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기술과 인프라 확보 위해 글로벌 기업 협력
지리차-볼보 합병 등 中 전기차업계도 경쟁력 강화 박차

전기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가 1위로 앞서 나가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중국 기업이 무서운 추격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이나 기술협력으로 점유율 확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15일 업계와 '인사이드 EVs' 등 외신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20만9831대로 전년 대비 10% 증가한 가운데 1위는 36만7820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차지했다.

중국업체는 4곳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비야디(BYD·22만9506대), 베이징자동차(BAIC·16만251대), 상하이자동차(SAIC·13만7666대)가 2~4위를 차지했다. 8위는 중국 지리자동차(Geely·7만5869대)다. 중국은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변방에 머물렀으나, 전기차 시장에서는 주류로 올라섰다.

현대차(7만2959대)와 기아차(5만3477대)는 각각 9위·11위를 기록했다. 양사를 합한 현대차그룹 판매량은 12만6436대다. BMW에 약간 못 미치는 6위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다. 2년 전만 해도 전기차 투자가 늦었다는 평가였다. 최근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우측)과 데니스 스베르드도프 어라이벌 CEO가 1월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투자협약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 현대기아차 제공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우측)과 데니스 스베르드도프 어라이벌 CEO가 1월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투자협약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 현대기아차 제공
기술로 전기차 시장 승부수 띄운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기술 습득과 인프라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글로벌 기업과 투자 및 협력을 강화중이다.

2019년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사는 공동연구로 글로벌 고성능 시장 주도에 나섰다. 리막은 2009년 마테 리막이 설립한 회사다. 고성능 하이퍼 전동형 시스템과 전기차(EV) 스포츠카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현대·기아차는 리막과 협력해 2020년까지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2019년 9월에는 유럽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 업체 ‘아이오니티’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아이오니티는 BMW그룹, 다임러 AG, 폭스바겐그룹, 포드 모터 등 유럽 중심의 완성차 업체 4개사가 유럽 전역에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2017년 11월 공동 설립한 회사다.

아이오니티는 2020년까지 유럽 24개국을 관통하는 주요 고속도로 내 120㎞ 간격으로 총 400개의 초고속 충전소 구축이 목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아이오니티에 전략 투자했다. 이미 투자한 업체들과 동일한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아이오니티가 설치 중인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350㎾급 초고속 충전기다. 350㎾급 초고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단 3분 만에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지는 등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1년 이후 출시할 전기차 전용모델에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800V급 충전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다.

카누가 개발한 전기차 스케이트 플랫폼 이미지. / 현대·기아차 제공
카누가 개발한 전기차 스케이트 플랫폼 이미지. / 현대·기아차 제공
현대·기아차는 올해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활용한 기술 개발에 힘을 싣는다. 승용 전기차 분야는 카누와, 상용 전기차는 어라이벌(Arrival)과 협업하는 전기차 개발 이원화 전략을 펼친다.

어라이벌은 밴(Van), 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전기차 개발 전문 기업이다. 강점은 모듈화된 구조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이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 모터를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구조의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구동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여러 차종에 공유함으로써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어라이벌의 특화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기술과 현대·기아차의 대규모 양산차 개발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11일(현지시각) 미국 전기차 전문 기업 ‘카누’와 스케이트보드 설계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계약에 따라 카누는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카누는 모터, 배터리 등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장착하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분야에 특화한 기술력을 보유했다. 현대·기아차는 카누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 개발 공정을 단순화 및 표준화한다.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 / 조선일보 DB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 / 조선일보 DB
中 첫 전기차 글로벌 공룡 등장

중국 자동차 업체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대부분 내수에서 나온다.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중국 자동차업체를 빼고 순위를 매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중국 자동차 업계에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1위 민영 자동차 기업인 지리자동차가 10년 전 인수한 스웨덴 볼보와 공식 합병을 결정한 것. 지리자동차와 볼보의 합병은 중국 최초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 탄생을 의미한다. 전기차 기술 경쟁력이 높은 볼보와 합병으로 중국 전기차도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된 셈이다.

외신은 최근 지리차와 볼보가 양사간 합병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내 합병이 목표다.

리수푸 지리그룹 회장은 "개별 브랜드를 유지하며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하칸 사무엘슨 볼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리 회장은 양사 합병에 따라 전기차 신기술 개발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리차와 볼보는 2019년 10월 엔진 공동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부품과 기술 통합을 추진했다. 지리차와 볼보는 합작법인 링크&코를 설립해 볼보 산하 브랜드 폴스타를 통해 전기차를 생산해왔다.

지리차와 볼보는 합병을 위한 양사 이사회 보고 등 공동 실무 그룹을 운영한다. 합병 작업을 완료하면 지리차와 볼보 양사 합작 업체인 ▲링크&코 ▲볼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볼보 산하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 등은 한 회사로 묶인다.

앞서 지리그룹은 2010년 미국 포드로부터 18억달러(2조1300억원)에 볼보를 인수했지만 지금껏 합병없이 독자 브랜드로 운영해왔다.

외신은 양사 합병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자율주행차 개발 및 배기가스 규제강화 대응을 위해 동맹을 맺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테슬라’ 바이톤도 글로벌 전기차 및 국내 전기차 시장 문을 두드린다. 중국 자동차 시장 포화 및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국적 상관없이 혜택을 주는 한국을 대체 시장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바이톤은 2021년부터 SUV 전기차 엠바이트(M-Byte)를 군산공장에서 생산한다. 바이톤은 지난해 6월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했고, 같은해 9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명신과 위탁 생산 계약을 맺었다. 2021년부터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중 대부분 물량은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