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재택근무백서] 노트북만 켜면 졸음 쏟아져 커피숍 行…쌩얼 화상통화에 육아 부담은 덤

입력 2020.03.04 06:00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본의 아니게 재택 근무를 하게된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클라우드 기반 업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거나 각종 원격 및 협업 솔루션 등을 이용하면 집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재택 근무가 마냥 쉽거나 편한 것은 아니다. 가족(주로 아이들)이나 반려동물 등 외적 방해 요인도 있고, 평소와는 다른 업무 환경이나 생활 습관 등으로 재택 근무시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위험이 높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커피숍에서 사무를 보는 이들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갑작스런 재택 근무 탓에 업무를 하지 못하는 사례를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재택 근무에 적응을 못해 카페 등에서 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 최용석 기자
집이 철저하게 ‘휴식’ 공간이었다면 다른 곳 찾아 일해야

직장인 A씨(40)는 IT관련 전문직 종사자다. 코로나 19의 확산이 심상치 않자 A씨의 회사 역시 직원들에게 자택 근무를 권장했다. A씨 회사는 대부분의 업무 시스템이 구글 클라우드로 이전돼 외근이나 재택 근무를 하더라도 평소처럼 업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택근무 첫날 부터 A씨는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었다. 업무에 집중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아침에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몸이 축 처진 듯 컨디션이 저하됐다. 책상 앞에 앉기만 하면 계속 잠이 쏟아져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처럼 업무 타이밍을 맞춰보고 커피도 계속 마셔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텁텁한 실내 공기를 수시로 환기하고, 스트레칭을 해 보거나 잠깐 집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는 등 방법을 동원해도 회사에 나가는 것만 못했다.

A씨는 그동안 집은 철저히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했다. 잔업이 생겨도 가급적 사무실이나 외부에서 마무리를 하고 퇴근했고, 귀가 후에는 자기 전까지 PC로 유튜브 채널을 자주 시청했었다. 몸에 밴 습관이 재택근무를 오히려 방해하는 요인이 된 셈이다. A씨는 인근 사람이 적은 카페로 근무지를 옮겼다. 특이하게도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커피숍에 앉아 일을 하는 사람이 여럿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업무와 독박육아의 경계,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B씨(43)는 24일부터 재택근무 중이다. 슬하에 5살 어린 아이가 있는데, 재택하는 엄마를 보자 계속해서 놀아달라고 칭얼댄다. 회사의 재택근무 가이드라인 중 하나는 출퇴근 시 팀원이 모두 화상채팅에 참여하는 것인데, 아이가 계속 영상에 출연하는 바람에 민망함을 감추기 어렵다.

생얼이 화면으로 그대로 전달될 경우 서로의 눈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침에 일어난 후 단장을 하지만, 팀원과 마주하는 영상 속 얼굴이 불편하기만 하다. 영어 속담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영상으로나마 대면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업무와 관련한 소통은 평소에도 메신저를 주로 이용했지만, 재택근무와 같은 강제적 메신저 소통은 효율 면에서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답답한 마음이 크게 들었다. 이럴거면 코로나19 위험에도 출근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강제 휴원에 들어간 어린이집 사정을 고려하면 차라리 독박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편이 좋다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살 길은 정신력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잘못하면 재택근무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가져갈까봐 걱정이 크다.

B씨는 "평소 월요일이 되면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어려움을 큰데, 재택 근무를 해도 비슷한 것을 경험하게 됐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은 공간적으로 나뉘어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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