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중소·중견 통신부품장비업체 챙겨온 살림꾼
대기업의 ‘가격 깎기’로 통신부품장치업체 경쟁력 약화
국산 부품장비 제값 주고 사는 ‘구매승수효과’ 만들어야

"입만 벌리면 중소기업과 상생한다고 하는데, 그게 다 ‘허언’입니다."

통신장비부품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이규태 부회장이 작심발언을 했다. 통신 대기업이 말로는 ‘상생’을 부르짓지만 협력 중소벤처기업은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인 이 부회장은 7년째 통신부품장비업계를 챙기고 있다.


이규태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부회장./자료 네트워크산업협회
이규태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부회장./자료 네트워크산업협회
이 부회장은 최근 울분이 치솟는 얘기를 들었다며 전했다. 굴지의 국내 대기업 임원이 ‘화웨이 주변에는 우수한 중소부품업체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왜 그런 곳들이 없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중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1위 통신장비업체다.

이 부회장은 대놓고 "당신들이 협력(제 값 구매)을 안해서 그렇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충격적인 사례는 이어졌다.

신생 통신부품업체가 어렵게 제품을 완성해 품질성능평가시험(BMT)을 통과해 대기업에 제안하자, ‘원가’에 공급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 회사 대표는 ‘내가 왜 이걸 땀흘려 개발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고 이 부회장은 전했다.

이 부회장은 중소 통신장비업계가 국내에서 제대로 기(氣)를 펴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제 값을 요구했다가 오히려 거래선을 잃는 사례가 많아 협회가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 회원사가 많다고 이 부회장은 전했다.

국산 통신장비부품에 제 값 줘, 추가 혁신 만들도록 해야

통신장비부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매승수효과’ 활용을 제안했다. 대기업 낙수효과를 개발과 생산 주체인 중소기업 입장에서 본 것이다. 중소기업이 만든 우수한 장비와 부품을 대기업, 정부, 공공기관이 제값 주고 구매해, 중소 통신장비부품업체가 제2의 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30년 넘게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주파수 경매대금 일부를 구매승수효과에 활용하자는 제안도 했다. 3조원이 넘는 경매대금의 5~10%를 통신사 등을 통해 장비·부품 구매에 활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자리에서 이 방안을 직접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 통신장비업체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라며 "이 자금이 그 저력을 발휘할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개척한 5G 통신 인프라 구축 경험을 언급하며 "우리 통신장비부품업계가 살고 죽는 것은 정부나 대기업이 제값주고 구매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며 "구매승수효과가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 부회장은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