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공급, 이대로 괜찮나 ②법 사각지대, 공급사도 소비자도 혼란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PM) 시장은 법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법적 지위가 불명확하다. 대표 디바이스 전동킥보드는 인도와 차도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 전동킥보드 업계가 시장 확산을 위해 반드시 자전거 도로로 달리게 해달라고 외치는 이유다.

시장 확산과 기업의 성장에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안전’이다. 업계가 요구하는 법제화가 전체 이용자 행태를 감안해 바람직한 방향인지 살펴야 한다. 보행자·자전거 등 이용자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따져봐야 한다.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관계 법령의 미비 문제부터 푸는 게 맞다.

광화문역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 이광영 기자
광화문역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 이광영 기자
전동킥보드 업계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퍼스널 모빌리티의 정의와 안전규정을 바꾸고, 퍼스널 모빌리티에 적합한 제품 인증제도와 주행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2016년 6월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이달 17일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미디어데이에서 "낡은 법·제도로 인해 퍼스널 모빌리티 기업들이 성장 못하고 이용자와 보행자는 안전을 위협받는다"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향후 1년 이상 시민 안전이 방치될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재 근거없는 불법 개조 킥보드, 자전거 위협 우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국내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11개사는 전국에서 1만7130여대의 전동킥보드를 운영한다. 업체들은 안전을 위해 전동킥보드의 최고 속도를 시속 25㎞로 제한했다. ‘지쿠터’를 운영하는 지빌리티는 전동킥보드 최대 속도를 15㎞로 자체 제한 중이다. 업계는 이같은 자정노력과 달리 도로 주행만 허용하는 현행법 때문에 이용자가 자동차와 함께 달려야 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1만7130대의 전동킥보드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9만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개인이 보유한 전동킥보드에 모두 적용된다. 불법 개조로 주행 속도를 높인 개인 이용자가 자전거를 위협할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특히 국내 자전거도로의 77%가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여서 사고위험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동킥보드족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법 개조 방법을 공유하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리밋 해제 방법’을 입력해도 관련 게시물 수십 건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리밋 해제하고 100으로 설정했는데 아직 타보지 않았지만 속도가 상당할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속도제한을 푸는 전동킥보드 개조가 성행하는 까닭은 처벌 규정이 없어서다. 킥보드는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차량 등록을 한 뒤 운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과속을 적용해 처벌할 명분도, 사례도 없다.

현행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업체는 전동킥보드 속도제어장치를 해제하지 못한다. 개인이 속도제어장치를 임의로 해제할 경우엔 제재 근거가 없다. 자전거도로 통행에 앞서 규제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안전모 강제 착용 현실적 어려워…해외는 규제 강화 분위기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모 미착용도 치명적 이슈다. 반드시 써야 함에도 현실적 제약이 있어 이를 지키는 이용자는 거의 없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손해보험사 삼성화재에 접수된 킥보드 사고 영상 127건을 분석한 결과, 사고 킥보드 이용자 87%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용자들의 안전모 착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지만 난제임을 인정했다. 이용자가 안전모를 소지하거나 착용하게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용 안전모의 경우 위생문제를 핑계로 쓰지 않는 이용자가 많다. 이용자의 인식 개선이 우선되거나, 전동킥보드를 원동기장치가 아닌 전기자전거 장치로 보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해외 전동킥보드 업체(스핀)는 안전모를 킥보드에 설치해두고, 안전모를 탈착해야 전동킥보드 잠금이 해제되고 출발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런데도 인식 개선이 안 되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손에 들고 타는이용자가 많아진다. 이용자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주요 도시들은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분위기다. 친환경적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라는 장점을 가지는 반면 사용자 급증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는 2017년 한해 동안 전동킥보드 사고로 284명이 다치고 5명이 사망하자 규제 수위를 높였다.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탈 경우 135유로(17만3200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전동 킥보드를 인도에 세워두는 것도 금지했다. 영국 런던은 전동킥보드의 차도 및 인도 주행을 금지하고 사유지에서만 타도록 하고 있다. 미국 애틀란타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전동킥보드 이용을 금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