되는 곳까지 지원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컨트롤타워 없이 방만하게 운영해온 정부와 지자체의 해외 전시 참가 지원 사업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행사 참여 지원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기관 등이 나섰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Innopolis) ▲청년창업사관학교(SBC) ▲창업진흥원(KISED) 등이 중소기업·스타트업의 MWC 참가를 지원했다. ▲K-ICT 디바이스랩(대구모바일융합센터)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경기창조혁신센터 ▲스마트벤처캠퍼스 ▲도전K 스타트업 등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전시회, 무역사절단, 수출바우처 등 해외 마케팅 지원에 511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예산이 14.4% 늘었다. MWC 지원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9년 MWC에 참가한 우리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은 50곳 가량 늘었다. 취소된 MWC 2020에서도 참가를 확정 지은 중소기업 숫자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과거 MWC 한국관 전경. / KOTRA 제공
예산 확대로 참가 기업 수가 늘었지만 성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지원 기업 선정 과정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자격 없는 기업의 외유성 출장을 지원한다는 비판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MWC 참가를 지원받는 기업 70% 이상은 전시회 취지와 관계없는 기술을 내놓거나 오래된 기술 우려먹기를 한다"며 "정부가 이런 기업들을 걸러내지 않고 지원 규모만 늘려 세금 낭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WC와 같은 대규모 행사는 콘트롤타워를 정해 적절한 곳을 선별해 소수정예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전시회 참여가 부쩍 늘어난 중국도 전시회 참여 지원시 과거 참가 성과나 기술 검증을 철저히 한다"며 "우리 정부도 관련 부처간 콘트롤타워를 구축해 글로벌 기업과 우리 중소기업간 생태계를 고려한 전략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 피해 규모 합하면 300억 이상 추산

정부 예산은 아니지만 민간기업 피해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상당수 대기업이 MWC 2020에 참여 예정이었다. 이들 기업이 부스 설치 비용으로 지불한 예산규모는 각각 30억~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지급으로 회수가 힘든 금액이 300억원 이상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애초 MWC 참가 국내 기업은 대략 230개사였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이 5개사였다. 중소기업은 스타트업 60개사를 포함 225개사가 참가 예정이었다.

MWC 주최측인 GSMA는 코로나19 영향으로 12일(현지시각) MWC를 전격 취소했다. MWC 2020은 이달 24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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