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브랜드건축가의 콘셉설계 '4분의 1인치 구멍'

  • 김정민 브랜드건축가
    입력 2020.02.15 06:00

    
 "소비자는 4분의 1인치 드릴을 바라는 게 아니라 4분의 1인치 구멍을 원한다."

    마케팅의 바이블로 통하는 테드 레빗 교수가 소비자의 ‘바라는 결과’와 ‘충족 수단’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 명언이다. 소비자는 바라는 결과를 말하고 기업은 고객의 바라는 결과를 충족시켜줄 최적의 충족수단을 찾아내야 한다.

    기업들이 선택받는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고 오직 ‘충족수단’ 만을 찾기 때문이다.

    최근 이 둘을 잘 매칭해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등장했다.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다. 어느 평론가가 언급한 "기생충이 오스카를 원한 것이 아니라 오스카가 기생충을 필요로 했다"는 말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온 세상을 빨아들이는 ‘플랫폼 시대’에서 아카데미가 변화의 구심점으로 기생충을 선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뿐일까? 봉 감독에게는 ‘봉테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아들아 역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속 송강호의 대사)

    이 대사처럼 기생충에는 놀라운 성공 맥락이 담겨 있다. ‘기생충’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갈등을 극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러한 갈등이 어느 현대 사회에서나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영어권 영화임에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봉 감독은 감독을 위한 영화가 아닌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든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 진짜 주인공이 배제된 4분의 1인치 드릴과 같은 수많은 제품과 영화가 더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보면 봉 감독은 콘셉설계(conceptual design)의 달인 같다.

    그의 유명한 수상소감 중에는 ‘이번 수상의 원인을 분석해봐야겠다’는 부분이 있다. 가슴 벅차고 머리가 하얘질 만큼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영화를 봐줄 관객의 니즈를 놓치지 않았다.

    콘셉(Concept)은 "여러 가지(Con)를 모아서 하나(cept)로 만드는 경험의 축적이다. 흐트러진 여러 구슬이 실로 꾀어져 하나의 목걸이가 되는 과정과 같다. 콘셉은 제품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 인식은 제품에 개념화가 더해지는 과정이다. 마치 이름 모를 꽃에 이름(개념)을 불러주었을 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비로소 나에게(소비자) 다가와 꽃으로 인식되는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고대의 천재 과학자쯤으로 인식된 아리스토텔레스도 네 가지 원인인 ‘질료’, ‘형상’, ‘작용’, ‘목적’에 콘셉설계의 중요성을 담았다. 질료는 제품의 재료, 형상은 제품의 형태, 작용은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목적은 제품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궁극적인 가치, 즉 ‘바라는 결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남이 성공한 것을 빨리 배워서 따라 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follower)’로 성공을 거뒀지만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아이폰이라는 개념설계와 함께 애플은 통신분야의 글로벌 챔피언 기업이 됐다. 우리가 혁신적인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닌 사업화 능력의 부재이다. 사업화는 기술 혁신 보다 제품 혁신이고, 그 핵심은 콘셉을 만드는 능력에 달려있다. 어떻게 제품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 왜 이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고객이 제품을 사게 만들까 보다 왜 고객이 제품을 사야 되는지, 그 이유를 담아서 소비자에게 감동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과정이 바로 콘셉설계 이다.

    실행이 중심일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가 관심사지만, 개념설계를 해야 할 때는 ‘왜’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실행역량을 노하우(Know-how)라고 한다면, 개념설계 역량은 노와이(Know-why)라고 말한다.

    다음회에는 필자가 중국 글로벌 기업들과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면서 실제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담아서 콘셉설계의 이해도를 높이겠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정민 브랜드건축가(BrandArchitect)는 중국 아이치이, 텐센트, 망고tv 등과 브랜디드 콘텐츠를 공동 개발했다.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코어(core)인 스튜디오파크도 콘셉설계 하고 있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수학 후 ‘Korean Branded Entertainment’ 분야를 특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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