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중의 테크노 철학] 코로나 바이러스, 신천지와 종말론

  • 남시중 박사
    입력 2020.03.09 06:00 | 수정 2020.03.10 13:39

    코로나 바이러스(COVID 19) 사태는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까? 전망은 과학이 아니다. 하지만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지 않고 현재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없다. 역사와 전문가 식견에 근거해, 내가 보는 코로나 전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의 숫자는 0-10등급으로 높을수록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가> 코로나 팬더믹의 향방

    1. 전 세계로 계속 확산한다 (9)

    2. 곧 진정세로 접어든다 (5)

    3. 봄과 여름에 주춤해졌다가 겨울에 세계를 다시 강타한다 (8)

    4.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치사율 높은 현대판 흑사병으로 변질한다 (2)

    5. 일반 독감 바이러스로 고착한다 (9)

    6. 올해 말 독감 철 이전에 백신이 공급된다 (6)

    7. 치료제가 나온다 (2)


    3개월만에 모든 대륙에 퍼질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른 코로나바이러스 /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1. 전 세계로 계속 확산해 나간다 (9)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3월 8일 현재 95여개 국가로 확산했다. 각국이 방역에 나서고 여행에 제한을 두고 있다. 확산 속도는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가 발생 초기에 신속히 국제사회에 고지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확산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방역과 의료 기반이 취약한 개도국이나 후진국으로 전파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2. 곧 진정세로 접어든다 (5)
    기온 상승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주춤해 질 수 있다. 겨울철 유행 독감은 대개 3월 봄이 오면 잠복기에 들어간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기온이 올라가면 약화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이 가능하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과학 정보가 부족해 누구도 단언하지 못한다.

    3. 봄과 여름에 주춤해졌다가 겨울에 세계를 다시 강타한다 (8)
    봄과 여름에 전염이 일단 주춤해진다고 해도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여름 잠복기를 거쳐 다른 독감 바이러스들과 함께 겨울에 다시 찾아온다. 백신이 신속히 개발되지 않는다면 다가올 독감 철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독감 철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만 창궐하는 게 아니다.

    과도한 확진자 및 사망자 수를 강조하는 보도 방식은 불필요한 사회 심리적 공포를 조장한다. 악성 독감 철에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만 매년 6만 명 이상이 일반 독감으로 사망한다. 세계적으로 독감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매년 30만 명에서 65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로 세계가 ‘패닉' 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일반 독감 사망자 수가 엄청나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과거 팬데믹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지금도 돌아다닌다. 매해 반복되는 사실이라 뉴스가 되지 않을 뿐이다.

    4.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치사율 높은 현대판 흑사병으로 변질한다 (2)
    최악의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이 이론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치사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면역성이 높아지면서 확산을 멈추거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mutation)를 한다. 중국 발표에 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두 번이나 돌연변이하면서 감염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치사율이 올라갈수록 심하게 아프고 신속하게 사망하기 때문에 환자가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이 낮아진다. 반면 치사율이 낮으면 증세가 심하지 않거나 감염 여부가 감지되지 않아 계속 전염을 확산시킨다.

    코로나가 만에 하나 치사율이 높은 악성 바이러스로 돌연변이하면서 현재의 전염력을 유지한다면 겨울 독감 철에 닥쳐올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5. 일반 독감 바이러스로 고착한다 (9)
    ‘돼지 독감'으로 불린 N1H1 는 일차 대전 중 최소 5000만 명에서 1억 명을 죽인 스페인 독감을 유발한 바이러스이다. 돌연변이를 거쳐 2009년 다시 인류를 강타했다. 이 팬더믹으로 2009년 한 해만 감염환자가 26만 명을 넘었다. 감염환자가 발생한 나라는 1백29여 개국에 달했다.

    1918년 스페인독감에 걸린 병사들을 치료하는 미국 켄자스주 야전병원 / 위키피디아
    한국에서만 2010년 8월 말까지 약 76만여 명이 감염되었고 270명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 바이러스는 지금도 매해 우리를 찾아온다. 일반 독감으로 정착되어 더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을 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팬더믹 과정을 거친 후 해마다 독감 철에 우리를 찾아오는 일반 독감 바이러스로 고착할 가능성이 높다.

