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출시된 니콘 35㎜ DSLR 카메라 D750의 별명 중 하나는 ‘실패작’이다. 성능과 화질이 우수해, 새 카메라를 사지 않고 이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니콘의 추가 매출을 올려주지 못하는 제품인 셈이다.
니콘 D750의 개량형 D780은 2020년 1월 등장 직후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 라이브 뷰, 눈동자 자동 초점과 고감도 등 촬영 편의 기능이 개선되고 틸트식 터치 모니터, 고속 셔터 등 기계 성능도 향상됐다.
니콘 D780을 나흘간 사용했다. 니콘 D750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카메라인 동시에, 황혼기에 다다른 DSLR 카메라 시장의 마지막 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든든한 느낌 주는 외관, 완성도에 틸트형 모니터의 경쾌함 더해져
니콘 F 마운트와 잡기 편하게 튀어나온 손잡이, 펜타프리즘에 새겨진 니콘 로고와 손잡이쪽의 붉은 지지대. 니콘 D780의 외관은 니콘 D 시리즈 DSLR 카메라의 법칙 그대로 다듬어졌다.
본체 뒤 뷰 파인더는 0.7배율, 시야율 약 100%로 고급 DSLR 카메라 수준의 성능을 나타낸다. 조작계 버튼 배열도 기존 니콘 D 시리즈 DSLR 카메라와 비슷하다. 라이브 뷰 버튼 및 사진·영상 전환 레버 위치가 본체 아래에서 위쪽으로, 엄지가 닿는 곳에 자동 초점과 초점·노출 고정 버튼이 배치된 점이 눈에 띈다.
모니터는 3.2인치, 236만화소 틸트식이다. 위 혹은 아래 방향으로 90º에 가깝게 조작 가능해 하이/로우앵글 촬영 시 유용하다. 터치스크린이어서 초점 이동과 촬영, 메뉴 조작까지 터치로 할 수 있다.
전원은 EN-EL15b다. 충전 후 CIPA 기준으로 사진을 2260장 찍을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좋다. CIPA 기준은 촬영 시 플래시, 리뷰를 일정 횟수 한 채 측정하므로 실제 사용 시에는 2260장 이상 찍을 수도 있다. 저장 매체는 SD 메모리, 슬롯은 두개다. Wi-Fi 및 블루투스 무선 전송도 지원한다.
니콘 D780의 본체 크기는 143.5 x 115.5 x 76㎜, 무게는 755g(배터리, 메모리 포함 840g)이다. 전 모델 니콘 D750보다 작아졌다. 방진방적도 지원한다.
35㎜ 2450만화소 화질 인상 깊어…고감도, 자동 초점 성능도 합격점
니콘 D780은 35㎜ 2450만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대형 이미지 센서, 이미지 처리 엔진 조합은 인상적이다. 빛이 충분히 많은 곳에서는 색 정보를 최대한 유지하며 사진을 담는다. 빛이 적은 곳에서도 색조를 잘 표현한다.
자동 초점 포인트 개수는 뷰 파인더 촬영 시 51개, 라이브 뷰 촬영 시 273개다. 뷰 파인더 촬영 시에는 니콘 플래그십 DSLR 카메라 D5와 같은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라이브 뷰 촬영 시에는 화면 내 가로세로 약 90% 영역 안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인물 눈동자 자동 초점도 된다.
감도 범위는 기본 ISO 100~51200, 확장 시 ISO 50~ISO 204800까지 지원한다. 전 모델보다 감도 범위와 화질 모두 좋아졌다. ISO 12800까지는 어두운 곳에서도 무난하게 사용할 만하다. 어두운 곳에서의 자동 초점 성능도 인상적이다.
니콘 D780은 이미지 센서 모든 영역을 사용해 4K UHD 30p 동영상을 찍는다. 풀 HD 해상도 120p 영상도 담는다. 전 모델 니콘 D750(풀 HD 60p까지만)보다 좋아졌다.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 HDR과 타임 랩스도 사용 가능하다.
DSLR 카메라의 정석…수년간, 단종 전까지 쓸 만한 믿음직한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사는 소비자는 대개 가볍고 경쾌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택할 것이다. 이들에게는 니콘 D780보다 Z6이 더 잘 어울린다. 비싼 가격과 훨씬 더 큰 부피는 니콘 D780을 포함한 DSLR 카메라의 단점이다. 4K 동영상 촬영 기능, 고감도 범위 확장 등을 제외하면 니콘 D780은 눈에 띌 만한 개선점도 없다.
니콘 D780은 DSLR 카메라의 ‘정석’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흐름은 이제 완연히 미러리스 카메라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DSLR 카메라만의 가치는 여전하다. 광학 뷰 파인더의 신뢰성,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수많은 렌즈군 등이다.
니콘이 D750에서 D780으로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것도 이 부분이다. 일단 선택하면, 사용하면 충분한 만족을 준다. 니콘 D780은 DSLR 카메라의 정석인 동시에 또 하나의 실패작, 나아가 앞으로 수년간 소비자와 함께할 믿음직한 스탠다드 DSLR 카메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