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뽑기’ 없는 수집형게임 ‘테라 히어로’

테라 히어로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복귀작이다. 2년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2기 위원장으로 활약했던 장 의장이 ‘배틀그라운드’ 이후 뚜렷한 히트작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크래프톤의 명예 회복을 노린다.

3월 5일 본 서비스에 들어가는 테라 히어로는 크래프톤의 간판 지식재산권(IP) 테라를 활용해 만든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이다. 개발사 레드사하라가 크래프톤 연합으로서 만드는 첫 작품이며, 크래프톤이 테라 IP로 모바일게임을 제작해 서비스까지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왼쪽부터) 박기현 레드사하라 사업본부장, 이지훈 대표, 노동환 디렉터. / 오시영 기자
(왼쪽부터) 박기현 레드사하라 사업본부장, 이지훈 대표, 노동환 디렉터. / 오시영 기자
이 탓에 레드 사하라를 포함한 크래프톤 연합이 ‘테라 히어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지훈 레드사하라 대표는 "크래프톤은 테라 IP 홀더이고, 레드 사하라는 크래프톤 연합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게임 개발·테스트 전 과정에 걸쳐 협력했다"며 "물론 평가는 게이머가 해주는 것이지만, 테라 히어로가 높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보니 코로나19와 궂은 날씨에도 17일 기자간담회가 열린 판교 크래프톤 타워는 마스크를 쓴 기자로 북적였다.

테라 히어로는 수집형 RPG다. 원작은 ‘논타겟팅 액션’을 강조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었는데, 개발팀은 이를 재해석했다. 원작 테라의 화려한 ‘전투’와 엘린 등 캐릭터를 모바일 환경에 구현하고, 캐릭터를 육성하는 RPG 장르의 본질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노동환 레드사하라 디렉터는 "개발에 3년쯤 걸린 테라 히어로는 프로젝트 시작 시점부터 3번째 테라 IP 모바일게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다"며 "이 탓에 다른 게임과의 차별화에 집중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테라 히어로 소개 영상. / 크래프톤 제공

캐릭터 3명이 파티를 이뤄 전투를 진행하는 전투 시스템이 가장 눈에 띈다. 게임의 모든 전투는 파티로 진행하고, 이용자는 각 캐릭터를 조작하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레드 사하라는 전작인 ‘불멸의전사 1·2’에서 각각 5인, 4인 파티 전투 게임을 선보였는데, 테라 히어로에서는 파티 규모를 한 차례 더 줄였다.

이지훈 대표는 "단순히 ‘보는 게임’이 아니라 조작하는 게임을 만들면서도 그 부담감이 과하지 않도록 적절한 3인 파티 시스템으로 게임을 개발했다"며 "조작에 더해 캐릭터를 조합하는 것에서부터, 위치를 선정하고 실제로 전투를 벌이기까지 모든 면에서 전략·전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노동환 디렉터는 "보통 모바일게임에는 턴 방식을 비롯해 조작보다는 두뇌 플레이를 강조한 게임이 많다. 우리 게임은 조작으로 차별화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투 외 콘텐츠에서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캐릭터 수집 방식이다. 보통 수집형 RPG에서는 캐릭터·꾸미기 아이템을 일명 ‘가챠(뽑기)’ 방식으로 획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테라 히어로는 캐릭터는 물론 꾸미기 아이템까지 게임 진척도에 따른 보상으로 전부 얻을 수 있다. 퀘스트를 해결하면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박기현 레드사하라 사업본부장은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을 전부 즐길 수 있는 대신 과금을 하면 이용자 간 경쟁 과정에서 장비 등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며 "과금을 한 이용자에게는 만족감을, 무·소과금 이용자는 시간만 들이면 충분히 게임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테라 히어로’에 캐릭터 뽑기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장표. / 오시영 기자
‘테라 히어로’에 캐릭터 뽑기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장표. / 오시영 기자
개발팀은 게임 출시 시점에 캐릭터를 18종 마련했다. 실제로는 이미 18종보다 훨씬 많은 캐릭터가 완성된 상태다. 박기현 본부장은 "이용자 콘텐츠 소모 속도에 맞춰 적절히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캐릭터 간 시너지를 내는 ‘인연 시스템’, 캐릭터별 탐험, 이야기 요소도 선보인다. 원정대 동료로 합류한 캐릭터와는 원작에서도 등장하는 대도시이자 베이스캠프 ‘벨리카’에서 대화 등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출시 시점에 이용자 간 전투(PVP), 인공지능 대전(PVE) , 월드 보스 등 다양한 게임 모드와 도전과제를 통해 이용자는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체감할 수 있다.