    6. 올해 말 독감 철 이전에 백신이 공급된다 (6)
    독감 백신 개발에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대중적으로 보급하기까지 보통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임상 실험과정 때문이다. 잘못하면 멀쩡한 사람을 아프게 만들거나 죽일 수 있다. 안정성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백신을 대량으로 보급할 수 없다. 보급 가격도 문제가 된다.

    개발과 보급에 걸리는 시간때문에 팬더믹이 진정된 후 뒤늦게 백신이 개발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유일한 해결책이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신속한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건은 다가올 겨울 독감 철, 최소 10월 이전에 보급될 수 있느냐 여부이다.

    7. 치료제가 나온다 (2)
    독감에 직접적인 치료제는 없다. 바이러스의 체내 확산을 막는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는 합병증세를 막는 제한적 효과에 그친다.

    독감 바이러스는 쉽게 돌연변이한다. 이 때문에 예방 접종도 매해 새로이 만들어진다. 모든 바이러스를 다 막을 수 없기에 예방 접종의 효과도 매해 달라진다. 보통 40-60% 정도의 방어율에 그친다. 선진 의료 체계에서는 증세를 완화하고 심각한 2차 감염으로 확산하는 걸 막을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코로나 바이러스로 독감 치료제 개발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코로나19 / 미 질병관리센터(CDC) 공공보건이미지라이브러리(PHIL)
    <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와 사회 문화에 미칠 영향

    1. 주가는 하락 장세로 넘어가고 세계 경제는 일단 불황기로 접어든다 (9)

    2. 주가는 폭락하고 세계 공황이 닥친다 (3)

    3. 컬트의 부상: 종말론이 새로이 주목받는다 (8)

    4. 신(新) 황화론(黃禍論):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된다 (8)

    5. 자유무역의 기치를 내건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는 조정에 들어간다 (9)

    1. 주가는 하락 장세로 넘어가고 세계 경제는 일단 불황기로 접어든다 (9)
    코로나가 곧 진정된다고 가정해도 주가는 일단 하락세를 면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이다. 미국 연준이 3월 3일 금리를 내렸지만, 더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금리 인하로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금리 인하로 코로나 불황을 막을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코로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클지 현재로서는 추산하기 힘든 상황이다. 주가는 이미 10년 이상의 기형적인 장기 호황을 누려왔다. 조정이 언제 오느냐는 건 시기의 문제였다. 본격적인 주가 회복은 미국 대선과 코로나의 향방을 결정지을 올 연말이 지날 때까지 어렵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주가 폭락한 날 미국 뉴욕증시 앞의 마스크를 쓴 남자 / EFE/EPA Justin Lane
    2. 주가는 폭락하고 세계 공황이 닥쳐든다 (3)
    코로나 팬데믹은 국제적 공중보건의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위기이다. 중국 경제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한다. 무역이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여름까지 계속 확산한다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경제에도 충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여름 예정된 도쿄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의 경제와 정치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 세계 경제도 올림픽 특수를 기대할 수 없다.

    항공과 여행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유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중동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중동 국가의 금융 투자가 위축되고 ‘오일 머니'의 파장은 국제 금융시장으로 확대된다.

    중국은 이미 미중 무역전쟁으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중국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 2018년에 300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2019년 상반기에만 3130억 달러 규모로 증가했다. 2000년도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중국의 부실채권 규모는 국제 평균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아직은 여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지표와 통계는 공산당에 의해 통제된다. 정부 통계를 믿을 수 없다.

    만에 하나 중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 발생처럼 국제사회에 일단 비밀로 부치려 할 것이다. 중국의 불투명성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면서 결국 그 파장은 세계적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사태는, 한 편으로는, 중국식 전체주의와 미국이 주도하는 전후 자본주의 질서가 궁극적으로 (중국 체제의 질적 변화없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하거나 악성 바이러스로 돌연변이할 경우, 세계 경제는 불황에서 공황기로 접어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3. 컬트의 부상: 종말론이 새로이 주목받는다. (8)
    죽는 최후의 순간까지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산다. 인지적 동물인 인간은 한편으로는 ‘소설'이라는 걸 알면서도 소속감과 심리적 구제 감을 주는 종교를 버리지 못한다.

    모든 종교는 어떤 형태로든 영생을 보장하고 끈끈한 집단적 소속감을 주어야 신도가 몰린다. 영생과 집단적 소속감을 보장하는 종교적 이론의 기본 바탕이 ‘종말론’(Eschatology)이다. 종말론이 빠지면 ‘소설'이 안된다.

