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준·정도현 안무공장 공동대표 인터뷰
음악 제작자·가수는 알아도 안무 창작자는 모르는 현실
안무가와 인디 음악 제작자에 수익 배분
틱톡이 몰고 온 댄스열풍타고 글로벌로 훨훨
사업성 보고 초기 투자 완료…시리즈A 기대

"싸이 강남스타일 말춤은 세계인이 기억하죠. 근데 그 말춤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마이클 잭슨 문워크 춤도 사실 마이클 잭슨이 만든게 아닙니다. 옆에서 안무를 도와준 누군가가 만들었을 거라고 추정만 할 뿐이에요. (형용준 안무공장 공동대표)"

독창적인 안무는 음악 이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싸이 강남스타일은 말춤으로, 마이클 잭슨은 문워크로 세계 음악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인기를 끈 ‘오나나춤'은 글로벌 쇼트 플랫폼 틱톡을 타고 이용자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정작 누가 이 안무들을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음악과 달리 안무는 특별한 독점 권리가 없어서다. 안무는 누가 만들었는지 굳이 명시하지도 않는다. 가끔 대중이 궁금해할 때 공개하는 정도다. 안무가는 아무리 자신이 만든 창작물이 세계에서 인기를 끌어도 그에 따른 어떤 로열티도 지급받지 못한다.

형용준·정도현 안무공장 공동대표가 올해 2월 비트플로(BEATFLO)라는 안무 생산·공유 플랫폼을 출시한 이유다.

"음악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만 안무 창작자는 누군지 몰라"

비트플로는 안무 콘텐츠 보상 플랫폼이다. 안무가가 자신의 안무를 플랫폼에 올린다. 이를 다른 이용자들이 따라 추면서 콘텐츠가 확산되고 조회수가 올라가면 그에 비례해 안무가와 이용자가 수익을 나눠갖는 시스템이다. 형용준·정도현 공동대표를 19일 오후 서울 구의동 안무공장 연습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황대균 안무가, 정도현 공동대표, 형용준 공동대표, 이동호 안무공장 개발자가 안무공장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IT조선
(왼쪽부터) 황대균 안무가, 정도현 공동대표, 형용준 공동대표, 이동호 안무공장 개발자가 안무공장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IT조선
두 대표는 춤, 그리고 카이스트 선후배라는 공통점으로 엮였다. 올해 4학년, 졸업예정자인 정 공동대표는 카이스트 댄스동아리 루나틱 소속이다. 싸이월드 창업자 출신 형 대표도 춤추는 걸 좋아한다. 카이스트 박사 과정 시절 춤으로 공부 스트레스를 풀었다. 학교 헬스장에서 유승준과 듀스, 터보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춤을 추곤했다. 놀이공원 막춤대회에 나가 상을 타기도 했다.

두 사람이 춤을 소재로 창업에 나선 이유는 싸이 강남스타일, 그리고 유튜브와 틱톡에서 인기를 끈 춤 영상을 보면서다. 동영상 콘텐츠 시대엔 노래만큼이나 춤도 콘텐츠 인기에 큰 기여를 한다. 하지만 안무는 제작 이후 수익 배분 시스템도 배분해주는 관행도 없다. 음악에 필요한 안무를 제작하고 제작비를 한 번 받고 나면 끝이다. 반면 음악은 저작권협회에 등록하면 계속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은 싸이 강남스타일 인기를 말춤이 이끌었던 것처럼 잘 만든 춤이 음원 인기를 이끌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렇게 만든 플랫폼이 비트플로다.

비트플로에 등록된 안무가들이 음악에 맞춰 자신만의 안무를 만들어 올리면 안무공장은 이들에게 조회수 1회당 1원을 지급한다. 비트플로 뿐만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발생한 조회수도 함께 집계한다.

비트플로는 안무가뿐 아니라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의 곡을 공개하는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음악가들이 음원을 올리면 여기에 안무가와 이용자가 안무 영상을 덧입힐 수 있다. 그렇게 모인 안무영상은 하나의 뮤직비디오가 된다.
콘텐츠 참여자 모두에 수익 보상

안무공장은 비트플로에 뮤직비디오 콘텐츠 참여 이용자의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뒤 참여한 이들이 그 수익을 나눠갖는, 일종의 크라우드 소싱(생산과 서비스 과정에 대중을 참여하게 하는 것)인 셈이다. 인디 음악가들도 비용부담없이 댄스 영상 기반 뮤직비디오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비트플로 앱 내 화면./ 구글플레이 화면 갈무리
비트플로 앱 내 화면./ 구글플레이 화면 갈무리
안무가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주체인 안무공장은 어떻게 돈을 벌까. 비트플로에 올라간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음원이 실제로 발매됐을 때 그 음원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이다. 사실 모든 음원이 발매 이후 인기를 끄는 것도,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정 대표는 "지금처럼 안무 제작자나 인디음악가들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묻히는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서 시작한 일종의 투자다"라고 설명했다.

단순 춤 공장 아닌 ICT 접목한 기술 플랫폼

안무공장은 비트플로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이용자 안무영상 데이터가 쌓이면 음원에 어울리는 안무를 인공지능(AI)이 모아 뮤직비디오 하나를 뚝딱 만들어 줄 수도 있다. AI는 안무 저작권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AI가 각 신체부위 별 동작을 세밀하게 인식해 특정 안무 고유의 동작이라는 점을 증명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AI가 안무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 이용자 보상 시스템도 검토 중이다.

정 대표는 "이미 모든 기술은 충분히 개발된 상태기 때문에 시장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때 여러 기술을 접목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비트플로는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갓 출시된 서비스치곤 해외 진출 시도가 빠른 편이다. 엔젤투자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시리즈A 투자 유치도 하고 있다.

형 대표는 "틱톡은 스트릿댄스 본 고장인 미국서 특히 댄스 영상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시장이 열리는 기회를 포착해 우리도 빠르게 해외 시장부터 노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향후 200여곡을 비트플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인기를 끈 제시카송 편곡버전을 공개하고, 안무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재밌는 안무를 만든 3명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공모전이다.

두 대표는 비트플로가 안무가와 인디 음악가가 자신의 콘텐츠 가치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한 시작이 될 거라 보고 있다. 형 대표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창작자들은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고, 유명 기획사 소속이면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 조차 쉽지 않다"며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이 댄서와 뮤지션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알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