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가 왜 보행로 한 가운데 있나?’

서울 강남을 걷다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혹여나 한눈을 팔다가는 사고나기 십상이다.

전기자동차, 전동킥보드 등 미래 먹거리인 모빌리티 산업이 본격 개화한지 얼마되지 않아 심각한 모빌리티 성장통을 겪고 있다. 마땅히 법, 제도로 해법도 쉽지 않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부족한 시민의식이 병을 키웠다. 기술 발전을 문화가 따라잡지 못한 현상이다.

사례는 많다. 전기차 충전 공간에 일반 차량을 주차하거나 전동킥보드를 이용한 후 아무곳이나 방치한다. 이용자의 이기주의 행태가 병의 근원이다. 잠재 수요자의 시선은 부정적으로 변하고, 피해 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결국 정부는 규제 완화에 앞서 없던 규제를 만들거나 강화할 수밖에 없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성장이 주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인터넷 커뮤니티 제공
. / 인터넷 커뮤니티 제공
1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기차가 시기상조인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누리꾼은 전기차 운전자다. 그는 정부 환경청 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충전하러 왔는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겪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차량이 전기차 충전을 위한 공간에 충전기는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주차만 해놨기 때문이다. 심지어 뒤쪽 주차공간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전기차 운전자라면 흔히 겪는 상황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전기차 충전 공간에 전기차가 아닌 일반 차량이 주차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급속 충전기가 아니면 완전히 충전하는데 몇 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엉뚱한 차가 주차해 있으면 운전자의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충전방해금지법’을 2018년 9월 21일부터 시행했다. 일반 차량이 전기차 충전시설에 차를 세웠을 때나 급속 충전기 충전 시작 후 1시간이 지난 경우, 충전구역 내 또는 진입로 주변에 물건을 쌓거나 주차해 충전을 방해했을 때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단속 권한을 쥔 지자체는 손을 놓은 상태다. 산업부가 내놓은 단속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일선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전방해금지법에 따르면 단속지역은 주차단위구획 100면 이상인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영주차장, 아파트 500세대 이상 규모를 갖춘 곳이다. 이보다 소규모 충전 구역에서는 단속 근거가 없다.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면 계도·경고 등 행정절차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를 수행할 지자체별 단속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전기차 운전자들이 겪는 불편은 해소되지 못했다. 시민의식은 그대로이고, 기존의 규제로도 풀지 못하면서 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 관계자는 "단속 기준 강화를 위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개정을 검토 중이지만 시기는 특정하기 어렵다"며 "지자체가 전기차 충전 단속에 기존 인력을 늘리면 다른 서비스 업무를 놓치는 맹점이 있어 각 지자체와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처럼 민원마다 계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지키는 성숙한 시민 의식도 요한다"고 강조했다.


. / 이광영 기자
. / 이광영 기자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도 비슷한 고충이 있다. 일부 이용자들이 아무곳이나 방치하듯 주차를 하거나 반납하고 있어서다.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통행하는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하는 등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른다.

전동킥보드는 GPS(위치확인시스템)가 장착돼 업체가 바로 찾아가 수거 및 충전이 가능하다. 누군가 킥보드를 특정 장소에 놓고 가면 다음 이용자가 이용하거나 관리 직원올 때까지 마냥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용을 독점하기 위해 건물 안에 숨기는 이용자도 있다. 아무곳이나 세워도 되는 편의성이 부작용도 만든 셈이다.

단속할 규정은 마땅치 않다. 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에 따라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킥보드 불법 주차에 관한 과태료 기준은 따로 없어 단속이 어렵다. 거치대나 보관소가 있더라도 이용자들이 아무곳이나 킥보드를 주차해도 상관없는 이유다.

이를 관리하는 업체 직원들은 밤낮으로 도심에 방치된 킥보드를 재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특성상 한계가 있다. 특정 장소에 반납하는 ‘스테이션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스테이션 방식으로 획일적 변화는 기존 편의성 장점을 없애고 존폐를 위협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하지 않은 규제도 문제지만 1차적으로 공유경제 시대로 변화에 맞춰 에티켓도 지키는 선진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며 "스테이션 방식 도입은 전동킥보드 서비스 성격이 바뀌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