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는 ‘페이 투 윈(Pay to Win)’ 성격이 강한 리니지M 식 과금 모델이 성공을 거둔 후 너도나도 이 게임의 ‘성공 방식'만 쫓고 있으며,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모바일 MMORPG가 유행이라 해도 언제 다른 분야로 인기 장르가 옮겨갈 지 알 수 없다. 중국이나 외산 게임사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 시장을 공략 중인데, 편중 현상이 심한 한국 게임업계가 MMORPG 이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지겹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산 업체가 천편일률적인 장르에 판박이성 게임만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먹히는 게임을 만든다 하더라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 게임 업계가 MMORPG라는 좁은 우물 안에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이 다른 나라 게임사의 영향력이 부쩍 늘었다.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게임 장르도 다양하다. 2019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9 현장은 중국 게임사가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다.

‘지스타 2019’에 참여한 중국 기업 ‘미호요’ 전시장 옆면의 모습, 전시장 사방을 둘러쌀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캐릭터 상품 구매와 게임 시연, 행사 참여를 위해 줄을 섰다. / 오시영 기자
‘지스타 2019’에 참여한 중국 기업 ‘미호요’ 전시장 옆면의 모습, 전시장 사방을 둘러쌀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캐릭터 상품 구매와 게임 시연, 행사 참여를 위해 줄을 섰다. / 오시영 기자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나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는 국내 게임사의 MMORPG 집중 행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젊은 게이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국산 게임과 다른 색다른 게임성을 제공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브롤스타즈’ 등 외산 게임에 열광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PC게임 시장에서 오랜 시간 절대 강자로 통한다. 2012년 3월에 PC방 점유율 순위 1위를 차지한 이후 줄곧 1위를 독식한다. 외산 게임 단 하나가 PC방 점유율 반 정도를 차지하고 남은 PC방 점유율을 수많은 한국 게임사가 나눠 먹는 모양새다.

그나마 대형 게임사 넥슨이 2020년 첫작품 ‘카운터사이드’를 통해 중국산 게임이 주름잡은 미소녀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의 미소녀게임 분야는 2017년 나온 중국 ‘X.D. 글로벌'의 ‘소녀전선'을 시작으로 중국 기업이 장악했다. 넥슨은 턴 방식이 주류인 중국 게임을 따라가는 대신 원래 강점으로 꼽히던 ‘실시간 전투’를 미소녀게임과 결합했다. 넥슨은 토종 지식재산권(IP) ‘카트라이더’를 활용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연내 출시한다. MMORPG가 아닌 레이싱 장르로, 모바일 이외에 PC나 엑스박스원 플랫폼에서도 지원한다. 콘솔 플랫폼용으로 게임을 선보인다는 것은 북미 등 해외 시장에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카트라이드가 나온 2004년 당시 레이싱 게임은 PC방 주류였던 스타크래프트에 밀렸지만, 금새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카트라이더의 인기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넥슨의 도전은 국산 게임기업에 커다란 이정표다. 잘나가는 게임을 단순히 따라가기 보다 새로운 장르의 ‘도전자'로 나서야 미래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제2, 제3의 새로운 도전자가 나와 한국 게임 콘텐츠 사업의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