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월 출시한 제네시스 첫 SUV인 GV80 장착 타이어는 이탈리아 피렐리와 프랑스 미쉐린 제품이다. 쏘나타도 미쉐린, 피렐리와 함께 미국 굿이어 타이어를 사용한다. 그랜저는 미쉐린을 장착한다. 팰리세이드는 일본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타이어를 채택했다. 온통 수입타이어다.

수입차는 다르다. 국내 타이어업계 1위 한국타이어 제품을 상당히 많이 채택했다. 한국타이어는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프리미엄 3대 완성차 브랜드에 SUV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다. 포르쉐와는 2015년 SUV 모델 마칸에 타이어 공급 이후 SUV 모델 3세대 카이엔에도 신차용 타이어를 제공한다.

수입차 고객이 ‘내차엔 한국타이어가 들어가는데, 국산차엔 왜 수입산 타이어를 쓸까’라는 호기심을 갖는 이유다. 국산차 구매자 입장에서도 동일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왜 일까.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근 몇년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타이어에 수입산 적용을 확대했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알려진 이유다. 한국타이어도 이에 대응해 수입차에 자사 제품 공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 / 한국타이어 제공
. / 한국타이어 제공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2014년 발생한 품질 이슈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두고 벌인 양사간 신경전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한다. 당시 앙금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현대차는 2014년 제네시스 차량에서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자 한국타이어 제품인 타이어 한쪽 측면만 마모해 문제가 생겼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타이어는 현대차의 요구대로 문제가 생긴 제품을 전량 교체해야 했다. 양사는 리콜에 따른 비용 분담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업계는 2014년 말 한국타이어가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컴퍼니와 함께 세계 3위권 자동차공조업체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을 36억달러(약 4조3600억원)에 공동 인수에 나선 것도 양사 관계가 소원해진 계기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는 당시 인수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의 주요 협력사 중 하나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면 막대한 이자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사모펀드 특성상 연구·개발 및 품질 투자가 감소해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이같은 사건 이후 현대차는 우연의 일치인듯 타이어의 고급화 전략을 시작했다. 제네시스 G80과 신형 그랜저 등 주요 신차에 한국타이어 대신 미쉐린 등 수입 타이어를 기본 장착했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집토끼와 같았던 현대차가 내놓는 잇달아 신차 타이어 공급을 놓쳤다. 결국 내수 판매에 타격을 입고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한국타이어의 2019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7% 감소한 5429억원에 그쳤다.

오랜 동지였던 현대차의 이탈에 한국타이어는 수입차 브랜드와 협력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주요 시장에서 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 프리미엄 신차용 타이어의 경쟁력을 강화해 프리미엄 브랜드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신규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해외 각 지역 별 유통 전략을 최적화 해 타이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