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中 게임 판호 문제에 시진핑 입만 보는 文 정부

입력 2020.03.03 06:00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꾸준히 ‘한·중 운명공동체론’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말이 한중 게임 산업 교류에 해당하지 않는 듯하다.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부터 한국 게임에 단 한건도 판호(허가증)를 발급하지 않았다. 4년이 다 됐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한국 게임 업계는 중국내 게임 출시를 위해 노력했지만, 판호가 나오지 않아 중국 시장 문턱에서 계속 좌절했다. ‘희망 고문’을 넘어 상대방 숨통을 조이는 ‘운명공동체’가 도대체 어디에 있나.

게임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모바일게임을 출시하는 '뒷문'인 중국 앱스토어도 7월부터 막힌다. 중국 앱스토어는 판호를 받지 않아도 게임을 팔 유일한 공간이다. 넷마블 등 한국 기업은 이 루트로 게임을 출시해 ‘쏠쏠한’ 재미를 봤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반면 중국 게임은 값싸고 풍부한 개발인력과 월등한 자본력 등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잠식한다. 2018년 기준 한국 게임 제작·배급업 종사자 수는 3만7035명이다. 중국 거대 기업 텐센트 한 곳의 직원 수만 5만명이 넘는다. 한국 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핸디캡까지 달았다. 중국은 쉴 틈도 없이 게임을 만들어 한국 시장을 잠식 중이다. 중국 공세에 굴지의 국내 게임 대기업도 위협을 느낀다. 중국 게임 AFK 아레나는 넥슨 V4를 밀어내고 2월 24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3위를 차지한 후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킨다.

독창적이고 잘 만든 중국 게임이 들어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공정하게 겨루는 것이 ‘게임의 법칙' 아닌가. 그런데 일부 중국 게임은 수준 이하의 퀄리티로도 좋은 성적을 낸다. 반면에 국산 웰메이드 게임이 중국에 진출한다면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데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이 안쓰럽만 하다.

한 게임 업계 고위 관계자에게 중국 게임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 게임사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었다. 그는 "밀려오는 중국 게임 물결 앞에 중소 게임사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게임사가 뭘 어떻게 한다기보다 판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임판호 불허로 한국 게임 업계는 일부 큰 기업을 빼면 고통스럽게 지낸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짜요(힘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판호 중단 발단은 한국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구축에 따른 한한령이었다. 외교적 문제가 한국 게임 산업에 치명상을 안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러번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중국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이제는 ‘무대책’이 대책일 정도다.

그나마 시진핑 주석 방한에 따라 변화 조짐이 있지만, 문제 해결은 미지수다. 시 주석의 입만 쳐다본다는 게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월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나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극복하면 양국 관계가 폭발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았다. 각계각층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중국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노력도 했다. 이 정도라면 중국 정부도 상응하는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설령 ‘제스처’라도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한 메시지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현안이 수두룩한 양국 관계에서 게임 판호 문제는 사소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빨리 해결할 문제다. 작은 현안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양국 관계를 ‘운명공동체’는커녕 ‘선린 관계’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양국은 시진핑 주석 방한과 상관없이 게임판호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것조차 해결하지 못한다면 문재인정부는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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