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 미국 리비안이 배터리 협력 파트너로 삼성SDI를 낙점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리비안 고위 임원진이 최근 삼성SDI 관계자를 만나 배터리 조달 마무리 협상을 진행했으며 최종 계약 체결만 남겨뒀다. 규모는 확인되지 않으나 아마존이 리비안에 주문한 전기차 밴 물량 전부가 유력하다. 아마존은 내년 운행을 목표로 리비안에 올해부터 2024년까지 밴 10만대를 제작해 공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삼성SDI 배터리 탑재가 유력한 전기밴 제작 모습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SDI 배터리 탑재가 유력한 전기밴 제작 모습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리비안이 삼성을 파트너로 삼은 것은 선두업체인 테슬라는 물론 루시드모터스도 LG화학을 배터리 협력사로 선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생 업체인 리비안은 LG화학과 계약할 경우 선발업체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LG화학 역시 기존 북미 고객의 잠재 경쟁사인 리비안까지 새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삼성SDI가 지난해 영국 자동차 제조사 재규어랜드로버의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는 것도 리비안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루시드, 재규어 모두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했다. 이를 공급할 업체는 파나소닉, LG화학, 삼성SDI 등 제한적이다. 생산능력도 한계가 있다.

리비안이 더 이상 계약을 늦추다가 차칫 원통형 배터리 조달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서둘러 삼성SDI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재규어에 이어 리비안까지 시장 확대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도 한결 높아질 전망이다. 테슬라, 루시드, 리비안 등 주요 전기차 전문 회사들을 잡으면서 북미시장에서 경쟁국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상위권 업체 추격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두 회사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인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이 1, 2위, 중국 BYD가 4위다. 지난해 한 계단씩 순위를 올린 LG화학과 삼성SDI는 최근 잇따른 미국과 유럽 자동차 회사 수주로 더 높은 순위의 업체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CATL와 BYD 등은 자국 기업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중국 시장에 집중됐다. 파나소닉 역시 자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LG화학과 삼성SDI가 더 치고나갈 가능성이 높다.

리비안은 올해 전기차를 출시하며 데뷔한다. 이미 높은 기술 수준을 입증해 아마존, 포드 등 굴지의 미국 기업으로부터 3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아마존은 7억달러(약 8500억원)를,포드는 5억달러(6100억원)를 투자했다.

리비안은 2009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 R.J.스캐린지가 창업한 회사다. 전기 픽업트럭 'R1T'와 전기 SUV 'R1S'를 개발한다. 독자 개발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력도 인정 받았다. 올해 이들 모델을 미국 일리노이 공장에서 양산한다.

삼성SDI 측은 리비안 계약 진행 건과 관련해 "고객사에 관한 내용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