    ‘신천지'가 종말론을 특히 강조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과학 지식의 진보로 2천 년 이상 해묵은 신화에 의존해온 기성 종교는 급속히 교세를 상실하고 있다. 컬트 혹은 신흥 종교의 부상이 불가피하다.(신흥 종교는 언제나 초기에 ‘컬트'라 불린다)

    코로나 팬더믹이 아니어도 인류 종말의 가능성은 - 과학적 분석과 판단을 따라도 - 점차 높아만 간다.1) 과학기술의 진보와 인구 확대로 인한 환경파괴로 인류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지구에서 출현한 모든 생물체의 99.9%가 이미 멸종했다.2) 종의 진화 과정에서 일정 시기에 멸종하는 것은 오히려 생물학적 필연이다. 현재도 매년 1만 종 이상 멸종하고 있다. 인간의 자연환경 파괴가 큰 원인이다.

    종말론은 기독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천도교 등 거의 모든 종교에 내재해 있다. 현대 물리학 역시 일종의 수학적 종말론이다. 현대 물리학은 우주의 탄생과 종말이 있다는, 경험 과학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수학적 가설을 형이상학적으로 전제한다.

    정보과학 기술이 진보하면서, 일런 머스크 테슬라(Tesla) 대표는 인간이 화성으로 이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다 (실제 SpaceX 라는 회사를 설립해 준비하고 있다). 그가 인공지능으로 인류가 멸망할 거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과학기술적 종말론이다.

    인간 뇌의 기억이나 경험, 즉 의식을 컴퓨터에 데이터 형태로 옮겨 보관함으로써 영생을 추구하자는 주장이 있다. 주창자는 구글 엔지니어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웰이다. 이 역시 과학기술로 포장된 새로운 형태의 컬트성 종말론이다.
    레이 커즈웰 동영상 / 유튜브
    코로나로 죽음의 ‘현실성'을 선듯 체감하면서 대중은 종말론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4. 신(新) 황화론(黃禍論) :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된다. (8)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서구는 중국이 거의 모든 팬더믹의 발원지라는 감정적 인상을 굳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중은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중국을 세계 공장으로 키워놓은 대기업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강화할 것이다. 이미 반 세계화 물결은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로 본격화 했다. 서구 대중의 이런 인식 전환은 미국과 유럽의 탈중 경제 정책과 노골적인 반중 정치 노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10대 팬더믹 중 중국발은 두 건이다. 하지만 1968년 ‘홍콩 독감,' 2002년 발생한 ‘사스'(SARS), 2013년 ‘조류 독감’ (H7N9)이 모두 중국에서 발원했다. 유럽을 600 년 이상 괴롭힌 흑사병도 유럽 백인은 중국에서 발원한 것으로 믿고 있다. 몽골 침략 때 전파됐다는 (정확한 근거가 없는) 설이다.

    ‘더러운 중국인' (‘Dirty Chinese’)이라는 유럽계 백인들의 조롱과 인종차별은 중국인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역사적 편견 (혹은 사실)과 연계되어 있다. 이번 코로나로 백인의 동양인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공공장소에서 동양인을 기피한다. 동양인을 욕하거나 구타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인에 대한 편견은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무차별 확산한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가 확산한 2차 발원지가 되었다는 사실도 이런 편견에 일조한다.

    황화론의 부상을 배제할 수 없다. 백인은 동양인이 자신들과 동등한 위치로 올라설 가능성 그 자체를 문화 심리적으로 두려워한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서구 문명은 끊났나?’라는 식의 히스테리가 서구 지식인 사회에서 유행한다.
    ’중국과 서구’를 주제로 한 캐나다 TV토론 동영상 / 유튜브 TVO.orG

