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화소수와 기능에 이어 8K UHD 동영상 대결을 펼친다. 스마트폰 대표 삼성전자가 갤럭시S20에 8K 동영상 촬영 기능을 탑재하자, 디지털 카메라 대표 캐논은 8K 디지털 카메라 개발 계획으로 맞불을 놨다.

8K UHD 동영상 관련 기기들. / 제조사 제공
8K UHD 동영상 관련 기기들. / 제조사 제공
일본 도쿄 올림픽을 비롯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2020년은 8K UHD 시장의 성장기로 꼽힌다. 8K UHD 콘텐츠를 재생할 TV와 모니터에 이어, 콘텐츠를 만들 8K 카메라에 소비자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초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대결도 본격화된다.

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대형 이미지 센서 및 고화질 8K UHD 동영상으로 스마트폰과 차별화를 꾀한다. 스마트폰 업계는 휴대성, 간편함 및 가격대비 성능으로 승부를 건다.

대형 센서 가진 디카가 주도한 8K UHD 동영상 시장에 스마트폰 진입

8K UHD 동영상 시장은 영화 촬영용 시네마 카메라를 포함한 디지털 카메라가 주도했다. 7680 x 4320 해상도, 3300만화소에 달하는 8K UHD 동영상을 찍으려면 대형 이미지 센서는 필수다. 시네마 카메라 제조사 레드의 주력 8K 이미지 센서 크기는 35㎜(36 x 24㎜)와 거의 같거나(레드 헬리움, 29.9 x 15.77㎜) 다소 (레드 드래곤, 40.96 x 21.6㎜)크다.

2019년 샤프는 마이크로포서즈(17 x 13㎜)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가정용 8K 비디오 카메라를 발표한다. 이 제품의 가격은 8K 시네마 카메라의 10%쯤, 가정용 최고급 캠코더와 비슷한 5000달러(591만원)로 알려졌다. 본체 부피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삼성전자 갤럭시S20시리즈. / 삼성전자 제공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삼성전자 갤럭시S20시리즈. / 삼성전자 제공
고성능 카메라와 뛰어난 휴대성, 사진 앱 등을 앞세워 스마트폰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8K UHD 동영상을 주목했지만, 광학 구조 한계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8K UHD를 소화할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면 스마트폰 크기가 디지털 카메라 수준으로 커진다.

삼성전자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스마트폰 이미지 센서(1/2.7인치)보다 큰 1/3.3인치 대형 이미지 센서에 1억800만화소를 담은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HM1을 개발해 스마트폰의 8K UHD 동영상 시대를 연 것.

이어 샤프가 8K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아쿠오스 R5G를 17일 공개했다. 이 제품은 4800만화소 이미지 센서를 활용해 7680 x 4320 8K 해상도 동영상을 담는다. 촬영 중 피사체(사람 혹은 반려동물)를 인식해 자동 확대 촬영하는 편의 기능도 갖췄다.

디지털 카메라 "8K UHD 동영상 화질 차별화"에 스마트폰 "휴대성, 간편함 우위"

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태동기 8K UHD 동영상 시장을 스마트폰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대형·고화소 이미지 센서와 광학 구조의 장점을 살려 8K UHD 동영상 화질 차별화를 꾀한다.

캐논이 2020년 안에 출시할 8K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는 스마트폰보다 10배 이상 큰 35㎜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다. 동영상 화질과 선명도,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 성능은 스마트폰을 압도할 전망이다. 전문가용 고화질 동영상 포맷, 외장 마이크와 LED 조명 등 고급 동영상 액세서리도 디지털 카메라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캐논 8K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제공
캐논 8K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제공
이 제품은 흔들림 감지 시 센서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흔들림을 줄이는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도 지원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20시리즈 등 스마트폰 카메라는 UHD 영상 촬영 시 광학식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전자식 흔들림 보정만 지원한다.

본체 및 저장 미디어의 비싼 가격 문제는 디지털 카메라가 풀어야 할 과제다. 샤프 8K 비디오 카메라는 기존 모델보다 가격이 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가다. 캐논 EOS R 시리즈는 100만원대 후반~200만원대 초중반에 판매됐다. 캐논 EOS R5의 가격대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8K UHD 동영상의 대용량(1분에 600~1000MB)을 소화할 저장 미디어도 필요하다. 8K 미러리스 카메라에 탑재될 CFexpress 등 차세대 메모리의 가격은 64GB 기준 20만원대 중반, 512GB 기준 100만원대 초반으로 비싸다.

스마트폰 업계는 동영상 화질 열세를 휴대성과 간편함으로 만회한다. 일반 소비자가 8K UHD 동영상을 즐기려면 크고 무겁고 비싼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가볍고 간편하며 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스마트폰은 512GB~1TB(1024GB) 저장 공간을 탑재해 디지털 카메라의 저장 미디어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