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크롬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서드파티 쿠키(Third-party cookie)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갈리며 첨예하게 의견 다툼이 이어진다. 반면 국내서는 구글 종속도가 낮고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 영향이 크다 보니 피부로 느끼는 영향은 낮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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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가 대세…애플·모질라 이어 구글도 합류

구글은 1월 14일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2년 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저스틴 슈 구글 크롬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이날 자사 블로그에 "기업과 광고주 등이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쿠키란 사용자가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남는 이용 기록 등을 브라우저에 저장한 파일을 지칭한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주인공이 길을 지나며 남긴 빵 부스러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쿠키는 사용자가 인터넷을 이용할 때 편리한 도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광고주가 인터넷 사용자를 추적하는 방법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서드파티 쿠키 지원은 이같은 쿠키를 인터넷 광고 업체 등 제3자(서드파티)에 제공하는 것으로 기업 광고의 주요 자원이 된다. 광고주는 해당 쿠키로 이용자 성향 등을 파악해 표적(타깃팅) 광고를 할 수 있다. 특정 이용자가 A 사이트에서 검색한 상품을 B 사이트 광고판에 노출해 구매율을 높이는 것이 대표 사례다. 쿠키가 지난 30년간 인터넷 광고 성장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문제는 개인 이용자는 데이터 저장소를 관리하는 기업이 쿠키와 같은 데이터를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이에 개인 이용자들과 규제 당국은 꾸준히 의문을 제기한다.

이 같이 온라인상 개인정보 보호 이슈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웹 브라우저 제작 업체들은 쿠키 사용에 제약을 걸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모질라 등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구글보다 먼저 여러 대안을 내놨다. MS는 추적 방지 기능이 탑재된 새로운 브라우저 ‘엣지(Edge)’를 선보였다. 애플은 ‘사파리(Safari)’ 브라우저에 지능형 추적 방지 툴을 추가했다. 모질라 ‘파이어폭스(Firefox)’는 기본값으로 서드파티 쿠키를 차단하는 브라우저 새 버전을 출시했다.

구글은 2019년 8월 타깃팅 광고로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를 개선하고자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를 도입해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취했다. 웹 이용자 개인정보는 보호하면서 광고가 가능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구글은 2년 간의 유예기간 동안 광고 SW 제작자와 광고주가 개인정보보호 샌드박스 같은 새로운 도구를 개발할 시간을 줬다.

60% 넘는 구글 점유율로 업계 타격 불가피

구글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광고 업계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들은 구글의 이번 결정이 사파리나 파이어폭스 등 타 브라우저와 파급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구글이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크롬이 세계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기에 광고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크롬은 1월 기준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64.1% 점유율로 선두다. 애플 사파리(17.21%)와 모질라 파이어폭스(4.7%)가 뒤를 잇지만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구글 영향력은 독보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올해 1월 기준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크롬이 64.1%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영향력을 보였다. / 스탯카운터 제공
올해 1월 기준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크롬이 64.1%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영향력을 보였다. / 스탯카운터 제공
전미광고주협회와 미국광고대행사협회는 1월 16일 공개 성명을 내고 "구글 결정은 웹 경제 인프라를 파괴한다"며 "업계가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 광고 전문 매체 애드위크도 "640억달러(75조원)에 이르는 미국 마케팅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디지털 광고 업체 소노비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코널리는 "모든 (디지털 광고) 기업이 쿠키 영향력 아래 있다"며 "(구글의 이번 결정으로) 회사 규모나 성장세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위협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로난 실드 애드위크 광고·테크 전문 에디터는 "구글이 쿠키 사용을 중단시키면서 자사 광고 사업인 ‘구글 애즈(Google Ads)’만 이용하게 하는 것 아니냐"며 "구글 애즈로 광고 이익을 독점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쿠키 종속 벗어난 디지털 생태계 개선 필요

반대 입장에서는 구글의 이번 조치가 디지털 광고 생태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시대가 변화한 만큼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광고 산업을 개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델 위저 인덱스 익스체인지(Index Exchange)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애드테크(Adtech) 업계는 소비자 프라이버시를 사업 최우선 순위에 두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일 르 로이 호주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 CEO는 "정교한 크로스 미디어 측정을 높이고 효과적인 광고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국내서는 서드파티 쿠키 지원 종료가 큰 영향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디지털 광고 업계 관계자 다수는 "구글의 쿠키 지원 종료 소식을 알고 있었다"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만큼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방문자 기록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포그리트 박태준 대표는 이같은 업계 반응과 관련해 "한국은 국내 포털 사이트 영향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구글 종속도가 낮다"며 "크롬 쿠키 지원 종료와 관련해 해외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드파티 쿠키 중단 신호탄 올랐다

여러 논란에도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목적을 위해 쿠키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할 전망이다. 구글이 4일 브라우저 새 버전인 ‘크롬 80’을 내놓으며 쿠키 정책에 변화를 준 것이 일례다.

구글이 크롬 새 브라우저 버전에 추가한 ‘세임사이트(samesite)’ 쿠키 정책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 구글 블로그

구글은 크롬 80에서 ‘세임사이트(samesite)’ 쿠키 정책을 앞세워 보안 기능을 높였다. 세임사이트란 같은 사이트에서만 쿠키를 브라우저에 심도록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특정 사이트가 사용자의 다른 사이트 이용 기록이 담긴 쿠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쿠키 제한으로 일부 사이트나 웹 기능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는다. 결제 시스템이나 인증 모듈 등의 사이트 간 쿠키 연계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 탓이다.

디지털 에이전시 기업 십야드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랜스 포리고우는 "세임사이트 쿠키 정책은 쿠키 사용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서드파티 쿠키 지원 중단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과 같다"며 구글의 행보가 잡음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