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암호장비 업체 ‘크립토AG’를 앞세워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기밀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정원이 정보유출과 관련해 해명에 나섰다.

13일 국정원은 참고자료를 내고 크립토AG 사 암호장비를 1980년대 초반까지 도입해 사용한 것은 맞지만 그 이후부터는 국산 장비로 모두 대체해 정보유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까지 공공 분야에 크립토AG사 암호장비를 사용했다"면서 "1984년 외산 장비 도·감청을 우려해 독자기술로 해당 장비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해당 장비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크립토AG사 장비를 사용한 기관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업계는 기밀 정보를 취급하는 정보 기관과 외교 당국, 군에서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국내 기업에서 크립토AG 장비를 도입한 적은 없는 걸로 알려졌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각) 미 CIA와 독일 정보 당국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CIA가 2차 세계대전 후 서독 정보기관(BND)와 ‘크립토AG’를 운영하며 정보를 빼냈다고 폭로했다. 수십 년 간 120여 개 국가에 장비를 납품하며 해당 국가의 암호 통신문을 해독하고 정보를 탈취했다는 내용이다.

WP에 따르면 CIA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 적대 관계인 국가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까지 포함한 다수 국가의 정보를 빼냈다. 한국은 1981년 기준 장비 구매 10위권 국가에 포함될 만큼 크립토AG사의 주요 고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IA는 2018년 해당 사업을 종료하며 크립토AG 자산을 모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