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미소녀 게임 전쟁 발발…승부처는 '소통'

입력 2020.02.14 15:48 | 수정 2020.02.14 16:23

넥슨 카운터사이드, 요스타 명일방주 모두 매출 10위권 진입
이제는 ‘주류’에 올라선 미소녀게임, 누가 패권 잡을까

13일 넥슨 미소녀게임 ‘카운터사이드’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매출 9위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한·중 미소녀 전쟁의 막이 올랐다. 이에 앞서 1월 16일 한국에 출시한 요스타의 ‘명일방주’는 일찌감치 10위권에 올라 13일 기준으로 6위를 차지했다.

요스타 ‘명일방주’의 주인공 ‘아미야’(왼쪽)와 넥슨 ‘카운터사이드’의 주요 인물 ‘힐데’. / 각 사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몇년 전만 해도 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은 보통 ‘오타쿠 문화’로 치부됐다. 대중 취향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게임사 XD글로벌이 출시한 ‘소녀전선’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주류 게임 장르로 자리잡았다.

현재 미소녀게임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 해당 장르는 일명 ‘2차원 게임’이라고 불리며 대세 게임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음성 언어도 일본 유명 성우를 채용해 제작한다. 게임사별로 개발 노하우를 쌓은 결과 경쟁력이 증가했다. 이 덕에 미소녀 게임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이름을 날린다.

가장 대표적인 소녀전선부터 같은 회사(한국 서비스 기준)의 ‘벽람항로’, 미호요의 ‘붕괴3rd’ 그리고 명일방주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설정과 게임성을 선보여 국내 이용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대작이 아니더라도 최근 국내 중·소 게임사가 중국산 미소녀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명일방주 메인화면의 모습. 메인 캐릭터는 6성 치유사 ‘나이팅게일’이다. / 오시영 기자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요스타의 명일방주다. 붕괴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중국산 게임은 대부분 다수의 미소녀를 수집하는 ‘코레류’ 게임 문법을 따른다. 수인(獣人) 미소녀를 다수 마련한 명일방주도 비슷하다. 유명 일본 성우도 기용했다. 애니메이션 니세코이에서 ‘오노데라 하루’ 등을 연기한 ‘사쿠라 아야네’ 등 다수 인기 성우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

게임의 인기 비결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미소녀를 빼놓고 봐도 수준 높은 ‘디펜스 게임’을 구현한 점이다. 디펜스 장르 게임은 아군 유닛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해서 몰려오는 적을 쓰러뜨리는, 전략성이 강조되는 장르다. 개발팀은 이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병과(兵科, 유닛 종류)를 무려 8개나 마련하면서 전략성을 극대화했다.

전투 외에도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시설 운영 등 콘텐츠를 다수 마련해 코어 게이머도 만족시키려고 노력한 점도 인상적이다.

한국에서도 미소녀 모바일게임을 제작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중·소 개발사 시프트업의 ‘데스티니 차일드’나 스마트조이의 ‘라스트 오리진’이 대표적이다. 다만 두 게임 모두 선정성 관련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을 정도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만한 보편적인 게임은 아니다.

카운터사이드 대표 이미지. / 넥슨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이런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대기업 넥슨과 산하 개발사 스튜디오비사이드가 중국산이 주류를 차지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넥슨의 2020년 첫 작품 자리를 차지한 ‘카운터사이드’다. 이 게임은 가히 ‘대작’이라고 할만하다. 넥슨 대표 PC게임 ‘엘소드’, ‘클로저스’를 제작한 류금태 스튜디오비사이드 대표가 제작을 손수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개발력이 이미 한국을 따라잡았거나 추월했다고 평가하는 상황이다. 카운터사이드는 아직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트·그래픽’ 부분의 강점을 확실히 살렸다. 미소녀를 비롯한 원화·그래픽이 깔끔하고, 소비심리를 자극하도록 예쁘게 표현됐다. 개발팀은 게임에 라이브 2D 기술을 적용해 그림이 움직이도록 표현했다. 이는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다.