이지훈 대표는 "게임 재화를 거래하는 거래소나 커뮤니티 기능 길드도 론칭 시점에 탑재했다"며 "레드사하라는 불멸의전사1을 개발할 때부터 커뮤니티 기능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은 늘 그렇듯이 ‘즐거운 고통’을 경험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게임을 개발할 때도 그랬는데 이제 이용자 분들께 선보이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출시일인 3월 5일은 봄이 찾아온다는 절기 ‘경칩’이다"며 "테라 히어로로 레드사하라, 크래프톤이 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하는 기자단과 이지훈 대표, 노동환 디렉터, 박기현 사업본부장이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 중 일부다.

‘테라 히어로’ 기자 간담회에 참여한 박기현 사업본부장, 이지훈 대표, 노동환 디렉터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테라 히어로’ 기자 간담회에 참여한 박기현 사업본부장, 이지훈 대표, 노동환 디렉터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개발 시간이 3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생각보다 길어졌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지훈 대표) 레드사하라가 테라 히어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의 게임성과 퀄리티로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신 엔진인 언리얼 엔진4로 개발한 이유도 이 탓이다. 목표가 높다 보니 개발 과정에서 여러 과제가 생겼고, 이 탓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기대한 시간을 크게 초과한 것은 아니다.

전작 불멸의 전사 시리즈와 비슷한데, 전작에 테라 IP를 입힌 게임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이지훈 대표) 만약 불멸의 전사에 테라 IP를 입히는 정도로 개발했다면 론칭 시점이 2년은 빨라졌을 것이다. 최근 게임 경향을 만족하면서도 테라 기반 다른 모바일게임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이지훈 대표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이지훈 대표의 모습. / 오시영 기자
3인 파티를 꾸릴 때 탱·딜·힐 구조를 무조건 갖춰야 하나.

(노동환 디렉터) 어려운 스테이지에 도전할 때는 탱·딜·힐 구조가 다소 효율적이다. 다만 강제하는 부분은 없다. 클리어를 빠르게 해결해야할 때는 3딜, 1탱 2딜 같은 조합을 짜서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전적으로 이용자 선택에 달렸다.

왜 파티 규모를 3인으로 잡았나.

(노동환 디렉터) 게임을 처음 만들 때는 4인 파티였다. 그런데 4인은 조작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파티 규모를 줄이면 동적인 조작감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급 이용자에게는 파고들만한 깊이를 제공하면서도, 초보 이용자가 게임에 손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적절한 파티 규모라고 생각한다.

원작 테라는 논타겟팅 액션을 강조한 게임이다. 테라 히어로는 어떤가.

(노동환 디렉터) 전투는 기본적으로 논타겟팅 액션으로 설계했다. 다만 이는 테라 히어로 최대의 장점이 아니다. 원작 출시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에 출시한 게임인 테라 히어로는, 혁신의 지점이 다르다. 모바일 환경에서 즐기는 파티 기반의 역동적인 전투 경험이 핵심이다.

캐릭터 뽑기가 없다고 했는데, 게임 전체에서 뽑기 요소를 전부 없앤 것인가

(박기현 사업본부장) 확실히 캐릭터 뽑기는 전혀 없다. 게임의 다른 요소에서는 일부 뽑기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이용자가 ‘뒤통수’ 맞는 상황은 없다는 것이다.

노동환 디렉터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노동환 디렉터의 모습. / 오시영 기자
해외 시장, 타 플랫폼 출시에 대한 전략은?

(노동환 디렉터) 우선 한국 서비스에 집중한다. 서비스 안정화 이후 주요 국가별로 명확한 진출 전략을 세워 차근차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PC버전에 관해서는 특별 계획이 없다. 상황, 이용자 피드백 고려하겠다.

향후 업데이트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크래프톤 관계자) 새 느낌을 주는 다대다 전투를 준비한다. 모바일 RPG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개념이다. 전투 외에도 많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새 캐릭터, 새 지역도 다수 마련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