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4 제친 AFK 아레나…中 게임사, 월등한 자금·인력으로 韓 숨통 조여

입력 2020.02.25 06:00

릴리스게임즈 방치형게임 ‘AFK아레나’, 구글 플레이 매출 3위 올라
물량 공세 펼치는 중국, 개발속도, 재원, 인력 면에서 월등
MMORPG는 3N급 아니면 제작 어려워, 판호 발급 재개해야
위정현 교수 "중국 기업은 현지 규제 심해질수록 한국 업계 공략할 것"

중국게임사가 한국 게임사의 숨통을 조인다. 한국 안방에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중국 게임 소식이 자주 들린다. 중소 게임사 사이에서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기업의 자본력에 맞설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힘이 부치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흥행작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게임사 릴리스게임즈가 12일 출시한 방치형게임 ‘AFK아레나’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 게임은 24일 오후 4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기준으로 넥슨이 2019년 11월 선보인 대작 게임 ‘V4’를 4위로 끌어내리고, 3위를 차지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리니지M 바로 아래다.

AFK아레나 홍보 이미지. / 릴리스게임즈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손을 놓고 있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치형 장르 게임이다. 이름의 AFK는 키보드에서 손을 뗀다(Away From Keyboard)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치형이면서도
다양한 영웅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재미를 주는 수집형게임처럼 설계했다. 티어 기반 랭킹, 미궁탐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점도 호평받는다.

릴리스게임즈는 2014년 모바일게임 ‘도탑전기’를 출시하면서 크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에는 인기는 많았지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워크래프트3의 설정과 원화 콘셉트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들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제는 주류로 올라섰다. 회사는 2019년 9월 3일 전략게임 ‘라이즈 오브 킹덤즈’를 선보였다. 이 게임은 비주류로 꼽히는 전략 장르 게임으로 모바일게임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도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산 게임의 약점이라고 지적하는 ‘원화’ 면에서도 중국색을 찾아볼 수 없다. 업계나 이용자 사이에서는 "오히려 다양성 면에서는 중국이 앞섰다"며 "회사 이름표를 떼면 서양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 시네마틱 영상. / 라이즈 오브 킹덤즈 유튜브 채널
중국 게임사가 한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아 "중국은 개발 속도, 재원, 인력 면에서 풍부하다는 장점을 살려 매우 빠른 속도로 게임을 뽑아내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는 중국 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게임사가 살아남으려면 하루 빨리 게임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정현 학회장은 "현재 게임 업계를 둘러싼 규제로 인해 3N급(엔씨소포트, 넥슨, 넷마블) 대기업조차도 부담을 느낄 수준이다"며 "주 52시간 근무제의 경우 유지하더라도 중소개발자는 유예하고 대신 유연·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게임이 몰려오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한정된 인원으로 제한된 시간에만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간이 갈수록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기반으로 재편됐다. PC MMORPG 시장이 모바일로 점차 넘어온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제작 비용이 저렴한 웹게임을 위주로 만들다 모바일로 넘어오며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쏠림 현상은 게임 업계 전체로 봤을때는 바람직하지 않다. 게임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 게임은 여전히 대형 MMORPG에서는 확실히 강점을 보인다"며 "다만 이 장르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해 3N급 대기업이 아니면 뛰어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판호 발급 재개를 통한 한국 게임사의 중국 진출이 가능해질 경우 고전하는 한국 게임사가 숨을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게임사가 많은 면에서 우위에 서 있지만 여전히 한국 게임의 디테일과 기획력을 부러워하고 이런 노하우를 가진 게임을 자국에 선보이고 싶어 한다"며 "게임 업계에서는 중국에 게임을 수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매출이 최소 2배 차이가 난다고 볼 정도로 중국 시장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2월 문체부 주최 토론회에 참여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 게임사의 우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과 한국 이용자의 성향이 경쟁을 좋아하고 게임 공간에서 권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중국 게임사는 게임을 만드는 비용이 훨씬 낮아 손실 부담감이 낮다는 특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일정 수준의 개발력을 맞추면 중국 게임사가 한국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더 용이하다는 이야기다.

중국이 자국 게임 시장을 규제하는 것도 한국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위 학회장은 "중국이 자국 게임을 규제할수록, 중국게임사는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며 "심지어 이미 한국 시장에서 중국게임이 성공한 사례가 수두룩하므로 이런 경향은 가속화될 것이다"고 밝혔다.

중국 문화부는 2019년 8월 청소년 ‘눈 건강’을 위해 게임을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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