일본 캐릭터, 일본 성우를 앞세우는 중국산 게임에 맞서 카운터사이드에는 유미나, 주시윤 등 한국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목소리도 한국 성우가 녹음했다. 포켓몬스터, 명탐정 코난, 세일러문 등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최덕희 성우(힐데)가 대표적이다.

카운터사이드는 대작 포지션 게임 답게 출시 시점부터 로그라이크 인스턴스 모드 ‘다이브(DIVE)’, ‘뇌명 브리트라’ 등 레이드 콘텐츠, 이용자 간 전투(PVP) ‘건틀렛’ 콘텐츠, 외전 스토리 등 다수 콘텐츠를 마련했다. 이는 명일방주와 마찬가지로 코어 게이머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인터넷 상에서는 미소녀게임 이용자가 개발 책임자에게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말하며 ‘이게 게임이냐’고 따져묻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 구글 검색 갈무리
이렇듯 훌륭한 게임성을 지닌 게임 사이에서 향후 한중 미소녀게임 전쟁의 판도를 결정할 키워드는 무엇일까. 업계와 이용자에 따르면 바로 ‘소통’이다.

미소녀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게임에 깊이 몰입해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게임성이 훌륭하고, 제작자가 이용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엄청난 충성도를 보여준다. 소녀전선 등 게임 이용자가 자신이 즐기는 게임을 ‘갓겜(신을 뜻하는 ‘God’과 게임을 합친 신조어)’이라고 칭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이용자는 게임 자체는 물론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개발자에 대해서도 해박하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특히 소녀전선 제작사 대표 ‘우중’에게 "우중아 이게 게임이냐"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하나의 밈(Meme, 유머로 굳어진 인터넷 문화)으로 자리 잡았다. 명일방주, 카운터사이드 개발 책임자도 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렇게 애정 섞인 사랑을 보내다가도, 이용자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잘못 풀리면 한순간에 증오를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에픽세븐, 클로저스 등 게임 다수가 논란이 벌어져 제작사의 판단이 옳고 그름과는 관계 없이 어려움을 겪었다.

(왼쪽부터) 게임 출시 직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요몽 요스타 대표, 해묘 하이퍼그리프 총괄 PD, 류금태 스튜디오비사이드 대표. / 오시영 기자
이미 선례가 있는 탓에 게임 출시 전부터 요스타와 넥슨 모두 이용자와 ‘소통’을 기반으로 운영하겠다고 단단히 공언했다.

요스타 요몽 대표는 1월 한국지역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여해 "한국 게임 관련 전시회, 애니메이션, 팝컬처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참여해 이용자와 소통하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명일방주는 2·3월쯤 게임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류금태 스튜디오비사이드 대표는 1월 카운터사이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산 게임 홍수 속에서 한국게임이 가장 집중해야할 부분으로 ‘소통’을 꼽기도 했다. 류 대표는 "한국에서 이미 우리가 잘 하던 부분을 계속해서 유지·발전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와 꾸준히 소통해 이용자와 우리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운터사이드는 소통에 기반한 운영을 추구한다. 개발팀이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실제로 오픈 직후 게임에 발 빠르게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했다. 이 덕에 당장 게임의 부족한 부분을 보고 불만을 느끼던 이용자도 머지않아 개선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도록 한다.

카운터사이드를 실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화면의 모습, 개발팀은 소통채널, 버그·건의 접수 등 이용자와 소통하는 코너를 다수 마련했다. / 오시영 기자
넥슨 한 관계자는 개발팀은 물론 마케팅, 홍보 등에 이르기까지 부서를 가리지 않고 이용자 피드백을 수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며 "원화, 게임 방식 등 어떤 부분일지라도 이용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언제든지 고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화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거나, 새 유닛 채용 과정이 번거롭다는 점 등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최대한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소녀게임에 정통한 한 동료 기자는 "사실 미소녀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미소녀가 얼마나 더 예쁜가’가 아니라 ‘이용자의 목소리를 누가 더 게임에 잘 반영하는지 여부’다"며 "예쁜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놓고도 밸런스 조절, 피드백 반영에 실패하면 애써 만든 캐릭터가 버려지는 일이 흔히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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