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언급 없는 이재웅, ‘타협’만 찾는 홍남기
대타협 모델 구축 과정서 정부·타다 갈등 본격화 하나

무죄 판결을 받은 타다 이재웅 대표와 대타협 카드만 제시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시 한번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가 대타협 모델 구축만을 밀어부치는 형국이어서 미래 비즈니스를 강조하는 타다와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소회를 밝혔다. 이해관계자와 갈등으로 얼룩진 과거에서 벗어나 정부와 국회에 미래로 가는 길을 닦아달라는 요구였다.

그는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며 "법원은 미래를 막는 돌부리를 치웠고 국회와 정부 여당도 미래를 막는 돌부리를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재웅 쏘카 대표. / IT조선 DB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재웅 쏘카 대표. / IT조선 DB
이 대표의 글에서 ‘타협’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19일 타다 회원 가입은 올해 최고기록을 세웠고 타다 프리미엄에 참여하겠다는 개인택시 기사분들 신청 역시 최고기록을 세웠다"며 "진정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꿈을 꾸고 꿈을 실현하는 이들을 돕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확히 1시간 46분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공유경제를 위한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홍 부총리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타다와 같은 신산업이 갈등 없이 시도, 착근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기존 이해관계층과의 상생 해법 강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걸음 모델’을 제시한 주된 이유"라며 "한걸음 모델은 각 이해관계자가 작은 한 걸음씩 물러날 때 더 큰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대타협 모델의 하나로 조만간 한걸음 모델 구축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020년 업무보고 자료에서 이해관계자간 대립으로 개선이 지연되는 신산업 진입 규제에 한걸음 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걸음 모델의 절차는 이해관계자가 만나서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사안에 따라 맞춤형 상생안을 제시해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애초 검찰의 타다 기소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2019년 10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상생해법이 강구되기 전에 문제를 사법적 영역으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며 "여타 분야 신산업 창출의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이재웅 대표, 사회적 타협기구 불필요성 지속 언급

하지만 이해관계자 간 대타협으로 타다 논란을 풀어야 한다는 홍 부총리의 의중은 결국 정부와 타다의 소모적 논쟁과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타협만 강조하는 정부의 방식에 이재웅 대표가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이용자 편익을 우선으로 하지 않는 대타협은 의미가 없다며 정부에 날선 비판을 해왔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홍 부총리가 "기존 이해관계자의 반대라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타다)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모르겠다"로 쏘아붙였다.

타협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자신을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에 대해서는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 출마하시려나"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1월 16일 열린 오픈넷 주최 '’다 금지법을 금지하라’ 긴급 대담회에서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전력이 있는 정부의 사회적 대타협안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더이상 정부가 내놓을 비슷한 방식의 타협기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산업적 보완을 고민하는 측면에서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필요하지만 타다와 같이 개별 산업이나 회사를 위한 사회적 타협기구가 만들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타다 측은 홍 부총리의 한걸음 모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양자간 대화를 강조하는 정부의 대타협 모델에 회의적 반응을 내비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타협 기구로 성과는 미미했고, 타다와 같은 신사업은 득을 본 케이스가 없었다"며 "한걸음 모델이 과거 정부가 제시한 대타협 방식과 달라질 게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