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스터디파이 대표 인터뷰
"좋다·싫다는 평가가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지 고민해야"

"요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좋다’, ‘싫다’ 등 반응이 엇갈리는 듯 합니다. 원격근무는 장단점이 모두 있습니다. 지금은 이른 평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온라인 스터디 사업을 진행하는 스터디파이 김태우 대표는 IT조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해외 원격근무 사례를 연구·고민 끝에 모든 직원이 원격 기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김태우 스터디파이 대표. / IT조선
김태우 스터디파이 대표. / IT조선
실리콘밸리가 원격근무 지향하는 이유 "폭넓은 인재 확보"

김태우 대표는 2018년 스터디파이를 설립했다. 당시 혁신을 추구하던 스타트업 업계서도 드물던 100% 원격근무를 택했다. 깃랩과 오토매틱, 인비전 등 100% 원격근무를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 사례를 연구한 결과다.

그는 "여러 국가 중 미국이 원격근무 문화가 가장 발달했다"며 "워낙 땅덩이가 넓다 보니 화상 회의 등 원격 인프라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큰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채용 경쟁에 있다"며 "각 기업이 우수 인재를 얻고자 경쟁하면서 다른 지역과 국가에서 인력을 뽑다 보니 원격근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직접 겪은 경험도 원격근무 100%를 굳힌 요인이다. 그는 2009년 미국의 한 투자 회사에서 인턴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화상 회의와 전화 미팅을 주로 하면서 기존에 면대면으로만 진행하는 업무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됐다.

그는 "매일 같이 사무실에 출근해야만 하나? 미팅으로 외근이 잦은데 굳이 사무실을 들렀다 가야 하나? 등 스스로 물었다"며 "개인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라이프 사이클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 원격근무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업무 문화, 신뢰와 업무 효율성 높인다

스터디파이는 현재 월별 오프라인 회의와 분기별 워크숍을 제외하면 모든 직원이 집이나 카페 등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본다. 원격근무 효율을 높이고자 다수 솔루션을 함께 사용한다. 화상 회의는 구글 미트(Meet)와 줌(Zoom)을 사용하고 메신저는 슬랙(Slack) 기반이다. 업무 관리 프로그램은 아사나(Asana)를 사용한다.

물론 원격근무를 시행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성공 공식을 찾아가는 스타트업이다 보니 업무 방향성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직원별 소통 속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 문제는 사무실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원격근무를 지양할 근거는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원격으로 하다 보니 저는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팀원이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며 "어떻게 하면 회사가 잘 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어려움을 풀고자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맷 뮬렌웨그 오토매틱 창업자는 100% 원격근무를 지향하며 이같이 말했다. / 오토매틱 제공
맷 뮬렌웨그 오토매틱 창업자는 100% 원격근무를 지향하며 이같이 말했다. / 오토매틱 제공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택한 기업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2월 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기업 규모와 업종을 떠나 다수가 재택근무를 연장해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흐름 덕에 한국도 재택근무 문화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재택근무를 하며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 직장인도 있다. 한편에서는 업무 집중도와 소통 저하 등을 이유로 불만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김 대표는 "재택근무는 본래 사람 성향별로, 업종별로 장단점이 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사람 성격에 따라 똑같은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원격근무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이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기에 절대적인 답은 없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 대해 갑작스럽게 집에서만 업무를 보도록 한정했기 때문에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온 가족이 집에 머물면서 육아 문제 등의 부가적인 고민 요소도 더해진 탓이다.

재택근무 효율 높이는 6가지 해법

그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는 데 6가지 해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집에서의 업무 환경 정비(업무 공간 분리 등) ▲비대면·비동기 협업을 높이는 투명한 문서화 ▲업무 외 일상 나누는 메신저·화상 권장(외로움, 단절 방지) ▲성과·업무 중심 협업 ▲소통 상세화 ▲적절한 원격 소프트웨어 활용 ▲직원 간 신뢰 등이다.

일례로 스터디파이는 투명한 문서화를 위해 모든 회의록 전문을 슬랙에 올린다. 직원 누구나 회의록으로 업무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기획 문서는 구글 문서 기반으로 해 권한이 있는 이들이 자유롭게 확인하도록 한다. 이때 슬랙이나 아사나에 문서 링크도 공유한다. 보안이 필요할 경우에는 권한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문제를 막는다.

그는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외부 입장에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그렇지만) 보안만을 이유로 재택근무를 지양하는 곳은 정말 그 방법밖에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한 문서화와 소통으로 조직 내 신뢰를 높이면 이같은 우려는 자연히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결론적으로는 근로 시간 단위에서 성과와 업무 중심으로 조직 문화가 변화하는 것이 필수다"며 "이렇게 되면 업무 입증을 위해 메신저와 이메일을 실시간 확인할 필요가 없어 비동기로 일할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한편 김 대표는 현 시기가 급박한 만큼 기업이 재택근무 도입 여부를 고민하기보다는 도입 후 문제점 해결을 빨리 찾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연히 회사별 재택근무 테스트 기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다.

그는 "요새 재택근무를 돕는 원격 솔루션이 워낙 많고 잘 돼 있다"며 "시중에 이름을 알린 솔루션은 사용이 검증된 제품이기에 도입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회사 차원에서 맞는 제품을 빨리 정해서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실행해보며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