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거래량 1위 거래소 파산
채굴형 암호화폐 거래소 줄줄이 몰락

트레이드마이닝(Trade Mining·거래자가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거래량에 따라 거래소 토큰을 채굴 형태로 보상받는 것)을 주 사업으로 삼던 국내외 채굴형 암호화폐 거래소가 몰락한다. 이 거래소는 이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거래소 수익이 증가하는 모델이다. 신규 회원 확보가 힘든 현 상황에서 이런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업계는 거래소 토큰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한적인만큼 이들의 생존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설립 한 달만에 일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던 채굴형 거래소 ‘에프코인’이 최근 파산했다.

장지엔 에프코인 대표는 거래소 사이트 공지를 통해 "자금난과 데이터 오류 등 이유로 고객 자산을 출금해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에프코인에서 출금 정지된 금액은 7000~1만3000BTC다. 한화로 약 810억원~1505억7600만원에 달한다.

./에프코인 홈페이지 갈무리
./에프코인 홈페이지 갈무리
한때 1위 거래량, 지금은 파산…왜?

2018년 출범한 에프코인은 세계 최초 ‘채굴형 거래소 토큰’ 시스템을 도입했다. 에프코인은 자체 암호화폐 ‘FT토큰’을 보유한 이용자에게 거래소 수수료 수익의 80%을 배당하며 사용자를 모았다. 그 결과 출범 1달만에 에프코인은 9조원에 육박하는 일 거래량을 냈다. 당시 세계 10위 암호화폐 거래소 일 거래량을 합산한 규모보다도 크다. 그러던 에프코인은 이달 초 긴급 유지보수를 이유로 거래소 운영을 중단했다.

장지엔 대표는 "채굴형 거래소로 인기를 얻을 당시 거래소는 기술적으로 미흡한 상태였다"며 "매일 폭발하던 거래량과 채굴량, 배당 때문에 거래소 시스템은 마비 직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스템 미흡을 악용해 자산과 배당량을 부풀린 사용자도 있었다"며 "조사를 진행하던 중 일부 사용자의 데이터 조작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그간 데이터를 조작한 사용자에게 과도한 배당을 계속 지급했고 이로 인해 자금 상황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장지엔 대표에 따르면 거래소 손실액은 1억2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채굴형 거래소가 애초 성장이 불가능한 모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굴형 거래소는 이용자에게 거래 수수료를 거래소 토큰으로 돌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배당한다"며 "거래량이 많아지면 토큰 발행량과 수익 배당이 증가하지만 거래량이 줄어들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 배당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미 발행된 거래소 토큰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토큰 가치가 떨어지는 와중 거래소는 거래소 토큰을 지속 발행하게 된다. 거래소 토큰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추락하는 국내 채굴형 거래소…사기도 종종 발생

채굴형 거래소 중 힘든 시기를 보내는 곳은 에프코인만이 아니다. 국내 채굴형 거래소 대부분은 현재 순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이 급격히 줄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더군다나 거래소 자체 토큰에 대한 가치를 보증하는 마케팅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거래소 순위 정보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캐셔레스트(141위)와 코인제스트(207위)를 제외한 비트소닉, 코인빗 등 나머지 채굴형 거래소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들 거래소는 2019년 상반기만해도 1위였던 빗썸에 이어 2위(코인빗), 4위(비트소닉), 5위(캐셔레스트), 6위(코인제스트)를 했다.

상황이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자 일부 중소형 거래소는 새로운 토큰 이코노미 모델이라고 홍보하며 거래소 자체 코인 이벤트로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뉴비트다. 이 거래소 운영진은 사전 회원 가입 이벤트와 하한가 이벤트, 손실보상 이벤트 등으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거래량을 조작해 수십억원을 편취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뉴비트 대표에게 5년, 함께 구속된 운영진 두 명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최근에는 자금난으로 출금을 막았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가 또 다른 자체 코인을 발행해 투자자들의 묶인 자금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제휴사와의 결제 등을 통해 이를 법정화폐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업계는 이를 곧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거래소에서 내놓는 코인의 담보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제휴처를 늘리려던 타 채굴형 거래소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거래소 토큰이 법정화폐처럼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채굴형 거래소 수익 모델에 한계가 점차 들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토큰 이코노미 관련 업체에 종사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토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산 가치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라며 "아직 제도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만든 코인에 가치가 있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투자자들에게 거래소 토큰은 단기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한 매개 정도다"라며 "비트코인 결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마당에 거래소 토큰이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