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원격진료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충돌한다. 정부는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전화 진료를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반면, 의료계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한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된다며 반발한다. 체계없이 전화 한 통만으로는 제대로 환자를 파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가운데)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조선DB
(가운데)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조선DB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코로나19 관련 대의원 긴급 안내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전화 상담·처방을 거부했다. 전화를 통한 처방은 환자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안내문에서 "코로나19는 폐렴을 단순 상기도감염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염력이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전화를 통해 감기처방을 받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주변으로 감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와 협의 없는 조치"…오진하면 책임은 의료진이

앞서 정부는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자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원격진료 시 진료비는 대면 진료할 때와 같다. 치료비는 계좌이체 등으로 대신할 수 있다.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전송된다.

이번 정책에 의료계는 큰 우려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와 협의 없이 이뤄진 조치인 만큼,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는 전화상담과 처방에 대한 법률 검토와 책임소재, 진료 범위, 의사 재량권, 보험청구 등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또 지금같은 상황에 전화상담을 받아줄 병원 인력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환자의 정확한 건강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 없다. 전화에만 의존해야 한다. 대면이 아니라는 점에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정부가 다급한 마음에 실효성 없는 정책을 졸속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원격진료를 시행했을 때 의료진이 떠안을 부담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다. 원격진료로 자칫 오진을 했다가 민사 소송이 발생하면 이를 의료진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정부가 예외로 둔 원격진료 허용 상황은 ‘의사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의사가 의료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원격의료를 한 것에 대한 형사∙행정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일 뿐,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모두 면책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료계가 원격진료에 날선 반응을 보이자 정부는 환자를 위한 한시적 조치라고 강조한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이번 조치는 정기 검진을 받는 환자 중 투약이 불가피한 이들을 위한 제한적인 조치다"라며 "의료진 판단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면 전화 처방을 허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성이 낮고 오랫동안 봐왔던 환자들이나, 호흡기 환자 중 코로나19가 아닐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라면 가족을 통한 내방, 전화 등을 통한 처방을 허용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