    지난 13세기 몽골 군대에 한때 무자비하게 살육, 강간 당한 역사적 트라우마는 황화론으로 변질되어 지금까지도 유럽과 중동권 피정복국 후예들의 의식 세계와 정치 사회 문화에 알게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3) 민족이나 국가 개념보다 인종 정체성으로 우선 판단하는 백인에게는 중국인이나 몽골인이나 한국인이나 그저 다 같은 ‘황인종' (yellow race)'일 뿐이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 사태로 중국에 모든 공산품을 의존한 이른바 ‘세계화’(Globalization)가 얼마나 위험한 짓인가를 깨닫고 있다. 생산과 판매망이 중국이란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세계가 얽혔다. 모든 공산품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미국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조차 일부 소비재가 조달이 안 된다는 충격을 일생에서 처음으로 실감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신보호주의' 전략과 신 황화론이 뒤섞이면서 경제 정치 군사 모든 측면에서 강화될 것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미국 제조업체를 미국으로 귀환시키기 위한 강력한 세금정책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백인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경제발전에만 매진하라"는 덩사요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유훈을 시진핑은 너무 일찍 버렸다.)

    코로나 공포로 각국이 출입국까지 막으면서 인적 교류마저 중단될 위기다. /조선DB
    5. 자유무역의 기치를 내건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는 조정에 들어간다. (9)
    법과 규칙에 근거한 다자주의 자유무역은 신자유주의가 지배한 미국이 전후 꾸준히 세계에 강요한 일종의 경제학적 이데올로기이다. 이데올로기의 후원자는 주가 방어를 위해 끊임없이 세계 시장 확대와 저비용 저임금으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야만 했던 미국의 상장 기업집단이다.

    지난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의 설립은 다자주의 자유무역의 이상이 현실로 구체화한 획기적 사건이다. 하지만, 자유무역으로 직장을 잃어버린 백인 노동자의 지지로 당선된 트럼프는 세계무역기구를 고사시키고 있다.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상소 기구의 재판관 임명을 계속 거부해 사실상 세계무역기구의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팍스 아메리카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다.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미국의 군사력만이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를 유지해준다고 믿는다. 미국의 한 해 국방 예산은 2위 중국을 포함한 8위까지의 국가를 모두 다 포함한 것보다 많다. 미국 CIA가 주적으로 규정하는 러시아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지난해 말 세계 11위에 불과하다 (한국은 12위).

    하지만 더는 핵과 군사력만으로 미국 주도의 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 중동 분쟁 및 이라크 아프카니스탄에서 계속 미군이 고전한 사례는 후진국이나 작은 테러 그룹도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보급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악성 독감 바이러스를 테러 그룹이 실험실에서 얼마든지 제조할 수 있다.4) 테러나 컬트 조직이 생화학 무기를 활용할 가능성이 증대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2017년 설립된 우한 세균 연구소( The Wuhan Institute of Virology)에서 유출되었다는 의혹이 나도는 이유이다.)

    폐쇄된 우한 수산시장 / 비쥬얼차이나그룹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적 협력과 지구촌 이타주의를 강조한 이른바 ‘세계화'(Globalization)는 코로나 사태 이후 동력을 상실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존의 좌(‘
    진보') 우(‘보수') 개념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국수주의’(Nationalism)가 등장할 확률이 높다.

    체제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해도, 코로나 팬더믹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는 일단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사(凍死)가 닥쳐올 변화를 상징한다.

    사열하는 무솔리니. 파시즘 원류인 파시스트당은 출범 때만 해도 좌(공산주의), 우(자본주의)와 다른 ‘제3의 길'로 여겨졌다. / 위키미디어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파시스트 성향을 개의치 않는다’는 내용의 칼럼 삽화(2015. 12. 5) / David Horsey. LA타임즈
    <각주>
    1) Nick Bostrom & Milan M. Cirkovic, Global Catastrophic Risks, Oxford University Press, Oxford, 2012.
    2) Ibid., at p. 9
    3) Edalat, Abbas, Trauma Hypothesis: The Enduring Legacy of the Mongol Catastrophe on the Political, Social and Scientific History of Iran, 2011, Bukhara, at p. 77-78; 227-263
    4) Bostrom & Cirkovic, at p.454-455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시중 박사는 실리콘밸리에서 변호사 및 엔젤 투자자로 20년 넘게 활동했다. 최첨단 기술 시대의 윤리 철학 문제에 관심을 두고 미국에서 저술 활동을 해온 철학자이기도 하다. 국내 출간 저서로는 동물의 도덕적 문제를 다룬 <개를 위한 변명 - 보신탕과 동물권리론에 관한 철학적 성찰>과 초기 인터넷 혁명을 실리콘 밸리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미래를 전망한 <벤처@실리콘 밸리>가 있다.


    키워드