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의 전대미문 ‘자진 폐업’ 사태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24일 경기방송 이사회는 지상파방송허가권 반납을 결정해 일방적으로 노조에 통보했다. 방통위가 우여곡절 끝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발생한 일이다. 지상파가 면허를 자진 반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로고 각 사 제공, IT조선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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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26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2019년 말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결과 상당 부분 점수가 미흡했지만 지역시청권 보호와 고용문제 등을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시쳇말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자기들이 자진 폐업을 결정한 것은 행정청을 모독한 것이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당시 경기방송은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을 받지 못했지만, 지역 종합편성 라디오 사업자로서 20년 넘게 방송을 한 점과 경기 지역 청취자의 청취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경영이 어렵다고 했다는데 경기방송은 지금껏 충실하게 흑자 내며 방송을 해왔다"며 " 경기도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주파수(99.9㎒)도 대단히 좋은 대역인데 ‘노조가 경영진을 괴롭히니까 접어버리자’는 식의 이런 무책임한 결정이 어디있냐"며 경영진을 비판했다.

이어 "아직 선례가 없어 고민을 해봐야 겠지만, 자진해서 폐업신고를 하면 바로 받아줘야 하는 건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철수 상임위원은 "방송 사상 사업자가 스스로 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다"며 "방송사업을 바로 접으면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면밀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재일 교포 오너를 설득해 방송사를 매각해 부동산 수익을 노리자고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며 "폐업신청을 접수하면 그냥 받아줄 것이 아니라,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한열 방송정책국장은 "(현행법상)방송사업을 거부한 이런 경우는 방송유지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스스로 방송사를 폐업하고 방송사업 허가를 반납하겠다고 하는 경우 그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청취권 보호를 위해 방송시설 매각금지 같은 부분을 강제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금 당장 방송을 폐업해버리면 동일 주파수 사업자를 선정해 방송을 재개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청취자 권리가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허욱 상임위원은 "방송 사업권을 반납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시청권보호와 고용 대책 차원에서 고용노동부·지자체 등과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법적으로도 여러 검토해야하고, 최초 사례기에 원칙과 절차를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향후 청취권 보호 등을 위해 TF를 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