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3년작 ‘초시공세기 오거스(超時空世紀オーガス)’는 1년 앞서 등장해 히트작 반열에 오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후속작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빅웨스트·스튜디오 누에·타츠노코 프로덕션 등 마크로스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기업은 1982년부터 1984년까지 3년간 마크로스, 오거스, 서던크로스 등 총 3개의 초시공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초시공세기 오거스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초시공세기 오거스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초시공세기 오거스는 마크로스의 세계관과 가변형 로봇 메카닉, 미키모토 하루히코(美樹本晴彦)가 디자인한 캐릭터에, 판타지 작품에서 주로 쓰이는 평행세계·이세계(異世界) 요소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전작 마크로스에서 ‘린 민메이' 등 미키모토가 창조한 여성 캐릭터의 높은 인기 탓일까. 후속작인 오거스에서는 1명의 남자 주인공을 둘러싸고 여러 명의 미소녀·미숙녀 캐릭터가 등장하는 하렘물 분위기를 일찍이 실현시켰다.

오거스 애니메이션은 TV판으로 총 35화, 비디오테잎·레이저디스크(LD) 등에 담겨 유통되는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로 총 6화 분량이 제작됐다. OVA의 경우 ‘초시공세기 오거스 투(02)’란 이름이 붙여졌다.

오거스는 마크로스가 우주로 진출하는 2009년으로부터 53년뒤의 지구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류는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궤도 엘리베이터 소유권을 둘러싸고 2개 진영으로 나뉘어 다툼을 벌인다. 주인공 ‘카츠라기 케이'가 속한 자유우주군은 시공진동탄 등 최신 병기로 무장하고 궤도 엘리베이터 파괴작전을 감행한다.

오거스 애니메이션 속 궤도 엘리베이터. / 야후재팬 갈무리
오거스 애니메이션 속 궤도 엘리베이터. / 야후재팬 갈무리
하지만 상대 진영의 격렬한 저항으로 자유우주군이 철수 위기에 몰리고 작전이 중지되지만 주인공은 단독으로 시공진동탄을 터트리고 만다. 아직 조정이 완료되지 않은 시공진동탄은 폭주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시공이 뒤틀리면서 세계는 상극계(相剋界)라 불리는 서로 다른 시공과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다차원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주인공도 시공진동탄 폭발 여파로 20년 뒤인 2082년(혼란시공세계 20년)의 세상으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주인공 케이와 맺어지는 여주인공 ‘밈지 라스'. / 야후재팬 갈무리
주인공 케이와 맺어지는 여주인공 ‘밈지 라스'. / 야후재팬 갈무리
주인공 케이는 ‘에만'이라 불리는 종족과 합류하지만, 케이가 시공혼란을 없앨 수 있는 ‘특이점'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세력간 쟁탈전이 벌어지게 된다. 또하나의 특이점으로 낙인된 주인공의 친구 ‘올슨'은 치란 세력의 에이스 파일럿으로서 케이와 맞서게 된다. 케이는 자신의 연인인 에만 종족의 밈지와 함께 뒤틀린 시공간과 자신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모험을 하게된다.

오거스 애니메이션 제작은 전작 마크로스를 만든 타츠노코가 아닌 도쿄무비신사(東京ムービー新社·톰스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제작사는 변동됐으나 마크로스 시리즈 핵심 제작진은 대부분 참가했다.

마크로스 원작사 누에의 설정 자료집에 따르면 오거스는 마크로스의 대형 우주선 ‘ASS-1’이 지구에 추락하지 않은 ‘평행세계’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ASS-1 지구낙하 4년전인 1995년 미지의 시공구름에 의해 은하계 시간축이 여러 개로 나누어졌다는 설정이다.

오거스. / 야후재팬 갈무리
오거스. / 야후재팬 갈무리
케이가 터뜨린 시공진동탄으로 다수의 평행세계가 섞인 지구에는 해발 150미터에 존재하는 시공간의 경계점인 상극계로 인해 비행체가 높이 날 수 없는 상황이다. 비행기가 상극계에 충돌하면 기체 손상을 입게된다.

주인공 케이와 여주인공 밈지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주인공 케이와 여주인공 밈지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주인공을 확보한 에만은 타일랜드 부근에 위치해 있다는 설정이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세력 중 가장 기술이 발달됐다. 에만 종족은 머리에 허리에 닿을만한 길이의 촉수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여성은 2개 남성은 1개 달렸다. 에만 종족 여성은 17세까지 임신이 가능하며, 이 시기를 넘기면 몇 번에 걸쳐 몸에서 고열이 발생해 생식능력을 잃게 된다. 생식능력을 잃은 여성은 성적 수치심이 없어진다는 설정이며, 이 때문에 등장인물 샤이아는 주인공 앞에서 알몸을 보이기도 한다.

올슨이 속한 치란은 현생 인류와 같은 종족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외에도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무, 남미의 아틀란타, 프랑스 인근의 판시, 북유럽의 모스크 등의 종족이 존재한다.

주인공이 탑승하는 변신 로봇 오거스는 케이가 본래 세상에서 타던 브랑코2에 에만 종족의 기술을 더해 만들어진 가변형 전투 로봇이다. 에만족은 고기동 전투머신에 ‘팔'이 달린 기체를 ‘드리펀드'라 분류한다.

오거스는 인간형 로봇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막대한 전투력을 갖춘 기체로 그려진다. 에만의 물리관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갖춘 덕에 나무를 잡고 유턴하는 실제 물리법칙으로는 있을 수 없는 높은 기동력을 보여준다.

오거스. / 야후재팬 갈무리
오거스. / 야후재팬 갈무리
오거스는 마크로스 3단 변신 기체 VF-1 발키리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에 로봇과 전투기의 중간형태인 ‘가워크 모드'와 비행체인 ‘플라이어 모드', 육상 공격 중심의 ‘탱크 모드'로 변신할 수 있다. 에만 종족은 오거스의 높은 전투력을 인정해 ‘오거스2’라는 양산형 기체를 생산하게 된다.

오거스 액션 피규어 탱크모드. / 메가하우스 제공
오거스 액션 피규어 탱크모드. / 메가하우스 제공
가변형 로봇 오거스를 디자인 한 인물은 ‘미야타케 카즈타카(宮武一貴)’다. 그가 그려낸 오거스는 ‘성전사 던바인'과 함께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이세계 로봇 디자인의 표준이 됐다.

스튜디오 누에 자료에 따르면 오거스 메카닉 디자인은 우주전함 야마토 디자이너 이시즈 야스시(石津泰志)가 단독으로 맡을 예정이었지만, 작업 시간 영향으로 미야타케가 메인 메카닉 디자인을 맡게됐다. 당시 미야타케는 극장판 마크로스 제작에 참가했으나, 집에서 나올 수 없는 가사 사정에 의해 오거스 작업을 맡게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오거스 액션 피규어. / 메가하우스 제공
오거스 액션 피규어. / 메가하우스 제공
미야타케는 오거스 등 아군 메카닉은 곡선미를 살린 디자인을, 적군 메카닉에는 직선적인 디자인을 채용했다. 애니메이션 후반부에서는 적 진영에서도 오거스와 동등한 변신형 로봇 기체를 등장시켰다. 장난감 업계는 미야타케의 디자인이 장난감과 프라모델 판매 부진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다. 참고로, 오거스 장난감을 제작했던 타카토쿠토이스는 후속작 서던크로스 관련 장난감 생산을 끝으로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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