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 등 아카데미 4관왕 영화 기생충의 제작진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스크린 상한제를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앞서 문 대통령에게 스크린 상한제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 "영화 산업 복지, 지원 아끼되 간섭은 없다"
문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한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우리 최고의 국정 목표다"며 "영화 산업계에서 주52시간제, 표준근로시간제 등을 준수한 기생충 제작진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를 제도화하고 영화 산업 종사자의 복지가 충분히 보장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영화 유통구조에서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영화 산업이 융성하도록 위해 지원은 늘리겠으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도 덧붙였다.
스크린 상한제는 특정 영화가 극장 상영관과 시간대를 독점하는 것을 막는 제도다. 한국 흥행 영화 중 몇몇 작품은 60%~80%의 상영 점유율을 나타내 독과점 논쟁을 일으켰다. 한국 극장 10곳 중 6곳 혹은 8곳에서 같은 영화가 상영된 셈이다.
인기 영화를 상영하면 극장 수익은 올릴 수 있으나,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생충을 비롯해 해외에서 권위 있는 영화제 상을 받은 한국 영화가 흥행작의 스크린 독점에 밀려 상영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시민단체가 스크린 독점을 사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례도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9년 4월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상한제가 필요하다"며 국회와 조율, 법률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스크린 독과점이 심한 특정 시간대에 영화 점유율을 50%로 규제하는 법안, 예술영화 지원 등을 담은 영화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계류 중이다.
스크린 상한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영화산업발전계획을 마련, 직접 지원에 나섰다. 2020년 신설 예정인 다양성 영화 전용관 ‘독립·예술영화 유통지원센터’, 240억원 규모 ‘강소제작사 육성펀드’ 등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9일 ‘영화산업 경제 민주화 제도 마련과 관련된 요청문’을 국회에 보냈다. 여기에도 스크린 상한제 도입 요구가 담겼다. 영화발전기금 부과기간 연장, 독립영화 전용관 설치 제도화 및 제정 지원책 마련,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으로 인한 불공정 문제 해소 등도 포함된다.
스크린 상한제가 한국 영화계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기업의 수익 및 운영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가 줄면서 자본이 필요한 대형 영화를 만들 수 없게 되리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