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성인용 넷플릭스의 과도한 모자이크

입력 2020.03.02 06:00

이용 약관에 성인을 위한 서비스임을 밝힌 넷플릭스가 성인 등급 콘텐츠에 과도한 모자이크 처리를 해 이용자 불만을 산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자이크(블러) 처리된 넷플릭스판(왼쪽)과 무삭제 애니플러스판 비교 컷. / 김형원 기자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에서 주로 발생한다. 넷플릭스는 2월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이하 애니) 콘텐츠를 국내 공개했다. 이 애니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신체 훼손이나 무기 공격으로 입은 상처 등을 모두 모자이크(블러) 처리했다. 일부 성폭력 장면은 삭제했다.

이외에도 넷플릭스가 영상에 가위질한 성인 등급 애니는 ‘진격의 거인', ‘베르세르크' 등 많다.

국내 영상물 등급 기준에 따르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사회적 질서를 지나치게 문란하지 않고, 음부를 강조해 지속적으로 노출하지 않는 콘텐츠는 문제없이 성인 등급을 받고 국내 유통된다. 우리가 포르노로 인식하는 성인 영화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유통된다.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경미한 수준의 신체훼손 표현과 간접적으로 표현되는 성폭력 장면이 가려지고 편집 등 가위질 됐다. 넷플릭스가 국가가 인정하는 표현 범위를 넘어서 과도한 규제를 가한 셈이다. 영상 창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창작 표현에 대한 침해를 당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이용약관 4조 1항에 넷플릭스가 성인을 위한 콘텐츠 서비스 임을 명시했다. 일본 애니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회사 기본 방침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시청자에게 제대로 된 콘텐츠 상품을 제공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넷플릭스의 과도한 영상 규제에 대해 국내 영상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정부나 동종업계의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문제가 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외 넷플릭스에서 같은 애니 콘텐츠를 시청했을 때 모자이크와 삭제는 찾아볼 수 없다.

◇ 넷플릭스 성인 애니 과도한 규제 원인은 심의 과정과 유통 절차 탓

국내 넷플릭스 상에서 일본 성인 등급 애니에 모자이크와 삭제가 가해지는 원인은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서비스 되는 애니 콘텐츠를 국내 애니 전문 기업인 애니플러스를 통해 공급받는다. 애니플러스는 케이블TV에도 수입한 애니 콘텐츠를 방영하기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 기준을 따른다.

방심위는 콘텐츠를 사전 심의하는 것이 아닌 이미 방송된 콘텐츠에 대한 등급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애니플러스는 국내 심의 규정에 맞춰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긴 뒤 애니 콘텐츠를 방영한다.

넷플릭스 성인 등급 애니에 모자이크가 걸리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성인 등급으로 도장을 찍어도 케이블TV에 방송될 때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모자이크가 걸린다. 시청자의 나이를 파악할 수 있는 IPTV와 스트리밍 서비스(OTT)와 달리,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은 시청자 연령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니플러스는 이런 이유로 모자이크가 걸린 수정본과 일본 원작사로부터 공급받은 원본 등 2개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공급한다. 넷플릭스는 방심위 등급에 맞춰 편집된 수정본을 넷플릭스 상에 서비스한다.

반면, 애니플러스는 케이블TV 방영본이 아닌 VOD에 대해서는 삭제·편집이 없는 영상을 사용한다. VOD 시청자는 로그인을 통해 성인인증을 받기 때문에 무삭제 버전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IPTV용 VOD와 OTT 콘텐츠는 영등위 심의를 받게된다. 영등위는 방심위 등급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서비스 제공자의 이중 심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즉, 넷플릭스는 국내 법이 허용함에도 불구하고 성인 등급 콘텐츠에 모자이크를 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방심위 심의 과정이 탐탐치 않다면, 영등위 심의를 통해 모자이크를 얼마든지 걷어낼 수 있다.

넷플릭스가 영등위 심의를 따로 받지 않고 방심위와 애니플러스 공급에 의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세계 190개국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글로벌 사업자다. 넘쳐나는 콘텐츠를 재 시간에 꼬박꼬박 공급하려면 심의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넷플릭스는 대규모 콘텐츠를 유통하는 기업 답게 영등위의 업무량을 확 늘려준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일부 콘텐츠의 유통 속도를 높이려면 영등위 심의를 받는 대신 수입 업체의 콘텐츠를 공급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

월간 넷플릭스 이용료는 상품에 따라 적게는 월 9500원에서 많게는 월 1만4500원을 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인 만큼 고품질 콘텐츠를 즐길 권리가 있다. 성인 서비스라고 약관에 명시한 넷플릭스는 영등위 심의를 받는 등 양질의 콘텐츠 방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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