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여만에 감염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 하루가 다르게 감염자 증가폭이 커져 전국 확산 우려가 현실화했다. IT조선은 [코로나와 싸우는 사람들] 기획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숨은 영웅들을 찾아본다. 독자 분들도 같이 응원해주시길~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찾는다. 하지만 마스크를 사고 싶어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 한 장에 1000원도 안 하던 마스크가 오픈마켓 등에서 수십만원에 판매되는 품귀현상이 빚어진다. 코로나19를 틈타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판매상이 가격을 올려놓은 탓이다. ‘양심적인’ 가격에 마스크를 판매하는 쇼핑몰도 있지만 언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정보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마스크 사이트 화면 갈무리
코로나마스크 사이트 화면 갈무리
최근 ‘착한' 코로나마스크 판매 사이트만 모아 볼 수 있는 ‘코로나마스크' 사이트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코로나마스크에는 각종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마스크 판매 쇼핑몰 정보를 한 곳에 모아놨다. 각 쇼핑몰 정보에는 총 판매가격, 개당 가격, 쇼핑몰 이름, 판매 수량 등이 표시된다. 해당 쇼핑몰에서 판매 시작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초 단위까지 보여준다. 마스크 이외에 손세정제 판매 정보도 있다.

코로나마스크 내 쇼핑몰은 KF94 미세먼지 마스크 한 개당 최소 600원에서 최대 2000원 선에서 판매한다. 대체로 1000원 안팎의 ‘착한' 가격이다. IT조선은 메일로 코로나마스크 사이트 운영자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착한 마스크 판매자 돕고 소비자에 정보 공유하고 싶어"

2월 26일 밤 12시 오픈한 코로나마스크는 현재 3명이 운영한다. 이 중 코로나마스크 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A씨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한 IT기업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하고 있다. 다른 두 사람은 A씨 회사동료다. 사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사이라 손발이 척척 맞았다.

A씨가 코로나마스크 사이트를 기획한 이유는 착한 가격에 마스크를 판매하는 이들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매점매석으로 폭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 없이 매일 소비자에게 적은 물량이나마 구하는대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판매자가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런 사이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A씨는 "마스크 판매정보가 굉장히 비대칭적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일반 소비자 누구나 한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고 마스크를 구매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A씨 본인도 마스크를 사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은 해야하는데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는 "오프라인에선 긴 대기줄을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었다"며 "온라인에서 개당 4000원이 넘는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거나 그나마도 품절이라 사지도 못하는 상황도 겪었다"고 말했다.

A씨는 개발자 동료 B씨에게 착한 마스크 판매 쇼핑몰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를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B씨는 그날 퇴근 후 세 시간만에 웹과 모바일 서비스 페이지, 관리자 페이지를 만들었다. 개발자답게 평상시에도 서비스 사이트를 만드는 취미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트래픽 급증에 운영상 어려움…감사 메일에는 큰 힘 받아

운영은 쉽지 않다. 생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사이트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매일 방문자수가 급증한다. 그 중 늘어나는 서버 트래픽 감당이 가장 어렵다. 현재 코로나마스크 서버 이용료는 모두 운영자 세 사람 자비로 충당한다. 3일 현재 기준 일간 이용자 수(DAU)만 50~60만명에 달한다.

코로나마스크 사이트를 오픈한 직후 한 차례 마비되기도 했다. 양심적인 마스크 쇼핑몰만 모아 볼 수 있는 편리한 사이트라는 입소문이 온라인을 타고 퍼지면서다.

A씨는 "B씨가 당일 급히 휴가를 쓰면서 까지 서버를 증설해 급증한 트래픽에 대응했다"며 "대응 작업을 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고 말했다.

이용자 불만과 항의도 트래픽 양에 비례해 늘어났다. 트래픽이 코로나마스크 사이트뿐 아니라 각 쇼핑몰로 몰리면서다. 코로나마스크에 정보가 공유된 쇼핑몰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빈번해졌다. A씨는 "판매 쇼핑몰 서버가 다운되면 우리 쪽으로 항의한다"며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오히려 판매자 걱정이 앞선다. 그는 "판매자도 최근 갑자기 늘어난 수요와 서버 대응, 항의에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어 한다"며 "양심적인 가격에 판매하려는 이들이 이런 상황에 상처를 받고 판매를 중지하는 상황은 없었으면 한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코로나마스크 사이트에서 마스크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게 돼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는 소비자들이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A씨는 "코로나마스크 사이트를 운영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다"며 "굉장히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용자 제보도 늘었다. 이들은 매일 평균 100건 정도 제보와 문의를 받는다. 초반에는 기사와 포털 등에서 직접 착한 쇼핑몰을 검색해 올렸다. 최근에는 하루 한 번 제보를 취합해 가장 제보량이 많은 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리해 올리고 있다.

A씨는 운영진 신상정보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A씨는 "좋은 의도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만들었을 뿐이다"라며 "굳이 우리가 누군지 알릴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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